아가 - 노래 중의 노래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래 중의 노래 아가(雅歌)

 

40년간 민음사와 함께 한국문학을 견인한 이문열 작가님이 알에이치코리아와 계약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이후 이문열 작가님이 기존 작품이 새로이 출간되고 있다새로운 교정과 편집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읽어도 어렵지 않게 사투리에 표준어를 첨가한 친절한 작품 <아가>도 새로운 모습으로 재출간되었다.

 

기소르망은 한국 사회를 드러내는 대표하는 작가로 이문열을 꼽는다이번 도서 실린 그의 서문을 보고 밀려드는 슬픔을 억누르기 힘들었다이제는 <아가>를 분석한 논문의 제목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그가 올해 진단받은 치매 증상이 진행하고 있다는 자조적인 한마디가 서글프다그토록 머리를 많이 쓰고 문장을 통해 한국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그도 세월에는 순응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제목부터 무슨 말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아가>는 구약성서에서 기인한다. ‘아가는 성()이 선하고 유쾌한 것임을 우리에게 일깨워주고 육체적인 사랑에 관해 찬미하는 책이다아가의 주인공 당편을 생각하면 여자 장애인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주인공 당편이 자신이 사랑한 남자를 그리며 부르는 노래와 아가의 의미는 중첩된다.

 

개인적으로는 아가가 그리는 당편의 모습은 작가님의 따뜻한 시선에서 나왔다고 보인다외국 여행을 통해 느낀 점은 장애인 시설이 일상화되었다는 점이다과거 한국 사회에는 장애를 가지거나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을 생활에 참여하고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Photo by Timothy Eberly on Unsplash

 

알아듣기 힘든 사투리로 애써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과거 작가의 동네에서 실재 인물을 빌림으로써 당편’ 같은 인물을 소제하려 드는 현대인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가질 것을 제시한다.

 

한때 나의 어린 시절 그의 작품을 몰아보던 기억이 난다. ‘삼국지는 가슴 뛰게 했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데미안 보다 나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그러다 1997년 <선택>을 이후는 문학 작품을 읽지 못하다 이번에 읽게 된 <아가>를 통해 왜 이문열 작가님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거론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동창회에 모인 친구들은 동네에서 당편이의 근황은 어떤지 확인하며 소설을 시작한다.

 

이제는 부르는 쪽도 불리우는 쪽도 꺼려하는 환유(換喩)들이 있다앉은뱅이 절름발이 곰배팔이 귀머거리 벙어리 청맹과니 용천뱅이 곱사등이 언청이 외팔이 땅딸이 난쟁이 키다리같이 신체적인 흠결이나 질병의 후유증으로 그 사람 전체를 이름하는 말들이 그러하고미치광이 반편이 비렁뱅이 바람둥이 덜렁뱅이 허풍선어 억보 떼쟁이 악바리 맹추 숙맥이 오입쟁이같이 정신적인 장애 혹은 불균형을 들어 비유의 대상을 갈음하는 말들이 그러하다. (15)

 

대동아 전쟁 말기 문중에서 가장 형세가 좋았던 녹동댁 대문에 열대여섯 살쯤으로 추정되는 당편이가 흐느적거리며 발견되었다그녀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벙어리인줄 알았지만지능이 일곱 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당편이의 부모가 누구인지 과거에 대해 아는 것은 없고 고향 없이 떠도는 천민의 씨라고 생각되었다.

 

동네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녹동 어른이 당편이를 받아들인 것은 그녀가 동네공동체에 들어앉게 한다당편이는 우여곡절을 거치며 녹동댁 일꾼들에게 수난을 당한다.

 

당편이가 나이를 들어감에 따라 서서히 여성성을 드러내고 급기야는 마을 앞에서 당편이를 희롱하는 사건이 벌어진다당편이를 도우러 온 마음 사람에 의해 사건을 일으킨 범인을 잡지만 오히려 그는 발뺌하고 당편이와 결혼을 강행하면 죽어버리겠다고 한다당편이에게 혼담이 들어온 짧은 시절이 있었지만 모두 무위로 끝나고 세상은 6·25를 맞이한다.

 

6·25 전쟁 때 북한의 여맹위원장은 당편이야말로 무산자를 상징하는 인물이고 인민의 딸로 상정한다세월은 어수선했다건국준비위원회와 남로당이 공존하는 시기였고 자신이 선택한 이념에 따라 개인과 가족의 명운이 달라졌다.

 

녹동 어른의 아들은 건국준비위원회에 참여해 경찰에 붙잡히고 녹동댁의 가세는 서서히 기운다당편은 전쟁 이후 산업화 시대를 살아가는 동안 새로운 남자를 만나 함께 살림을 차린다.

 

박경범 작가는 <이문열의 삶과 문학세계>를 통해 소설 <아가>는 여성이지만 장애의 불리함을 지닌 탓에 여성의 가치를 탐하는 남성들에게 모질거나 오만하지 않고 존재를 베풀었던 지난 시절의 여성에 대한 향수라고 분석한다.

 

당편이도 우리와 같은 사랑하는 감정과 자신이 사랑한 남자를 그리는 지극히 평범한 여인일 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아가 #이문열 #알에이치코리아 #소설 #희곡 #한국장편소설 #컬처블룸 #컬처블룸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