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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왈츠 - 세대를 초월한 두 친구, 문학의 숲에서 인생을 만나다
황광수.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1년 11월
평점 :
세대를 초월한 두 친구, 문학의 숲에서 인생을 만나다
크레타에서 출판한 황광수, 정여울 작가님의 <마지막 왈츠>는 생을 마감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이 나누는 우정을 보여준다.
44년생 완도 남자와 76년생 서울 여인, ‘절친’이 되다
우리 사이엔 삼십이 년의 나이 차가 있다. 44년생 완도 출신 황광수와 76년생 서울 출신 정여울 사이에는 삼십이 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이 거대한 강물처럼 가로놓여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만나자마자 절친이 되었다. (9쪽)
누군가 만나자마자 불꽃반응이 일어 우정을 나누게 되는 경우가 있었던가?
돌이켜보니 그런 사람을 만나 기억이 없다. 짐작하건대 두 사람은 평소 상대의 글을 통해 ‘이 사림은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있었는지 문학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서인지 흉금을 터놓는 우정을 나눈다.
악성 댓글 때문에 힘들어하는 정여울에게 황광수는 이렇게 말한다.
“여울아, 나는 악성댓글조차 받아본 적이 없어. 사람들이 날 모르거든. 칠십 평생 글을 써왔는데도,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야. 문학평론가들이나 작가들, 혹은 내 제자들이 아니면,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별로 없어. (10쪽)
나 역시 황광수 님은 이번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아버지는 독립운동가였고 큰형은 빨치산으로 파란만장한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고향에서 부르던 이름과는 다른 이름을 아버지는 동사무소에 신고해 그가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려 했고, 돈을 잘 벌어 가족에서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화학공학을 전공하지만, 자신의 적성을 다른 곳에 있음을 알게 된다.
뒤이어 철학과로 전공을 변경해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게 된다. 자신의 글솜씨를 알아본 상사는 평론을 맡겨 낮에는 편집자로 밤에는 평론가의 삶을 살았다. 편집자와 평론가 두 가지 일을 하는 게 과중했지만, 황광수 님은 글쓰기를 업으로 생각했다.
자신의 평론으로 신인 작가가 탄생하는 기쁨을 보기도 하지만, 자신을 이용해 인기를 얻으려 하는 작가도 많이 만나 문학 평론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기도 한다. 그는 정여울 작가를 만나 서로의 문학 세계를 교류하며 우정을 나누게 되는데…
황광수 님은 <향연>, <소크라테스의 변론>, <파이돈>, <셰익스피어>를 추천하고, 정여울 님은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오만과 편견>을 추천한다. 두 사람은 그들만의 <향연>을 펼치기로 한다.
느닷없는 암 판정은 자신의 삶이 시한부에 들어갔다는 것을 깨닫고 두 사람이 지금까지 교류한 편지와 에세이를 묶어 책을 내기로 한다. 체력이 허락하지 않아 마무리는 정여울 작가의 애도 편지로 마무리하는 <마지막 왈츠>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한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이들이 모습에 많은 것을 느낀다. 책을 보며 문자를 대하는 태도, 작품을 그대로 느끼는 점과 작품의 역사를 파악하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자세는 나의 독서 태도를 돌아보게 했다.
‘글쓰기는 앎과 무지를 가르고, 그 둘이 서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극단의 지점에서만 시작된다.’ (210쪽)
가장 좋아하는 글쓰기지만 가장 힘든 일이 글쓰기라고 고백하는 정여울 작가.
그녀의 작품은 두꺼운 팬층을 가지고 있고,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이 순간도 두 사람은 열광적으로 축하한다. 그녀는 자신이 책이 나오자마자 가족보다 먼저 전달하는 이가 황광수 님이라 한다.
그런 황광수 님이 먼 길을 떠나자 그녀는 커다란 상실감에 빠진다.
이 상실은, 이 결핍은 결코 무엇으로도 채우지 못하겠지요. 선생님이 한없이 낯선 존재인 저를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해주셨듯이, 제가 먼저 사람들을 이해하고, 돌보고, 보살피겠습니다. (……) 선생님, 이제 고통 없는 곳에서, 굶주림도 슬픔도 원한도 없는 곳에서, 부디 향기로운 꿈을 꾸며 저를 기다려주세요. 제 몫의 사랑과 배움과 노동을 다 마치고, 저도 언젠가 그곳에 가겠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제지친 어깨를 꼭 안아주실 선생님을 생각하며, (262쪽)
우리는 나이를 초월해 우정을 나누는 장면을 보면 멋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서 제제와 뽀르뚜가 아저씨의 우정은 나에게 감동을 넘어 나의 제제를 만들고 있다.
정여울 님과 황광수 님의 특별한 우정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마지막 왈츠>를 읽고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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