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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뷰티 (완역본) ㅣ 나와 모두의 클래식 1
애나 슈얼 지음, 위문숙 옮김 / 도토리숲 / 2021년 10월
평점 :
“가슴이 따뜻해지는, 어른들을 위한 감성 동화”
도토리숲에서 출판한 애나 슈얼의 <블랙 뷰티>는 인간이 아닌 동물의 관점으로 쓰인 최초의 영어 소설이라고 한다. 동화지만 어른이 읽어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지는 이야기였다.
저자인 애나 슈얼은 어린 시절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리를 심하게 다쳤는데, 치료를 잘못하여 평생 불편한 채로 살아야 했다. 다리를 다친 뒤로 말을 타고 다니면서 말에게 깊은 관심과 사랑을 가지게 되었다. 1871년, 앞으로 얼마 못 산다는 선고를 받고는 죽기 전에 말을 위한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하고 가까스로 이 책을 완성하고 <블랙 뷰티>가 나온 뒤 5개월 뒤에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인생을 담은 소설이 <블랙 뷰티>이고, 이 소설은 계속해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라 세계문학의 고전에 선정되었고, 최근 디즈니플러스에선 영화로도 방영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알고 나서 블랙 뷰티를 바라보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녹아났고, 블랙 뷰티가 그녀를 상징하는 인물로 다가왔다. 세상에 온전한 모습으로 나가고 싶지만, 멈춤 고삐라는 속박에 발버둥 치는 뷰티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졌다. 말에게 재갈을 씌우기 위해 말의 생이빨을 뽑는 것과 편자를 박는 것도 지나치게 인간의 편리를 위한 마구를 위해 희생되는 말의 처지를 돌아보게 한다.
블랙 뷰티를 읽는 동안, 말이 느끼는 감정에 동화되어 정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니체가 떠올랐다. 니체는 채찍을 맞는 말의 모습에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었던 걸까? 이후 온전한 정신을 회복하지 못한다. 아무리 말 못 하는 동물이라도 그들의 몸을 인간의 기호에 맞게 재단하고 특정 부위를 변형하고 꼬리를 자르는 행위는 야만적이다. 동료인 말과 우정을 쌓고 함께 교감하는 것은 저자의 오랜 관찰의 결과이다.
Photo by Daniel Bonilla on Unsplash
애나 슈얼은 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말이 만나는 주인과 관리자에 따라 말의 처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솔직하게 보여준다.
“당신 숙부님의 말 이름을 따서 블랙버드라고 부르는 건요?”
“아니오, 이 말은 블랙버드보다 훨씬 잘생겼소.”
주인마님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정말로 아름다워요. 얼굴이 상냥하고 착해 보이는 데다 눈동자는 맑고 초롱초롱해요. 까맣고 아름다운 말이니까 블랙 뷰티라고 부르는 것은 어때요?”
“블랙 뷰티, 그래요. 정말 좋은 이름 같구려. 당신만 좋다면 그렇게 부르리다.”
그렇게 내 이름이 정해졌다. (36쪽)
블랙 뷰티는 자신의 이름이 정해진 날 사냥하다 목숨을 잃은 불쌍한 말 롭 로이가 자신의 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말은 역할에 따라 사냥에 투입되기도 하고 마차를 끌어야 한다. 블랙 뷰티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 진저, 나이 많은 사냥 말 올리버 경, 튼튼하고 체격이 다부진 말 저스티스와 우정을 쌓아간다.
Photo by eberhard ?? grossgasteiger on Unsplash
뷰티는 살던 곳에서 팔려나가 여러 차례 다른 주인을 만난다. 주인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다. 잔인하고 못된 사람도 있고 뷰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 심지어 말 모이를 가로채는 사람도 있다.
뷰티와 교감을 나누고 아껴주었던 주인도 있었다. 뷰티는 그녀를 만나 행복을 느낀다.
“너한테 달릴 기회를 주라고 하셨거든! 분명히 잘될 거야! 우리 뷰티, 도대체 어떤 못된 놈이 네 무릎을 망가뜨렸니? 어디선가 무척 몹쓸 대우를 받았나 보다. 그래, 그래. 이제는 나도 실수하지 않으니 너도 고생하지 않을 거야.” (324쪽)
블랙 뷰티가 다시 자유롭게 뛰어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동물은 행복할 권리가 있을까? 문득 말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돌아본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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