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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길 - 나를 바로세우는 사마천의 문장들
김영수 지음 / 창해 / 2021년 10월
평점 :
나를 바로세우는 사마천의 문장들
창해에서 출판한 김영수 한국사마천학회 이사장님은 지난 31년 동안 사마천 <사기>와 중국을 연구하고 22년 동안 중국 현장을 150여 차례 탐방한 사기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이다.
이번 도서 <인간의 길>은 2013년 출간된 <나를 세우는 옛 문장들>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그는 개정판을 제안받고 말이나 글을 보태기보다 생각을 보탰다고 한다.
생각의 길이 달라지면 내가 달라지고, 내가 달라지면 인간관계의 길이 달라지고, 인간관계의 길이 달라지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나아가 인생의 길이 달라질 수 있다. (7쪽)
<인간의 길>에서는 <사기> 52만 6,500자에 담겨있는 ‘어떻게 살 것인가’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과 답에서 우리가 생각해볼 만한 구절을 엮은 책이다.
사마천은 이릉이라는 젊은 장수를 변호하다가 황제의 심기를 건드려 괘씸죄에 걸렸다. 그는 옥에 갇혔고, 일이 틀어져 반역자의 편을 들었다는 죄목을 쓰고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때 사마천의 나이 48세였다. 40세가 지나면서 필생의 과업이었던 역사서를 집필하던 중이었다.
당시 사형수가 죽음을 면하는 길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돈을 내는 것이었고, 하나는 성기를 자르고 환관이 되는 것이었다. 사마천이 환관이 되기로 한 것은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사마천은 궁형을 당한 후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심정을 표현했다. 사마천은 죽음이 삶을 결정한다고 했다. 단, 죽음을 이용하는 방향과 방법에 대한 진지한 고뇌가 있어야 삶의 질을 담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마천의 <사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역사서로 평가받고, 한 사람의 사관이 만들었다고 믿기 힘든 저작물이다.
정치인들은 중국인 특유의 고사성어를 배우고자 한다. <사기>에 등장하는 고사성어는 인간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굴원의 擧世混濁 唯我獨淸(거세혼탁 유아독청)은 “세상은 온통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라는 뜻이다.
전국시대 초나라의 애국시인 굴원은 자신의 소신을 지키다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 초나라는 타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통치자는 무능했으며 기득권 세력을 부패하고 국력은 갈수록 쇠퇴했다.
그는 “세상은 온통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모두가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있다”라는 말로 자신의 처지를 밝힌다.
揭竿爲旗(게간위기)“장대를 높이 세워 깃대로 삼다”는 말은 농민봉기 혹은 민중봉기를 상징하는 말이다. 진나라 말기 농민봉기의 선봉장은 진승이라는 평범한 사내였다. 진승은 젊은 날 머슴살이를 했으며 자신이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말에 다른 머슴의 비웃음을 산다.
기원전 210년, 진시황이 세상을 떠나고 하남지방 변민들은 북방 경비에 투입하라는 조서를 받았다. 북방으로 떠나는 도중 폭우가 쏟아져 기한 내에 도착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기한 내에 도착하지 못하면 죽음뿐이다.
진승은 “왕이나 제후, 장수와 재상의 씨가 어디 따로 있더란 말인가?”(왕후장상영유종호[王侯將相寧有種乎])라는 말과 함께 봉기를 일으킨다.
진승의 봉기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항우와 유방 등 진승의 봉기에 자극받아 전국 각지에서 일어난 세력이 마침내 거대한 제국 진을 쓰러뜨렸다. 진승의 말은 역사에서 기득권 세력이 불공정하고 평등하지 않을 때, 민중이 봉기를 일으키는 명분이 되곤 한다.
변덕스러운 인간의 본성을 나타내는 ‘먹다 남은 복숭아’食餘挑(식여도)라는 말도 새겨둘 만하다.
사람의 마음은 이랬다저랬다 변한다. <사기><노자한비열전>에 실린 먹다 남은 복숭아 이야기는 미모로 위나라 군주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미자하라는 소년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 미자하가 왕과 함께 과수원을 거닐다 복숭아를 하나 따 먹었는데 맛이 달았다. 미자하는 한 입 베어 먹은 복숭아를 왕에게 건넸다. 왕은 미자하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매우 기뻐했다.
미자하는 임금의 수레를 타고 몰래 궁을 빠져나가 병든 어머니를 만나고 왔다. 임금의 수레를 맘대로 타는 자는 다리를 자르는 형벌에 처해졌다. 왕은 보고를 받고 오히려 미자하가 효자라며 칭찬했다.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용모가 시들어가자 왕의 애정도 시들어졌다. 어느 날 미자하가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자 왕은 “너는 그 옛날 내 수레를 멋대로 타고,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내게 주었지”라며 미자하를 나무랐다.
애증의 변화는 무상하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즐겨 먹던 음식이 바뀌는 것과 같다. 음식맛이 변한 게 아니라 더 맛있는 음식에 익숙해진 것뿐이다.
인간관계를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감정의 이면에 숨어 있는 인간의 본성을 감지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의 길>은 <사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고사성어에 얽힌 이야기와 현대에 적용할 수 있는 점을 이야기한다. 2,100여 년이 지났지만 <사기> 속 문장은 현대를 살아가는 개인에게 배울 점을 전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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