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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의 불시착
박소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평점 :
“모욕을 당해도 침착해야 하는 능력이 도대체 회사 어디에 필요한 걸까요?”
오늘도 자신을 간신히 지켜내기 위해 각자의 전투를 치르고 있는 이들에게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판한 박소연 작가님의 <재능의 불시착>은 하이퍼리얼리즘 소설답게 매우 현실적이다. 여덟 편의 단편이 모두 흡입력이 있고 등장인물은 개성을 가지고 생생하게 다가온다. 누구나 매일 겪을 수 있는 일상을 뛰어난 관찰력으로 관조적으로 서술하고 있어 공감하며 읽었다.
박소연 작가님은 국무총리상을 받을 정도로 회사형 인간으로 살다가, 하루에 4시간 일하면서 돈도 꽤 잘 버는 삶을 살고 싶어서 커리어 방향을 전환했다. 베스트셀러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시리즈를 시작으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고 강연하는 삶ㅇ르 사는 중이다.
[ 재능의 불시착 책날개 중 ]
소설을 읽는 동안 울컥하는 감정과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슈도 정면으로 건드린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육아가 가정에 지워지는 부담이 아닌 행복한 육아 방법을 사회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는 사실을 느낀다. 직장인의 애환은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작가의 사회생활이 반영된 거로 느껴진다.
오늘도 직장이라는 우주 공간에서 유영하는 수많은 사람이 이 책을 보며 위로와 공감, 감동할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재미있어 책 페이지가 저절로 넘어가는 소설이다.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막내가 사라졌다
회사 생활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첫 번째 이야기 <막내가 사라졌다>에서는 ‘퇴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준 씨 이야기다.
최 과장은 회사에 출근하자 깔끔하게 빈 시준의 책상을 바라본다. 뒤이어 부서 직원 모두의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로 시준의 퇴사를 전하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한다.
회사에서 막내는 어떤 위치일까? 사수나 상사의 모든 부탁을 처리해야 하는 사람인가? 시준 씨의 대담무쌍한 퇴사 소식에 담당 팀원은 왜 시준 씨가 퇴사하는지 전전긍긍한다.
시준의 퇴사 대행서비스를 맡은 팀장은 그의 퇴사 절차에 관해 양측이 원활하게 진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 한국에도 ‘퇴사 대행 서비스’가 있다고 한다.
‘막내가 사라졌다’는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를 한번 더 챙겨주고 싶은 이야기다.
가슴 뛰는 일을 찾습니다
NGO 자선재단에서 일하는 혜진의 이야기다.
“가슴 뛰는 일을 하세요.
인생은 한 번뿐이니까요.”
광고 문구에 유혹하는 문구는 실제 가슴 뛰는 병을 가져다준다. 혜진의 사명감에 로스쿨을 뒤로하고 입사한 재단의 일은 그녀가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문제는 돈이었다. 이놈의 돈 걱정하지 않고 자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업무는 돈을 후원받기 위한 일이 주가 된다. 혜진의 상사 민 팀장은 아이가 폭행으로 광대가 함몰되는 응급실의 간호사로 일하며 폭행당하는 아이와 여성을 돕기 위해 자선재단에 근무하지만 일하는 동안 서서히 변해간다.
자선 단체가 처한 현실과 그 속에서 일하는 직원의 애환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야기다.
전설의 앤드류 선배
가장 안타까운 이야기는 <전설의 앤드류 선배>이다. 앤드류 선배와 비슷한 연배인 나는 주인공이 아니라 앤드류 선배가 후임 직원에게서 밀려 도태되어 모습이 안타까웠다.
지연은 앤드류 선배의 전설적인 사건을 익히 들어왔던 터라 함께 일하는 동안 그를 무시하게 된다. 20여 년 동안 회사에 폭탄으로 살아온 앤드류 선배는 대형 사고를 터트리고 다른 지점으로 발령 난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이 겪는 심적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되었고 앤드류가 저지르는 실수에 황당하고 웃음이 터졌지만 나 역시 스프레드시트로 공유 작업을 해 본 적이 없어 등이 서늘했다.
재능의 불시착
이준은 어려서부터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어떤 자리에서 가더라고 동서남북 방위를 알 수 있고, 물건의 무게를 1g 단위로 느낄 수 있었다. 이준이 다니는 게임 회사의 신제품이 혹평을 받자 회사는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필수 인력으로 운영하기로 한다. 준은 자신이 필수 인력과 보조 인력의 경계인임을 실감한다.
평범한 보통 사람이 되기 위해 이십 대의 모든 시간을 쏟았지만 평범한 생활을 하는 게 숨 쉬듯이 당연한게 아니다. 평범을 영위하는 것이 준에게는 숨이 차오르는 일이었다.
이직을 위한 새로운 회사의 압박 면접은 준에게 20대 취준생의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상대방에게 모욕을 줘서 당황하게 만든 후 얼마나 침착하게 반응하는지를 평가하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어요. 진짜 웃긴 일이죠.”
“그러게요. 모욕을 당해도 침착해야 하는 능력이 도대체 회사 어디에 필요한 걸까요?” (140쪽)
준은 회사에서 같이 면접을 본 진수와 함께 자원봉사를 하러 가 자신의 재능이 새롭게 평가되는 순간 자신은 아직 불시착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누가 육아휴직의 권리를 가졌는가
성준은 회사에서 처음으로 1년 육아휴직을 사용한 1호 남자가 되었다. 아내는 임신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해 힘들게 아들 준우를 낳았다. 성준은 1년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많았지만, 아내는 다시 직장에 복귀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작가는 세밀하게 전달한다.
어쩌면 산후 우울증이라는 것도 빌어먹을 호르몬 탓이 아닐지도 모른다.
애를 낳고 몸이 만신창이가 됐는데 주7일 18시간씩 일하면서 잠도, 식사도, 샤워도 제대로 못 하면 누구나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어지지 않을까.
인수인계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아이는 죽을 듯이 울고 있으면 말이다. (188쪽)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
어린이집 교사인 재영은 원생 A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A의 아버지, 어머니는 어린이집 퇴근 시간이 지나도 A에 관해 계속 물어보고 재영의 대답에 의문을 나타낸다. 집에서 밥을 잘 먹으면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밥을 안 먹어서 그렇지는 않은지, 밥을 안 먹으면 왜 아이의 식욕이 없어졌는지……. 재영은 계속해서 연락해오는 학부모 때문에 A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이다. A는 떼를 쓰면 재영이 다 들어주는 사실을 알고 갈수록 버릇이 없어진다. A의 학부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되는데…….
자녀의 학교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에게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는 학부모의 행동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심지어 고등학생 학부모도 너무 자주 자녀 문제로 담임 선생님에게 연락하는 바람에 선생님이 건강을 해쳐 담임을 그만두는 일도 근래에 보았던 터라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았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던 시절은 먼 옛날 일이고 선생님의 권위가 이전과는 너무도 다름을 느낀다.
재영은 A 학부모와 다른 사건으로 인해 관계가 역전하게 되는데…….
여덟 편의 이야기 모두 너무 현실적이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있는 소설을 찾고 분은 주저 없이 <재능의 불시착>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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