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하제일명산 금강산 유람기 - 영악록 瀛嶽錄
정윤영 지음, 박종훈 역주 / 수류화개 / 2021년 10월
평점 :
조선 후기 선비의 천하제일명산 금강산 유람기
도서출판 수류화개에서 출판한 정윤영 선생의 <영악록瀛嶽錄>은 금강산 유람기이다. 정윤영 선생(1833~1898)은 생몰 연도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 후기 철종과 고종 치세 기간에 살았던 분이다. 유학자로 스승 임헌회로부터 석담 이이와 화양 송싱열의 호에서 한 글자를 딴 ‘석화’를 정윤영의 재호로 삼았다.
정윤영은 이이와 송시열의 학문을 추종하였고 삶의 나침반으로 삼았다.
1871년 경기도 안성 후산으로 이사했으며 인근 유생과 교류했다. 1857년 모친상을 당해, 안성 후산에 장사지냈다. 이후 호를 ‘후산’이라 했다. 1881년 개화에 반대하는 신사척사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자, 두 차례 소장을 올렸다. 이 일로 함경도로 유배 길에 올랐다. 1883년 석방되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1893년 의금부도사, 성균관직강에 임명되었지만 나가지 않았다. 63세가 되던 1895년 갑오개혁의 하나로 신식 의복제도가 반포되자 의제의 복원에 시사를 논하는 소장을 올렸다. 8월 명성황후 시해 사건이 일어나자 당시의 일을 기록으로 남겼다. 1897년 가을, 내외금강 및 삼일포 등 동해를 유람했다. 이때 남긴 기록이 <영악록>이다.
한평생 벼슬에 나서지 않았으나 존경받는 학자였고, 척화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굳건하게 지켰음을 남긴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다.
<영악록>은 1897년 8월 18일 안성을 출발하여 10월 8일 귀향할 때까지의 총 51일 1,700리 여정과 관련된 기록이다.
* 안성에서 영평까지의 기록 (8월 16일 ~ 8월 27일)
* 영평에서 장안사까지의 기록 (8월 28일 ~ 9월 1일)
* 백천동을 지나 영원암에서 쉬다가 다시 장안사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록 (9월 2일)
* 장안사에서 백화암과 표훈사 및 정양사를 거쳐 다시 표훈사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록 (9월 3일)
* 표훈사에서 팔담과 보덕암을 지나 마하연암에 이르기까지의 기록 (9월 4일)
* 마하연에서 원통암, 수미탑, 가섭봉을 지나 다시 마하연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록 (9월 5일)
* 묘길상을 지나 안문령을 넘어 유점사에 이르기까지의 기록 (9월 6일)
* 유점사에서 선담과 내원을 지나 고성에 이르기까지의 기록 (9월 7일 ~ 9월 8일)
* 고성에서 신계사와 구룡연을 지나 만물초에 이르기까지의 기록 (9월 9일 ~ 9월 11일)
* 만물초를 떠나 총석을 바라볼 때까지의 기록 (9월 12일 ~ 9월 17일)
* 총석에서 안성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록 (9월 18일 ~ 10월 8일)
마침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읽는 중이라 조선 후기 선비가 금강산에 유람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개략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나라는 급변하고 자신의 이상으로 믿어왔고 평생 공부한 신념이 새로운 도전을 맞이해 심란함을 느꼈을 것이다.
민족의 영산이라는 금강산 곳곳을 둘러보며 평소 산수를 좋아한 그가 기암절벽과 폭포로 이루어진 금강산을 보고 감탄했을 것이다.
금강산 관광이 활성화되었을 때 친구가 당시 금강산 관광시설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터라 꼭 한번 다녀오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영악록>에서 소개하는 금강산의 산수와 기암절벽을 보고 있으니 한반도의 명산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만물초는 내달리는 봉우리와 어지러운 산등성이가 나란히 달려와 사람에게 덤벼드는 듯한데, 삐쭉삐쭉 구름 위로 솟은 것은 바라보니 모두 바위였다. 이것을 구만물초라고 부른다. (177쪽)
특히 총석정에서 바라본 사선봉은 장가계의 우뚝 솟은 봉우리와 흡사하거나 오히려 더욱 특이해 보였다. 그림과 사진으로 보기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저자의 설명을 살펴보자.
봉우리는 모두 수십 개의 바위가 묶인 형상인데, 기둥은 네모져서 반듯하니 어떤 것은 6면이며 어떤 것은 4면으로 먹줄을 먹여 도끼로 잘라낸 것 같았다. 길고 짧은 것, 두껍고 얇은 것, 크고 가는 것들이 서로 무리지어 정돈되어 있으니 마치 대쪽을 엮어 놓은 것만 같았다. 사선봉만 그런 것이 아니라 총석정 주변 2~3리는 사방으로 쭉 펼쳐져 있는 것은 모두 이러한 모습을 띠고 있으니, 이는 귀신이 깎아 그렇게 만든 것인가. 아니면 풍월의 도끼가 만든 것인가. (192쪽)
금강산 관광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영악록>에 소개하는 금강산의 모습을 새기려 꼭 한번 방문하고 싶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천하제일명산금강산유람기 #정윤영 #박종훈 #수류화개 #금강산 #유람기 #영악록 #책과콩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