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시간, 영원한 현재 - 김봉렬의 건축 인문학
김봉렬 지음 / 플레져미디어 / 2021년 9월
평점 :
절판



 

2,500년이라는 시간을 축적한 건축물이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

 

오늘 소개할 책은 플래져미디어에서 출판한 김봉렬 교수님의 <건축의 시간영원한 현재>이다플래져미디어는 사유하는 독자를 위해 의··주를 기록하고 짓는 인문 출판사라고 하는데이 책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봉렬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영국 AA graduate school에서 공부했다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지냈고동 대학 건축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건축 역사 연구와 설계 작업을 병행하며 건축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건축의 시간영원한 현재 책날개 중 ]

 

이 책은 서울신문에 2년간 연재했던 <김봉렬과 함께하는 건축 시간여행>을 보완하고 가필한 것이라고 한다원시시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28개 건축사례를 소개하고 설명하고 있다.

 

고조선고구려백제가야신라는 각각 한가지고려는 남한에 있는 유적 중 전기중기후기 하나씩 수록했고조선은 전기중기후기로 4가지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3가지 사례와 대한민국 4가지 사례를 들고 있어 저자와 함께 떠나는 2,500년 간의 한반도와 요동에 이르는 건축 역사 여행이었다.

 

몇 년 전 전라북도에서 여행을 떠나 고창읍성과 고인돌 박물관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학창 시절 배웠던 강화의 고인돌 뿐아니라 한반도에 3만 여기 가까운 고인돌이 있다는 것이다특히 고창 인근 지역은 수많은 고인돌이 있고 그중 세계 최대라는 고창 운곡리 고인돌은 무려 300톤에 달하는 돌덩어리를 들어 올려 고정했다고 한다.

 

전 세계에 남아 있는 고인돌이 5만여 기 정도라고 하는데 그중 2만 9,500여 기가 한반도에 현존하고 있다고 하니한반도에 거주한 조상의 거석문화가 남긴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이곳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고 강력한 청동기 사회가 수립되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했다.

 

아무래도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가본 곳이나 다른 책을 통해 알게된 지역을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최근에 읽게 된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에 나오는 국내성과 환도산성의 전투 장면의 장엄함을 기억하고 있던 터라 저자가 소개하는 국내성에 관한 소개와 환도산성의 고분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구려 소수림왕이 모용황를 위해 수도를 비워 백성을 지키려한 환도산성을 사진으로 보는 것으로도 뭉클했고이후 광개토대왕 혹은 장수왕의 무덤으로 추측되는 중국 지린성의 장군총에 관한 설명은 중국의 동북공정이 떠올라 울화가 치밀기도 했다.

 

 

고구려는 668년 연개소문이 주고 형제간 권력 투쟁에서 밀려난 장남 연남생이 국내성에 은신하며 당나라에 내통하여 고구려 멸망에 앞장섰고연개소문의 동생 연정토가 고구려 남부 12성을 신라에 넘김으로써 고구려는 국가 멸망과 함께 영토도 분할되었다국내성을 비롯한 요동 지역은 이후 중국계 왕조의 영토가 되면서 한국사의 밤위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26)

 

 

 

인근 지역인 가야의 왕도 김해신라의 왕도 경주는 몇 차례 방문했던 터라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아직 국내에서 제대로 가보지 못한 곳은 충청지역이다미륵사지의 중심 사역이 8,000전체 보존 구역인 400만 평에 달한다고 하니 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말로 들어왔던 익산의 미륵사지 석탑은 주인이 누구인지 궁금했다여러 곡절 끝에 2019년 재조립 공사를 마친 석탑의 장엄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구려와 영토 분쟁에 빠져 수도를 환도하는 과정에서 익산에 터를 잡게 된 백제왕궁지와 공부부여와 함께 익산 백제 역사유적 지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고 하니 다음에 꼭 한번 방문하고 싶다.

 

 

 

조선 시대 박자청의 발견도 의미 있었다영화 <천문>은 세종대왕 시절 세종과 장영실의 우정을 주제로 삼았다장영실인 자신의 재능으로 노비에서 종3품 고위직에 오른 공학자라면 박자청은 지방의 하인 신분으로 무려 종1품 공조판서까지 올랐다고 하니그는 조선 역사상 불세출의 개천에서 나온 용이라 할 수 있다.

 

박자청이 남긴 건축물로는 창덕궁과 경회루가 있다창덕궁은 태종이 개경에서 환도를 결정하고 박자청에게 새로운 왕궁을 만들라고 지시했다박자청은 풍수에도 능해 당시 창덕궁 터의 앞은 이미 종묘가 가로막았고뒤는 응봉에서 내려오는 경사지였다그는 창덕궁의 정문을 서쪽 끝에 두고 종묘를 피했고두 번을 꺾어 정전인 인정전으로 이르도록 했다.

 

그는 한양도성의 성곽 축성도 감독했다고 하니 말그대로 조선을 세운 건축기술자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저자가 소개한 건축사례 중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제주의 알뜨르비행장이었다.

 

조선을 강제 합병한 일제는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1937년에는 중일전쟁을 도발했다뒤이어 국가총동원법으로 한반도를 군수 기지화해 수탈했다조선의 청년 40만 명이 징병으로 72만 명은 징용으로 끌려가 이역만리에서 목숨을 잃거나 죽을 고생을 했다.

 

제주도 알뜨르비행장은 1937년 중국의 수도 난징을 폭격하기 위한 징검다리 기지였다난징 폭격을 담당한 나가사키 항공대가 난징을 폭격한 후 알뜨르비행장에 착륙해 연료와 폭탄을 보충하고이튿날 다시 난징을 폭격하고 나가사키로 귀환했다고 한다.

 

36회 출격과 300톤 정도의 폭탄 투하로 난징의 도시 시설 89%를 파괴했고일본군은 30만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한다.

 

태평양 전쟁의 분수령이 되었던 미드웨이 해전에서 승기를 잡은 미군은 공습으로 일제를 무력화해 규슈와 혼슈를 점령하는 몰락 작전을 진행하려 했다일제는 이에 맞서 전원이 죽음으로 본토를 수호하는 0호 작전을 펼쳤다일본 본토가 1호부터 6호까지 맡고 7호를 제주도가 맡는다는 내용이었다일본은 미군이 제주도로 상륙하리라 예상하고 군사 시설을 건립했다.

 

제주도의 360여 개의 오름 중 160여 개의 지하에 진지를 구축했고, 5개 사단보병 5만 8,000포병과 기갑부대 1만 6,000명이 주둔했다이는 하반도 전체에 주둔한 병력보다 많다고 하니 제주도에서 벌어질뻔한 상륙작전을 생각하니 끔찍할 따름이다.

 

미군은 제주도가 아닌 오키나와로 상륙했고오키나와 전투에서 인구의 60%인 12만 주민들이 사망했는데만일 제주도로 상륙했다면 피해는 더욱 컸을 것이다.

 

제주도에 일제의 군사 시설이 많이 있고포진지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몰락작전과 0호작전의 주요 전쟁터가 될뻔한 사실은 미처 알지 못했다.

 

오키나와 전투는 말그대로 원주민 학살이 자행되었던 전쟁이었다일제는 원주민을 먼저 동원해 미군의 총알받이를 수행하게 했기에 제주도 오름과 알뜨르비행장을 바라보는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다.

 

 

저자의 해박한 역사와 건축에 관한 지식은 같은 건축물을 바라봐도 이해의 깊이는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28개 건축사례를 통한 한반도의 역사를 관통하는 여정을 위해 <건축의 시간영원한 현재>는 좋은 동행이 될 것이다.

 

 

궁금하신 분을 위해 28개의 건축사례를 소개합니다.

 

고인돌(고조선─ 원시 예술이 쌓아올린 돌의 미학

국내성 장군총(고구려─ 만년 굳센 고구려 축조 기술

집 모양 토기(가야─ 높아서 신성하고 낮아서 편리하다

익산 백제 유적(백제─ 로맨티시스트 무왕의 왕궁과 사찰

경주 황룡사지(고신라─ 흔들리는 신라의 정교일체 랜드마크

구례 화엄사(신라─ 통일 시대대통합의 화엄도량

 

파주 혜음원지(고려─ 고려 국왕이 머무른 왕립호텔

안동 봉정사 영주 부석사(고려─ 건축 황금 시대의 수학적 미학

공주 마곡사(고려─ 입체미 입은 신사

 

궁정 건축가 박자청(조선 전기─ 도시를 읽다한양을 짓다

남원 광한루원(조선 전기─ 로맨스 꽃피는 달의 궁전

안동 임청각(조선 전기─ 고려 전통의 한옥보수 속에서 혁신하다

봉화 충재와 청암정(조선 전기─ 선비의 빈집대부의 정원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조선 중기─ 도 깨치는 전각과 자연 담는 누각

울산 서생포왜성(조선 중기─ 이 땅에 새겨진 임진왜란의 상흔

광주 남한산성(조선 중기─ 일상 품은 읍성일상 지킨 도성

화천 화음동정사와 곡운구곡(조선 중기─ 굴곡진 인간사도 흘러가는 별천지

 

영천 매산고택(조선 후기─ 조선 선비의 자가 격리

구례 운조루(조선 후기─ 집그림에 담긴 한옥의 이상향

창덕궁 연경당(조선 후기─ 효명세자의 예악정치와 궁중극장

성공회 강화성당(조선 후기─ 눈물의 섬에 띄운 서도동기의 방주

 

구 서울역사(일제 강점기─ 구보 씨의 경성과 타자의 건축

여수 애양원(일제 강점기─ 기억하라 존중하라 치유하라

제주 알뜨르비행장(일제 강점기─ 무모한 일제의 광란그 치욕의 유산

 

서울 세운상가(대한민국─ 굴곡졌던 어제혼란스러운 오늘다시 세운 내일

서울 절두산성당(대한민국─ 전통 문법과 독한 모더니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대한민국─ 불시착한 유에프오인가새로운 우주인가

군위 사유원(대한민국─ 건축의 근본을 다시 묻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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