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학자의 흑역사 - 세계 최고 지성인도 피해 갈 수 없는 삽질의 기록들 ㅣ 현대지성 테마 세계사
양젠예 지음, 강초아 옮김, 이정모 감수 / 현대지성 / 2021년 9월
평점 :
세계 최고 지성인도 피해 갈 수 없는 삽질의 기록들
현대지성에서 출판한 양젠예 교수님의 <과학자의 흑역사>는 기존의 과학교양서와는 다른 특징을 가진다. 통상 과학자의 업적을 부각하는 것이 당연할텐데 저자는 일찍부터 과학자들의 실패에 관심이 많았다.
저자인 양젠예 교수님은 1961년 란저우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화중과학기술대학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1995년 퇴직했다. 일찍부터 과학자들의 실패에 관심이 많이 갔다. 아인슈타인, 갈릴레이, 뉴턴, 스티븐 호킹 같은 천재들에게도 여전히 실수와 아집, 흑역사가 따라다녔지만, 이것이 실패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시작과 도약을 위한 영양분이 됨을 발견했다. 오히려 과학사 전체를 살펴볼수록 과학이야말로 “실패 없이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는 분야”임을 확신하고 그동안의 연구를 집대성하여 『과학자의 흑역사』를 펴냈다.
[ 과학자의 흑역사 책날개 중 ]
과학이 오늘날 인간의 의식을 선도하는 가장 결정적인 특징 중 하나는 자신의 이론이 틀릴 수 있고 수정될 수 있으며 새로운 이론이 나와 자신의 이론을 대체할 수 있다는 공동의 인식에 있다.
과학자에게 개척 정신은 권장되고 실패를 통한 새로운 사실을 추구하는 원동력이 된다. 과학자에게 실수는 새로운 발견과 창조를 위한 중간 단계와 같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저명한 과학자들이 저지른 실수와 권위를 가진 자신의 관점과 이론을 지키다 실수하는 장면을 소개한다.
책에서는 천문학자, 생물학자, 수학자, 화학자, 물리학자의 흑역사 26가지 이야기를 전달한다.
갈릴레이, 뉴턴, 린네, 퀴비에, 가우스, 오일러, 맥스웰, 아인슈타인과 같은 뛰어난 과학자도 흑역사가 있다. 성공한 일보다 실패한 일이 더 많았던 게 당연하고 성공의 순간까지 오랜 시간 실패의 시간을 거쳐왔다.
천문학자의 흑역사에서는 스티븐 호킹과 아인슈타인의 실수가 눈에 띈다. 호킹은 블랙홀의 경계가 가진 성질이 열역학의 엔트로피 법칙과 같다는 자신의 새로운 견해에서 시작하여 블랙홀에 대한 통념을 단번에 뒤집었다.
이 획기적인 발견으로 호킹은 당대 우주학에서 최고의 인물이자 공인된 권위자가 되었지만, 이 발견은 실수에서 비롯되었다.
처음에 호킹은 블랙홀 경계의 면적이 가지는 불변성을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과 연결 짓지 않았지만, 프린스턴대학교의 대학원생인 야코브 베켄슈타인이 블랙홀 경계의 면적이 블랙홀의 엔트로피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며, 이 면적이 이 블랙홀의 엔트로피량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호킹과 그의 동료 두 사람은 논문을 밢해 베켄슈타인의 논문에 나타난 ‘치명적인 약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호킹은 나중에 베켄슈타인이 아니라 자신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은 20세기의 지식 혁명이었다. 돌이켜보면 참 괴이쩍은 일이다. 왜 그전에는 우주가 팽창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까? - 스티븐 호킹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이용해 우주에 관한 한 가장 대담하고 뛰어난 연구를 진행한 물리학자다.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정적이라는 생각에 우주항을 도입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러시아의 수학자 알렉산드르 프리드만은 아인슈타인의 논문을 연구했고, 증명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음을 발견했다.
이 발견으로 우주가 팽창하거나 수축한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아인슈타인은 프리드먼의 논문을 비판했던 자신의 견해를 철회하고 그가 제시한 우주모형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책은 26명의 과학자가 과학 연구에서 겪었던 실수를 담고 있다. 때로는 잘못된 신념 때문에, 때로는 도덕적 결함과 선입관으로 수많은 실패를 겪었던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으며, 그 흑역사들을 통해 더 나은 길을 찾아왔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과학자들은 실수를 되풀이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 실수와 흑역사를 통해 과학은 더욱 진보한다. 우리가 수많은 실패를 통해 인생을 더 나은 방향으로 꾸려온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과학자의 실수를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기득권을 가지게 되는 과정과 어떻게 실수를 저지르는지 보여줌으로써 보통 사람에게도 이런 실수는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보어의 강연을 듣고 생물학에서 두각을 드러낸 델브뤼크, 베르누이에 의해 인정받은 오일러는 이후 베르누이의 자녀에 의해 러시아 예카테리나 대제의 눈에 들어 러시아에서 학문적 성과를 거둔다.
학창 시절 오일러 공식, 오일러 방정식, 오일러 정의 너무도 많은 오일러에 이게 도무지 한 사람인가 아닌가 궁금했던 적이 있었는데 오일러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에서 머무는 30여 년 동안, 400여 편의 논문, 886편이라는 엄청난 양의 수학 저작물을 인류에게 남겼다. 그는 삶이 멈출 때가 되어서야 계산하기를 멈추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을지 짐작할 수 있다.
독가스를 만든 독일의 유명한 화학자 프란츠 하버가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게 되었을 때 동료 과학자들은 엄중하게 항의했다. 하버가 1차 대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인 임머바르 박사는 남편에게 항의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버는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져 수많은 젊은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볼 수 없어 전쟁을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강력한 신무기를 만든다는 미명하에 독가스를 발명했다. 그는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많은 암모니아는 독일 농업의 질소 비료 수요를 채워주었고 폭약 제작에 필요한 재료로 군수공업에도 제공되었다.
당시 독일 황제 빌헬름 2세의 신임을 받았던 하버는 염소 가스, 이페리트 가스 등 독가스 연구개발에 착수했고, 화학병기 공장의 공장장을 맡아 독가스의 연구개발, 생산 감독을 총괄했다.
그가 개발한 독가스 5천 통은 벨기에 전역의 프랑스 군대에 살포되었고, 프랑스군은 5만 명이 사망하고 1만 명이 중상을 입었다. 1918년 전쟁이 끝났을 때 독가스로 사망한 숫자는 1백만 명을 넘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을 패배했고, 황금 5만 톤의 가치에 해당하는 전쟁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독일 사람들은 하버가 공기 중에서 질소를 채취했듯이 하버가 바닷물에서 황금을 채취하여 독일을 구할 거라 생각했다.
7년간 많은 인적 자원과 자금을 소모했지만 하버는 황금 채취에는 실패했다.
하버가 가장 충격을 받은 일은 정권을 잡은 히틀러가 자기 민족인 유태인을 박해하는 정책을 펼칠 때였다. 독일을 위해 46년간 헌신했지만, 하버는 독일에게 냉정하게 버림받았다.
과학자와 과학계에서 벌어진 흑역사를 통해 한 걸음 나아간 과학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과학자의 흑역사>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과학자의흑역사 #과학이야기 #양젠예 #강초아 #이정모 #현대지성 #과학 #과학자 #천문학자 #생물학자 #수학자 #화학자 #물리학자 #리뷰어스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