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말고 파리로 간 물리학자
이기진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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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엘 아빠 물리학자 이기진의 부캐 프로젝트

 

흐름출판의 이기진 교수님의 <우주 말고 파리로 간 물리학자>는 지금 이 순간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방법이라는 부제를 가진 그의 수필집이다.

 

저자인 이기진 교수님은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물리학 세계를 탐험하는 것을 본업으로 하고 있다낮에는 연구실에서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파를 통해 세상을 본다면 어떻게 보일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낸다밤에는 집 근처 이태원 거리를 남몰래 쏘다니다가 맥주 한 잔을 기울이고 주말에는 딸 채린의 집으로 가 고양이 밥은 주는 집사가 된다.

즐기는 사람이 되는 것그것 그대로를 만족한다.

우주 말고 파리로 간 물리학자 책날개 중 ]

 

이기진 교수를 대중에 널리 각인시킨 사례는 tvN의 프로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2NE1(투애니원)의 리더 씨앨의 아버지이자 마이크로파를 연구하는 대학 교수이자 과학자라는 사실이었다.

 

그가 소개한 파리에서 보낸 자녀들과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에선 왠지 모를 슬픔이 전해졌다이제는 아내가 함께하는 예전 가족으로 다시 파리로 갈 수 없기에 그의 눈에 깃든 서글픔이 느껴졌다.

 

하지만 즐기는 사람이 되는 것그것 그대로를 만족한다는 그의 삶의 이정표는 이 책을 쓰게 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짐작한다.

 

2NE1의 리더 씨엘이 미국에 진출해 노래를 불렀을 때너무 유창한 영어 실력에 놀랐지만다른 놀라운 사실은 그녀가 미국에 발을 내디딘 게 당시가 처음이라는 사실이었다알고 보니 씨엘은 일본에서 7프랑스에서 2년을 보내 해외 생활을 했고 영어 가수의 노래를 들어 영어 실력을 길렀다.

 

그녀가 해외에 거주하게 된 사연에는 아버지 이기진 교수의 연구 활동과 관련 있었다마이크로파를 연구하는 브르타뉴 낭트대학의 교수이자 친구인 제랄 교수와 연구 주제가 유사하고 당시 에어버스 비행기 재료를 연구하는데 같이 하자는 제안이 있어 설마 진담일까라는 생각도 했지만제랄 교수는 이기진 교수를 초대해 3개월 동안 함께 연구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뒤이어 이기진 교수가 제랄을 한국으로 초대해 자신의 집에서 같이 머무르는 동안 공동연구를 시작한 지가 이제 10년이 되었다고 한다그의 프랑스 생활은 순전히 제랄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부러운 점은 두 사람의 우정과 오랜 시간 가족처럼 지낸 시간이었다친한 친구 한 사람을 사귀기가 쉽지 않은데 가족 같은 친구를 둔 저자의 모습이 부러웠다.

 

이 책은 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하는 동안 자신이 느낀 점과 요리에 관한 내용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몽파르나스의 작은 방이 그리운 이유는 작은 주방이라는 말에 프랑스인의 요리 문화가 떠올랐다.

 

인당 소비하는 식비는 사람마다 큰 차이가 없으므로 엥겔계수는 저소득 계층에서 높게 나타난다소득에 관계된 만큼 엥겔계수는 후진국의 경우에 높게 나타나는데이에 반()하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프랑스'프랑스의 엥겔계수는 다른 선진국들을 훨씬 상회해 '엥겔의 법칙'의 한계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식사를 하나의 예술로 여기는 프랑스의 식문화가 그 이유이 문화는 프랑스를 세계 제일 요리 강국으로 만들어줬다.

 

저자는 파스타 하나가 가지는 의미와 조리법과 조리기구의 용례에 관해 본인의 그림과 함께 관련 이야기를 들려준다.

 

파리에 네 차례 여행하는 동안 보고 사용했던 음식 재료와 궁금했던 점이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 너무 반갑기도 했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기뻤다.

프랑스인은 냉장고에 음식 재료를 보관하기보다 다양한 재료를 매일 사서 요리하는 것을 즐기고 와인과 함께 음식을 먹는 문화도 선도하고 있다.

 

파스타 면 하면 항상 바릴라사가 떠오른다이 회사가 1877년에 세워진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이탈리아에서는 모두 바릴라사가 만든 면으로 스파게티를 만든다. (38)

 

유럽에서는 아침에 계란을 먹을 때 동그랗게 생긴 계란 전용 컵에 계란을 받쳐 먹는다이 받침대를 코르티에라고 한다코크티에로 계랸을 먹을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구가 있다바로 계란 깎기다계란 머리를 자르는 도구는 불어로 쿠프 에프’ 또는 시조 쿠프 에프라고 한다. (140)

 

계란 전용 깎기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쉽게 여기에 계란을 올려놓고 계란을 조심스레 놓고 힘들게 안 깨 먹어도 되었을 텐데역시 무엇이든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인생이다.

 

 

음식은 기억이다음식의 향은 더더욱 그렇다지금도 마들렌을 한입 베어 삼키면 향과 함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파리의 오스만 양식의 건물이 저절로 떠오른다아침 거리를 나서면 빵집에서 풍기는 크루아상과 빵 냄새는 파리를 떠오르게 한다.

 

 

프랑스는 우리가 먹는 음식을 발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756~1763년 사이 벌어진 프랑스와 영국의 7년 전쟁에서 프랑스 리슐리외 공작은 영국이 점령하고 있던 미노르카섬을 정복한다미노르카 원주민은 계란과 올리브유로 소스를 만들어 먹고 있었다리슐리외 공작은 이 소스를 처음 맛본 후 그 맛에 반하고 만다.

 

전쟁에 승리한 후 귀국하여 만찬회 자리에서 원주민한테 배운 소스를 마온의 소스라는 이름으로 손님들에게 선보였다전리품인 소스 마오네즈는 프랑스에서 유행한다그 후 마오네즈 소스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19세기 중반부터 마요네즈라고 불리게 된다.

 

마요네즈에 관한 다른 이야기도 있지만 어린 시절 삼총사에서 보았던 리슐리외 추기경의 이야기가 왠지 더 끌리게 다가온다.

 

 

저자가 머무른 파리 14구의 몽파르나스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19세기 파리에서 제일 물 좋은 동네는 몽마르트였다예술가들의 아지트였다하지만 가난한 예술가들이 몽마르트를 떠나 옮겨간 곳인 몽파르나스다.

 

피츠제럴드가 자주 들렀던 카페들이 이곳에 있다피츠제럴드와 그의 부인 젤다 세이어헤밍웨이헨리 밀러막스 자코브피카소마티스모딜리아니앙드레 말로사르트르의 1920년대 예술적 삶의 무대가 몽파르나스다.

 

이건 마치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의 한 장면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다파리는 확실히 사람을 끌어들이는 도시다.

 

 

이기진 교수는 파리가 마치 제2의 고향과 같다고 한다. 20대 후반아르메니아에서 공부하고 돌아가는 길에 들리게 된 파리는 한번 살아보고 싶은 도시였다아는 선배가 파리에서 유학하고 있어 그와 함께한 시간 동안 파리에서 생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파리는 언제나 다시 가고 싶은 도시이다다양성과 낭만이 넘치는 곳이고 자신만의 다양한 패션을 즐기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과 빵이 그득한 곳이다.

 

이기진 교수의 <우주 말고 파리로 간 물리학자>는 파리와 요리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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