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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책, 너라는 세계 - 어느 탐서가의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독서기!
박진희 지음 / 앤의서재 / 2021년 9월
평점 :
어느 탐서가의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독서기!
앤의서재에서 출판한 박진희 작가님의 <당신이라는 책, 너라는 세계>는 “23권의 책을 걷다 만나 22개의 너라는 세계!”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박진희 작가님은 서울에서 10년 넘게 책 짓는 일을 했고, 제주에 정착한 뒤론 육아와 함께 글 짓는 일을 한다. 그중에서도 책을 읽으며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것,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말할 때보다 들을 때, 자신의 글을 통해 타인의 삶이 드러날 때 행복을 느낀다. 읽고, 만나고, 쓰는 행위로 지속 가능한 일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 당신이라는 책, 너라는 세계 책날개 중 ]
저자는 여러 매체를 통해 인터뷰 기사 및 여행기를 연재했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여행을 시작했다.
스페인 카미노에서 만남 남자와 함께 제주도에 정착해 5년 전부터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최근 지은이 부부는 제주 시내 변두리에 30년 된 집을 사서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제주도에서 임대로 살던 집 바로 맞은 편이었다고 한다.
제주 여행에서 빠진 매력으로 제주에서 살아보자고 이야기를 나누고 제주도 주택을 눈여겨보던 터라 지은이의 이야기에 솔깃한 마음이 들었다. ‘제주도의 주택을 구입해 수리해 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새로 만든 그녀의 서재에 담긴 책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나만 그런지 몰라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이의 서재에 꽂힌 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괜히 같은 책을 읽었다면 묘한 동지 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어제 서울에서 내려온 젊은 커플이 책방골목에서 책을 보며 이야기하는데 A가 자신이 읽은 책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이야기하고자 신났지만 B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처럼 느끼고 자리를 뜨려 하자 A의 실망하는 눈치를 옆에서 지켜보았다.
박진희 님이 소개하는 도서 목록을 보고 모르는 책이 많았지만, 가끔 읽은 적이 있는 책을 보면 당시의 상황이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가 소개하는 도서 목록은 다음과 같다.
PART 1 너는 나를 꿈꾸게 한다
너를 만나고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알았다
김영하 <피뢰침> + 벼락을 쫓는 사람들
무모하다 해도 좋아, 행복했으니
존 크라카우어 <희박한 공기 속으로> + 꿈을 이루는 중인 사람들
꼴찌는 반드시 필요해
박민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꼴찌를 응원하는 사람들
우리 삶을 지켜낸 세상의 ‘익명’들에 대하여
이스마엘 카다레 <돌의 연대기> + 가치 없어 보이는 것들의 의미를 새기는 사람들
나도 인생의 ‘건너기’를 할 수 있을까?
줌파 라히리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기슭을 떠나 인생의 강을 건너는 사람들
행인1은 어느 길목에서 천사가 됩니다
하페 케르켈링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 서로에게 천사가 되어주는 먼지 같은 사람들
김영하의 소설집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에 들어있는 단편 소설인 <피뢰침>은 낙뢰를 맞고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화자는 오래전 번개를 맞아 지우고픈 과거지만 그 일을 거룩하게 여기는 ‘아다드’라는 모임을 알게 되어 다시 한번 번개를 맞기 위해 피뢰침을 들고 세계를 돌아다닌다.
예전 기억으로 이 소설에서 다루는 단편들이 모두 범상치 않았다. 나 역시 당시 회사에 다니던 터라 매일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를 제재로 기발한 발상을 펼치던 작가의 상상력에 빠져들었고, <피뢰침>을 읽는 동안 낙인된 사람의 모습은 저렇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계기였던 거로 기억한다. 이 소설은 2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라고 한다.
지금은 ‘삼미’ 팬이라고 하면 그런 야구팀이 있었는지 가물거리지만, 프로야구 출범 초창기에 보여준 삼미슈퍼 스타즈의 장명부 선수의 비상과 추락을 보았던 기억난다. 30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과 함께 약속했던 보너스 1억 원을 받지 못했고, 다음 해에는 삼미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다. KBO 역사상 최다 연패인 18연패를 기록한 삼미의 기록을 한화가 갱신하려 했을 때 다시 주목받았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과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부활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모두가 삼미 슈퍼스타즈에게 등 돌리던 때 친구들과 야구팀을 결성한다. 이름하며,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었고, 이들은 우연히 같은 운동장에서 야구 연습을 하던 팀과 경기를 하게 되는데, 이기려 하지 않고 일부는 지는 경기를 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저자의 남편이 응원하는 야구팀이 롯데 자이언츠라서 그런지 “삼미는 지기 위해 내려온 패배의 화신”이라는 표현에 슬픈 공감을 자아내는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았다.
PART 2 너라는 기적을 만나, 나라는 세계가 되고
사랑받지 못한 존재의 더 큰 사랑
토니 모리슨 <빌러비드> + 그럼에도, 사랑을 멈추지 않는 사람들
조카의 마음속엔 아직도 외계인이 산다
김초엽 <공생 가설> + 외계성을 간직하고 사는 사람들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
파커 J. 파머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 가장자리에서 중심을 응원하는 사람들
그렇다고, 늘 슬프고 불쌍해야만 하나요?
장 루이 푸르니에 <아빠 어디 가?> + 행복할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
누구든 ‘거짓의 사람’이 될 수 있다
스캇 펙 <거짓의 사람들> + 서서히 나아지기 위해 배우고 나누는 사람들
온기를 전하는 위대한 일에 관하여
홍은전 <그냥, 사람> + 세상 끝에서 지평을 넓히는 경이로운 사람들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아프리카 흑인들은 미국에서 오랜 기간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했다. 사슬에 묶인 채 짐짝처럼 배에 실려 낯선 땅으로 왔고, 사람이 아니라 노예의 신분이 되어 누군가의 부를 늘리기 위해 짐승처럼 교미당했고, 동물원에 갇혀 구경거리가 되었다. 태어난 자식이 자신처럼 노예가 되느니 죽는 게 낫겠다 싶어 아이의 목을 도끼로 찍는 일도 벌어졌다. (74쪽)
토니 모리슨은 죽었던 빌러비드와 그런데도 살아내는 세서를 만나게 해 노예제와 인종차별이라는 역사의 슬픔을 이야기한다.
노예 문제를 다루는 많은 책이 있지만, <빌러비드>는 특히 아픔이 진하게 다가왔다. 가장 원초적인 사랑인 엄마의 사랑이 얼마나 슬프게 발현하고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는 자라면서 일곱 살 이전의 일들은 대부분 기억하지 못한다. 인간의 몸에 공생하던 외계인이 떠나면서 그 기억을 가져간다는 기막힌 생각을 김초협 작가는 <공생가설>을 통해 보여준다.
자신의 영감은 랩실에서 나온다고 했던 김초엽 소설가는 화학을 전공한 공학도이자 청각장애인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글 속엔 평범치 않은 인간들이 자주 등장한다.
PART 3 끝끝내, 당신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마음에 대하여
너무나 다르지만, 우리도 가족입니다
안나 가발다 <함께 있을 수 있다면> +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사람들
쉬운 것부터, 대신 다신 돌아가지 않기로
콜린 베번 <노 임팩트 맨>, <지구별을 사랑하는 방법 100> + 지구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받는 이도 하는 이도 기쁜 추모는 없을까?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 끝끝내,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관계
사드 카하트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 결국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들
나는 이상형과 결혼했다
아모스 오즈 <나의 미카엘> + 때론 다투고, 때론 토닥이며 오랜 시간 함께하는 사람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는 한 가족이 하와이에서 엄마의 제사상을 차리는 소재로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시대를 거스르는 페미니스트였던 엄마 심시선의 ‘제사를 지내지 마라’는 유언대로 가족은 10년간 제사를 올리지 않았지만, 10주기를 맞이해 조금 더 특별한 방법으로 엄마를 추모하고자 하와이에 모였다. 제사 음식을 차리는 것이 아니라, 하와이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엄마를 기릴 수 있는 의미 있는 것을 상에 올리자고 큰딸이 제안한 것이다.
2021년 추석 명절 하루 앞을 맞이해 올해 추석은 코로나 정국으로 몇몇 가정에서 차례와 제사상이 아닌 간단한 추모와 기념을 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제사가 싫은 것보다 누군가는 제사를 준비하는 방대한 일거리를 주도적으로 해야 하고, 누군가는 맡은 일을 하지 않으려 하는 행동이 분란을 일으킨다. 그래서 추석과 설날 연휴가 끝나면 이혼 신청 건수가 폭증하지만, 올해는 다행히 그런 일은 없을 거로 예측된다.
최근 <유다>라는 작품으로 관심이 있었던 아모스 오즈의 <나의 미카엘>은 알고 보니 책장의 한쪽에 있는 책이었다.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얼른 읽어봐야겠다.
아모스 오즈는 세상으로부터 핍박받은 유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유대인이었지만, 복수로 핍박을 대물림하는 이스라엘의 이중성을 꼬집는 유대인이었다. <나의 미카엘>은 첫 만남 이후 자연스럽게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한나의 시선으로 써 내려간 미카엘이라는 남자의 전반적인 이야기가 소설의 내용이다.
팔레스타인과의 평화를 외치는 소설가는 자신의 나라에서 존경과 미움을 함께 받았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제약과 핍박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진다. 국내 정세는 불안하지만, 그 속에서도 사랑하는 연인의 이야기라고 하니 기대된다.
PART 4 이토록 작지만, 우리를 구원하는 것들
인정하고 기다리고 응원하는 세상을 꿈꾸며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 어린이한테 배우는 사람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삶은 기적이 된다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 무너진 공든 탑을 다시 쌓아 올리는 사람들
지금도 뜨겁게 사랑할 테야
사이 몽고메리 <문어의 영혼> + 좋아하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
성실하고 열정적인 ‘워킹그랜드마’가 되기 위해
안셀모 로베다 <할머니의 트랙터> + 워킹맘이라 불리는 사람들
그 추억이 지금의 나를 살게 할 테니
조던 스콧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 추억하며 살아갈 힘을 얻는 사람들
사이 몽고메리의 <문어의 영혼>은 문어에 대해 하나에서 열까지 설명하는 책이다. 문어는 높은 지능과 외부 생명체와 장난을 걸기도 하는 매력적인 동물이다.
문어는 짝짓기하는 짧은 시간을 제외하고, 태어나 죽을 때까지 홀로 사는 동물이다. 어미는 생애 단 한 번 알을 낳고 새끼가 태어나기 전에 죽기 때문에, 갓 태어난 문어는 세상에 대해 아는 바가 하나 없지만, 영리한 머리 덕에 짧을 생을 제대로 살아간다.
일전에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을 보고 깊은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저자의 소개를 들으니 <문어의 영혼>에서 그리는 문어의 모습이 한층 기대된다.
책을 좋아하는 분에게 <당신이라는 책, 너라는 세계>는 마치 독서 모임에서 능숙한 진행자가 들려주는 독서 에세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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