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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평점 :
한번 휩쓸린 여론은 무엇을 어디까지 쓸어버릴 수 있는가?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인생이 영원히 바뀐 세 영혼이 이야기
21세기 찰스 디킨스의 등장을 알린 역작으로 소개하는 메가 마줌다르의 <콜카타의 세 사람>은 인생을 살아가다 우연한 사건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드러내 보이는 소설이다.
저자인 메가 마줌다르는 단 한 권의 소설로 “21세기의 찰스 디킨스” “포크너에 버금가는 작가” “차세대 줌파 라히리” 등의 찬사를 받은,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인도 출신 미국 작가. 1987/1988년 인도 서벵골주 콜카타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 콜카타의 세 사람 책날개 중 ]
서벵골주 콜카타에서 태어났기에 누구보다 콜카타가 가지는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벵골은 과거 힌두교를 믿는 서벵골과 이슬람교를 믿는 동파키스탄(현재의 방글라데시)으로 강제 분할되었고, 시간이 지나 힌두교도들은 이슬람교도와 반목하고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
더군다나 콜카타는 델리 이전의 인도의 대영제국 당시 수도였기에 발전과 퇴락을 함께 겪어가는 도시이다. 영화 <시티 오브 조이>는 콜카타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소설 <콜카타의 세 사람>은 콜카타에서 벌어지는 콜라바간 기차 테러 사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지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없자 생각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말은 적는다.
아무도 내 글은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빛나는 작은 화면을 바라보다가 바보 같은 말을 써넣었다. 위험한 말, 나 같은 사람은 생각조차 해서는 안 되는 말을. 용서해요, 엄마. “경찰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을 돕지 않는다면, 죽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본다면, 정부 역시 테러리스트라는 뜻 아닌가요?” (12쪽)
경찰은 기차 테러 용의자로 지반을 지목하고 그녀와 테러 단체와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구속과 함께 재판이 진행된다. 대중은 마녀사냥을 원한다.
언론에 흘리는 뉴스는 진실이 무엇인지는 관계없이 욕받이가 필요할 뿐이다.
“대중은 피를 원한다. 언론은 죽음을 원한다.”
트랜스젠더이자 배우를 지망하는 러블리는 지반에게 영어를 배운다. 영어를 배우면 배역을 맡기 유리할 거라 생각해 지반에게 호의를 받아 재판에서 지반을 위한 증언을 한다. 하지만 배역을 결정하기 위해 지반과의 관계를 분명하게 하라는 말을 들은 러블리는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체육선생은 티비에서 방송하는 콜카타의 빈민가에서 체포되는 여성을 보고 놀란다. 백열두 명이 사망한 테러가 일어난 콜라바간 기차역 옆 빈민가에서 한 무슬림 여성은 테러리스트를 도왔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뉴스에 등장한 스물두 살의 여성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교에서 ‘자선 대상 학생’이었던 지반이다. 체육선생은 국민복지당의 집회에 참석해 고위 간부의 눈에 들게 되고 정치적인 성취를 위해 재판에서 필요에 의한 증언에 마다하지 않는다.
지반의 재판 과정에서 밝혀지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익을 취하려는 집단은 이런 사건이 발생할 개연성이 충분한 콜카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서도 벌어질 수 있는 보편적이 사건이라는 점을 소설은 지적한다.
인간의 내밀한 욕망과 차별을 극복하고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자신의 이익과 손해를 잴 수밖에 없는 개인의 모습에서 <콜카타의 세 사람>은 바라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대중의 속성에도 일침을 가한다.
인도의 4대 도시 콜카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콜카타의 세 사람>을 통해 인도의 내밀한 모습을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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