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클래식의 발견 - 지휘자가 들려주는 청취의 기술
존 마우체리 지음, 장호연 옮김 / 에포크 / 2021년 8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831/pimg_7474312953087210.jpg)
지휘자가 들려주는 청취의 기쁨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특유의 향기가 난다. 다소 점잖은 어투에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느낌이 든다. <클래식의 발견>은 레너드 번스타인의 후학이자 동료로 18년간 함께 작업하며 번스타인의 만년 작품의 초연을 맡아 지휘한 존 마우체리의 음악에 관한 헌사이다.
클래식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책은 주로 음악전문가, 연주자, 지휘자, 음악 전문 기자, 애청자가 작가로 등장한다. 자신이 맡은 한 가지 영역에서 집중한 경험을 토대로 글을 풀어내는 경우가 당연한데 연주자와 관객을 조율하는 지휘자는 음악은 느끼는 정도가 남다르다.
마치 교향악단의 연주에서 모든 연주 파트의 악보를 이해하고 작곡가의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인물이 지휘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금난새 님이나 서희태 님의 글에서 느껴지는 품격이 이 책에서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이해, 유명 작곡가와 동시대를 살아온 자부심이 <클래식의 발견>에는 묻어있다.
음악은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시간을 통해 경험되는 예술이므로 이해하려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게다가 변화무쌍하다. (21쪽)
음악은 영화와 여행처럼 나를 다른 시간과 경험이 우리를 이끄는 예술이다. 우리가 접하는 고전음악은 18세기 첫 10년 새에 시작한다. 역사가들은 이를 ‘절정기 바로크 시대’라 부르며, 이어지는 시기를 ‘고전주의 시대’(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음악), ‘낭만주의 시대’(1800년대 초 베토벤과 슈베르트에서 시작하여 19세기 말까지 이어진다), ‘현대’(인상주의 표현주의, 실험주의 같은 범주들로 나뉘며 현재는 미니멀리즘을 포함하는 포스트모던 시대다)로 분류한다. (27쪽)
클래식의 발견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저자인 존 마우체리가 오페라 지휘를 많이 해서 오페라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점이다.
저자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지휘하고 굉장히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전달해야 하는 자신의 입장이 버거웠다고 고백한다. 봄의 제전을 처음 들었던 당시 관객들의 아우성만큼이나 이 작품이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폭력의 모습에 쉽게 지휘하지 못한다.
오페라의 아버지 베르디 작품에 담긴 이야기와 <라보엠>을 처음 접했을 때의 감동을 관객들이 오랜 시간 기억하듯이 중추적인 레퍼토리를 가진 작품들은 시간을 초월해서 살아남는다.
바그너는 <니벨룽겐의 반지> 연작을 작곡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고, 1876년 8월에야 전곡이 완전하게 공개되었다. 그는 전체를 한꺼번에 세계 초연에서 공개하려고 했지만, 그의 후원자인 바이에른의 국왕 루트비히 2세가 하루빨리 보고 싶어 해서 앞의 두 오페라가 따로 먼저 초연되었다.
이중 <발퀴레>의 3막에 등장하는 ‘발퀴레의 비행’은 지옥의 묵시록의 메인 테마곡으로 널리 알려졌다. 영화와 관련한 존 윌리엄스의 <스타워즈> 테마곡들도 영화에서 특정 인물과 대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작곡한 곡이 청중과 함께 호흡하는 곡이 되었다. 오늘날 <스타워즈>의 테마곡이 누렸던 지위를 120년에는 바그너가 누렸다.
오페라는 잘 모르지만, 바이에른과 로마에서 느낀 바그너와 베르디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오페라의 두 거장과 관련한 개인사와 작품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오페라를 감상할 때 더욱 공감할 수 있는 배경이 될 것이다.
이 책은 클래식 전반에 관한 소회를 풀어놓고 있는 책이지만, 특히 오페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을 도서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오페라 이야기를 듬뿍 들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클래식의발견 #존마우체리 #장호연 #에포크 #클래식 #지휘자 #음악 #고전음악 #책과콩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