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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로 가는 간호사
시라카와 유코 지음, 전경아 옮김 / 끌레마 / 2021년 7월
평점 :
“우리는 세상의 슬픔에서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
조금 전 도쿄 올림픽 선수단 입장을 볼 때, 시리아 국가대표 탁구 선수가 12세의 유망주인데, 내전으로 사정이 좋지 않아 연습 도중 정전이 된 경우가 자주 있으며, 탁구공과 라켓을 제대로 구할 수 없었다는 아나운서의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시리아 내전이 도대체 얼마나 심하길래 국민에게 어떤 영향이 있길래 탁구 국가대표가 공을 구하기 힘든 걸까?
시리아 내전의 발단은 시리아 남부의 다라라는 도시에서 ‘체제 타도’를 부르짖던 소년들의 낙서였다.
아사드 정권은 그 낙서의 범인으로 아직 열여섯 살밖에 안 된 소년들을 체포했다. 소년들은 무시무시한 고문을 받은 끝에 온몸이 상처투성이 시체가 되어 가족 곁으로 돌아왔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시리아 독재정권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시위로 발전했다.
시리아의 아사드 대통령의 출신인 알라위파는 이슬람교 소수파임에도 정권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시리아가 정부 측과 반정부 측으로 나뉘어 내전을 시작하던 당시, 아사드 정권과 함께 알라위파도 반정부 측에는 증오의 대상이었다.
텔레비전 채널에서 국경없는의사회의 후원 광고를 보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읽었던 책은 이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끌레마에서 출판한 시라카와 유코 지은이, 전경아 옮긴이의 <전쟁터로 가는 간호사>는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간호사인 지은이가 경험하는 전장에서의 구호 활동에 관한 기록이다.
감히 전장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내전이라 하지만 실재 아프가니스탄의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병원이 공중 폭격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저자인 시라카와는 일본에서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하던 2014년 2015년 한국의 국경없는의사회 사무소가 생길 당시 일본 사무소가 운영지원을 맡아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고 한다.
간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수술실 간호사’가 되어 3년간 경험을 쌓고 이후 호주에서 가톨릭대학에서 간호를 전공했다. 모든 것이 국경없는의사회를 가기 위한 관문이라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간호사로 구호 활동을 하게 된 이슬람국(IS) 점령지 모술, 라카와 시리아, 남수단, 예맨, 팔레스타인의 상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여성과 아이들이 전장에서 겪는 비참함은 더 끔찍하다. 모술에서 일하는 한 여자 직원은 3년 동안 한 번 외출했는데, IS의 규율에 따라 모든 신체 부위를 다 가렸지만, 장갑을 끼지 않아 IS에 붙잡혔다고 한다. 손이 삐져나와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때 느낀 공포로 안면마비에 걸렸다고 한다.
IS 전투원은 모술에서 지나가는 사람의 손가락을 잡고 냄새를 맡아 담배 냄새가 배있으면 손가락을 잘랐다.
자살폭탄테러가 터지고 지뢰 환자가 병원으로 오면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 출혈이 심해 한시라도 빨리 수술하지 못하면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모술과 라카에서 폭격환자가 너무 많아 저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목숨을 잃는 환자가 부지기수다.
시체가 끊임없이 떠밀려 내려오는 남수단, 일부러 총을 맞으러 나가는 팔레스타인의 청년들, 아랍의 봄과 함께 독재정권은 끝났지만, 더 악화한 정국 불안정으로 내전을 겪고 있는 예멘 이들 나라에서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전쟁터에서 병원이 파괴되어 피해자가 의료시설을 구경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장에는 구호 활동을 하러 들어간다는 것이 전쟁에 참여한다는 것과 다름없다. 오늘도 많은 생명이 의료 사각지대에서 목숨을 잃고 있었다.
<전쟁터로 가는 간호사>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세계의 참사를 경험한 간호사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루빨리 이들 나라에서 내전이 종식되어 평화와 함께 병원에 마음 놓고 갈 수 있는 시간이 오길 바란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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