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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나를 만나는 기쁨 - 일흔의 노부부가 전하는 여행길에서 깨달은 것들
원숙자 지음 / 유씨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일흔의 노부부가 전하는 여행길에서 깨달은 것들
유씨북스에서 출판한 원숙자 작가님의 <온전한 나를 만나는 기쁨>은 저자가 오랜 시간 기록한 여행 에세이다.
원숙자 작가님은 어려서부터 글을 썼다고 한다. 나이 먹어가면서도 틈틈이 글을 썼다. 이번 여행산문집 『온전한 나를 만나는 기쁨』에는 국내외를 여행하며 써놓았던 산문 24편 중 ‘인생, 여행, 가족의 의미’를 주제로 13편만 선별해서 묶었다. 여행은 내 삶이 아닌 딴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느끼며 기록하는 것, 그리하여 그를 통해 몰랐던 것, 알고도 그냥 지나쳤던 것, 잊고 지냈던 것, 무심했던 것을 기억해내고 온전한 나를 만나 미래를 찾는 길이라 생각한다.
[ 온전한 나를 만나는 기쁨 책날개 중 ]
내후년이면 결혼 50주년이라고 한다. 반세기의 세월을 반려자로서 서로 취미도 비슷하고 같이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고 무엇보다 건강이 허락해서 이런 글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부러웠다.
여행을 가면 사진을 찍고 간단한 기록을 남기고 오지만, 작가님은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해서인지 여행하는 동안 호텔에서 꼼꼼하게 당신이 그날 느낀 점과 여행 정보를 세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역시 기록하는 사람이 풍부한 인생을 사는 것인가?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13편의 산문은 다음과 같다.
1. 비 내리는 날에는 칡차를 - 전남 여수 돌산도 | 1988
2. 백록과 함께 울었다 - 제주 서귀포 한라산 | 1994
3. 거기에 머물면 산다 - 강원 인제 방태산·개인산 | 1999·2000
4. 꿈은 더뎌도 이루어지는 것이니 - 중국 지린성 백두산 | 2002
5. 자연을 닮은 삶 - 경북 울릉 울릉도 | 2002
6. 어찌 한 번 보고 보았다고 하랴 - 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르 | 2003
7. 바다색은 언제나 하늘색을 닮는다 - 전남 신안 홍도·흑산도 | 2004
8. 청산에 살어리랏다 - 북한 강원 금강산 | 2006
9. 흘러라, 동강아 - 강원 정선 아우라지·영월 동강 | 2007
10. 여행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 - 독일·오스트리아·이탈리아·스위스·프랑스·영국 | 2010
11. 울산 아지매들이 있는 길 - 경북 울진·울산 | 2012
12. 천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 터키 8개 도시 | 2013
13. 닮은 구석이 많은 가깝고도 먼 친구 - 중화민국 타이베이·신베이 | 2017
여행산문집을 즐겨 있는 편이라 원숙자 작가님의 산문집에서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여행산문집이지만 사진이 한 장도 없다. 대신 항상 남편과 같이 여행지에서 행동을 남긴 그림이 인상적이다. 오롯이 여행지에서 느낀 점을 풀어내고 있다. 표지에 등장하는 터키 카파도키아의 열기구를 타고 내려서 두 분이 춤추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여행지에서 기쁨에 겨워 행복한 춤을 춰 본 적이 있었나? 작가님은 남편과 사이가 좋다는 느낌이 든다. 두 사람은 자녀들이 각자 가정을 꾸리고 있어 건강하지 못하면 그들에게 누가 될 수 있으니,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걸어보자 다짐한다.
“걸으면 살고 누우면 죽는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장범준의 여수 밤바다가 공전의 히트를 해 여수를 찾는 관광객이 많다. 많이들 가는 돌산도가 돌이 많은 산이라 돌산도인 줄 알았는데, 이름의 유래가 다르다. 이 지역의 이름난 팔대 명산(천왕산, 두산, 대미산, 소미산, 천마산, 수죽산, 봉황산, 금오산)이 있다는 뜻에서 여덟 팔 자, 큰 대자가 들어 있는 한자인 돌 자에 뫼 산 자를 붙여 ‘돌산突山’이라고 한다. 아니 어찌 이럴수가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두 분은 당시에는 해외여행은 다녀온 적이 없어 손수 운전하면서 국내 외진 곳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돌산도도 그렇게 만났다고 한다. 지금은 돌산대교와 나로도까지 도로가 연결되어 있지만, 두 분이 여행할 당시인 1988년에는 돌산교를 공사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2002년 백두산 여행을 갈 때에는 속초 국제선박 터미널에서 동춘호를 타고 17시간 배 여행을 한 후 연해주의 자루비노항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육로로 중국 지린성 훈춘시를 거쳐 ‘백두산’에 도착했다고 한다. 장백폭포도 보고 마침내 높이 2,744m로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 정상에 올랐다. 천지의 둘레는 14㎞나 되고 쪽빛 물결이 윤슬은 아름답다. 잊을 수 없는 장관이다.
다음번에는 통일이 이루어져 북한을 통해 다른 쪽에서 올라올 수 있기를 바라며 감동을 마음속에 담아둔다.
앙코르 유적이 있는 도시는 씨엠립이다. ‘씨엠’은 ‘타이’를, ‘립’은 ‘물리침’을 뜻한다. 이름 그대로 타이와 싸워 이긴 도시다. 캄보디아는 그 옛날부터 타이, 베트남과 이 지역의 패권을 두고 다투어 왔다. 19세기 말에는 프랑스의 지배도 받았고, 1978년에 베트남의 공격을 받았는데, 그 전쟁은 10년이 넘게 걸렸다. 씨엠립은 근처에 돈레삽 호수가 있어 캄보디아 역사에 영광과 상처로 남아 있다.
호수는 메콩 강으로 연결되어 베트남과 라오스 그리고 중국까지 이어진다. 크메르제국은 이런 지정학적인 이점을 살려 동남아시아 전역을 제패할 수 있었다.
“사람으로 태어남이 이 세상으로 떠나는 여행의 출발이요,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만남과 이별, 슬픔과 기쁨, 온갖 부대낌은
여행하면서 보고 느끼며 온갖 불편함에 숙달되는 그 과정과 다를 바 없다.
삶의 끝이 죽음이듯, 여행의 끝은 떠났던 자리로 돌아오는 것.
'어떤 삶을 사느냐' 하는 것이 순전히 자신에게 달려 있듯
여행에서 '어떤 것을 보고 느끼는가 하는 것 역시 자신에게 달려 있다.”
앙코르와트의 정문은 서쪽으로 나있다.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사원을 지은 ‘수야바르만 2세의 사후를 위해서’라는 말이 설득력을 가진다. 정문이 서쪽에 있어서 해 뜨고 지는 광경이 장관이다.
작가님은 유럽 여행을 포함해, 터키의 8개 도시를 다녀왔고, 여러 여행지의 기록을 남겼다. 이번 에세이를 읽는 동안 참으로 배우고 느끼는 점이 많았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사랑하는 부부가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오랜 기간 함께 행복한 여행을 다닌다는 점이다. 사랑과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면 시도하기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한마디씩 남겨두는 조언은 가슴 깊이 새길만 하고, 여행지에 관한 정보도 꼼꼼하게 기록하고 전달한다. 다음 여행을 가면 작가님처럼 기록을 남겨 앞으로도 여행을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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