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의 이의신청 - 영화감독 켄 로치, 다른 미래를 꿈꾸다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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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켄 로치, 다른 미래를 꿈구다

 

오늘 소개할 책은 지금과 다른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은 틈새의시간에서 출판판 박홍규 교수님의 <비주류의 이의신청>이다.

 

저자인 박홍규 교수님은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저술가이자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이며 인문·예술의 부활을 꿈꾸는 르네상스맨이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아내와 함께 작은농사를 짓는다. 자유·자연·자치의 삶을 실천하고자 늘 노력한다.

[ 비주류의 이의신청 책날개 중 ]

 

그는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로 전공뿐만 아니라 정보사회에서 절실히 필요한 인문·예술학의 부활을 꿈꾸며 왕성한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수님의 강의를 애청하는 독자이자 평소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준 적이 있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감독 켄 로치의 작품 세계를 통해 감독이 가진 정신과 영향을 소개한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을 때, 개인적으로 영화를 좋아해 시청할 영화 목록으로 황금종려상 수상작을 챙겨보았다.

 

황금종려상을 2회 이상 받은 감독은 지금까지 7명이 있다. 그중 최근까지 활동한 감독은 다르덴 형제, 미카엘 하네케, 켄 로치 감독이 대표적이다. 이들 감독의 영화를 보며 특히 켄 로치 감독의 영화는 마음을 움직이는 강한 힘이 느껴졌다.

 

2019<미안해요, 리키>는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주인공과 실업과 자영업을 하기 위해 택배 차량을 구입하고 가족 모두가 그를 도우려 했던 일이, 규정에 어긋나 오히려 일자리를 뺏기는 모습을 보았다. 시간이 쫓기는 주인공은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어 우유병에 소변을 처리해야 할 정도로 치열하게 살지만 삶은 행복을 허락하지 않는다.

주인공이 경험한 하루하루에 너무나 많은 공감과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나는데 저자는 켄 로치 감독의 거의 모든 작품 세계를 조망한다.

 

켄 로치를 찾아서, 켄 로치를 따라서

영화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켄 로치 감독은 제게 매우 특별한 사람입니다. 사십여 년간 노동법과 사회보장법을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저는 언제나 그의 영화를 수업의 기본 교재이자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꼭 필요한 사고와 실천

의 기준으로 삼아왔습니다. 가령 2019년의 미안해요, 리키>는 노동법, 2016년의 <, 다니엘 블레이크는 사회보장법의 교과서였어요. 아니, 그가 만든 모든 작품이 그렇습니다. 그가 걸어온 구불구불한 길이 그렇습니다. 그러니 이 세상 누구보다도 그는 중요한 스승이자 친구입니다. (17)

 

 

1942년 영국 노동부 차관 윌리엄 베버리지의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광범위한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고, 1970년대 노동조합의 투쟁에 따른 임금 상승, 국영 기업의 방만한 경영은 영국을 소위 고복지, 고비용, 저효율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적인 악순환에 빠지게 했다.

 

1979년 대처 총리의 취임 후 정부와 노조의 강경 대응은 걷잡을 수 없었고, 1985년 석탄산업 노조는 조건 없이 항복했다. 이후 대처 정부는 가스, 전기, 철도, 수자원 공사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실업자 수는 300만 명에 이르게 되어 복지 천국에서 제조업이 쇠락한 국가로 전락했다.

 

켄 로치 감독은 계급이 분명한 영국에서 노동자의 아들로서는 보기드물게 법학부에 진학했다. 졸업 후 연극을 하다 1963년에 BBC에 입사해 정치적인 드라마를 만들었다.

 

켄은 무조건 노동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노동당의 우경화에 반대했을 뿐 아니라 공산당의 스탈린주의는 더욱 싫어했다. 그는 대처 총리 시절 보수당 집권하에서 여러 번 검열을 당하고 몇 번이나 상영 금지를 당했다.

 

스페인 전쟁을 다룬 1995년 작 <랜드 앤 프리덤>의 상영 당시 제목은 <대지와 자유>였고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다. 니카라과 민중투쟁을 소재로 한 <칼라 송>, 1920년대의 아일랜드 독립전쟁을 다룬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도 인상적이었다.

 

영국은 아일랜드를 팔백 년 동안 침략하고 지배했다. 아일랜드에 대한 잉글랜드의 침략은 아일랜드가 노르만 왕조의 직할령이 된 116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잉글랜드의 아일랜드 완전 정복은 1542년 헨리 8세에 의해 마무리된다. 그 뒤 1641년에 반란을 일으킨 아일랜드의 가톨릭교도들은 1642년 잉글랜드 내전이 일어나자 신교도 왕당파와 함께 국왕을 지지했다. 이에 올리버 크롬웰은 항복을 거부하는 지역을 정복하고 수비대와 시민 모두를 학살했으며, 1650년 여름까지 대다수 지역을 정복하면서 잔인하기 짝이 없는 초토화 작전을 벌였다. 이때 아일랜드인의 약 20%인 이삼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1652년 아일랜드인에게 잉글랜드 이주민 삼천 명이 학살당하자 크롬웰은 탄압을 시작한다. 아일랜드 본토의 켈트족과 대립시키겠다는 흑심을 품고 청교도 스코틀랜드계 켈트족을 아일랜드 북쪽인 얼스터 지방으로 이주시킨 것이다.

 

이 사건이 바로 현재까지 계속되는 아일랜드 분단의 시작이었다. 학창 시절 지금의 IS처럼 IRA는 테러를 대표하는 단체였고, 아일랜드 독립 전쟁이 한 가정에 미치는 영화가 <보리밭은 흔드는 바람>이었다.

 

 

<,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목수인 블레이크가 실직해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이야기는 사회 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경우,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거짓 없이 보여준다. 이 작품 역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저자는 할리우드 영화를 주류로 받아들이는 한국 영화시장에서 유럽 영화는 비주류에 인정하고 특히 영국 영화 시스템을 소개하는 부분은 기억할 만하다.

 

문학을 기반으로 한 영국 영화는 신분 계층이 높은 사람이 주로 연기를 하고 좋은 배역을 맡는다. 우리는 잘 알지 못하지만, 영국에서는 암암리에 뿌리 깊은 사회 계층에 따른 역할이 배우나 말투, 행동, 생활에서 드러난다고 한다. 영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가지는 켄 로치 감독은 그런데도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에게 주목한다.

 

영화 촬영 현장 스태프도 힘들게 일을 한다. 우리나라의 봉준호 감독은 표준 근로계약을 준수하며 영화 촬영 작업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가 유명한 이유는 이런 일이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밤샘 촬영이 일반적이고 근무 외 작업이 자주 일어나는 영화 현장에서 근무 시간과 표준 계약을 지키는 것이 특별해 보이는 것이다.

 

켄 로치 감독도 철저히 민주적이고 자유롭고 평등한 분위기에서 영화를 만든다고 한다. 한두 명의 스타에게 엄청난 출연료를 지급하면서 나머지 수많은 스태프로부터 노동력을 착취하는 악마적인 시스템은 없다고 한다.

 

켄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하층민들(1991)>은 각지에서 런던의 공사판으로 모여든 노동자들의 모습을 통해 대처리즘 하의 비전 없는 삶을 다룬다.

 

저자는 켄 로치 감독의 열렬한 팬으로 많은 작품을 이 책을 통해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내가 본 3편의 영화 모두 인생 영화에 속하는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켄 로치 감독의 다른 영화를 통해 당시 영국의 모습을 되새기고 싶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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