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와 철학자들 - 덕질로 이해하는 서양 현대 철학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20
차민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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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로 이해하는 서양 현대 철학

 

자음과모음에서 출판한 차민주 작가님의 <덕후와 철학자들>은 서양 철학자들의 중심개념을 가장 재미있고 알기 쉽게 풀어쓴 책이다. 고교 시절 국민윤리(?) 물론 지금은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으로 과목명도 변경되었지만, 윤리 선생님이 알려 주신 철학자에 관한 내용은 너무 이해하기 난해했다.

 

이 말이 저 말 같고 개념어로 쓰이는 라틴어(?)처럼 보이는 단어들은 쉽게 머리에 자리 잡지 않았다. 단언컨대 지금 고등학교 인문계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과목을 선택한 학생과 학부모라면 <덕후와 철학자들>로 복잡한 철학자의 개념을 깨끗하게 정리해줄 것이다.

 

이제 나이가 중년이 넘어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서양 철학사부터 정리하고자 하지만 여전히 개념을 잡기가 만만치 않다. 철학책 입문서 자체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완독하고 이해하기도 만만치 않다.

 

<덕후와 철학자들>에서 소개하는 핵심 내용만 잘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면 철학을 더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제목에서 나타나는 덕후라는 말은 처음에는 사용하기 꺼렸던 단어인데, 일본에서 들어온 단어라고 하지만 단어가 이 정도 생명력을 가지고 한국 사회에 폭넓게 사용된다면 이제는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야겠다.

 

나 역시 BTS의 팬인지라 작가님의 <BTS를 철학하다>에서 노랫말과 그들의 인터뷰, 행동으로 철학의 관점을 집필했을 거라 생각한다.

 

작가님은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며 소설, 음악, 스포츠, 커트러리, 목재, 조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덕질을 해왔다고 한다.

 

진정한 고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사람이다.

 

철학의 개념을 쉬운 그림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했고, 철학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덕질 현상의 사례를 들어 머리에 속속 이해하게 한다.

 

시니피에 vs. 시니피앙

 

스타를 사랑하는 팬들은 좋아하는 대상에게 별명이라는 후천적 이름을 지어 준다. 현대 언어학의 창시자이자 기호학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낸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는 기호란 뜻(기의)과 이름(기표)이 결합된 약속이라고 했다.

소쉬르는 기호를 구성하는 기의()를 시니피에, 기표(이름)를 시니피앙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40년 후, 철학자 라캉은 소쉬르와 다르게 시니피앙(이름)이 시니피에()를 지배한다고 보았다. 이름이 뜻보다 우위에 있다고 본 것이다.

 

실존주의

 

실존주의의 대표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모든 물건이 존재 필요가 있어서 탄생했다고 볼 때 이것을 가리켜 본질은 실존에 앞선다라고 했다. 모든 물건은 본질적인 목적이 있어서 존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위는 자르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다. 자르는 일이 가위의 본질이다. 이처럼 굿즈의 본질은 사랑하는 대상을 상징하는 일이다. 굿즈뿐 아니라 모든 존재는 본질이 실존에 앞선다. 목적이 있고, 필요가 있어서 탄생한 것이다.

 

그러나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인간이다. 인간은 목적 없이 태어났다. 살아가면서 주체적으로 스스로 탄생 목적을 찾아내고 달성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오직 인간만이 태어난 후에 스스로 본질을 정의한다. 이것이 실존주의.

 

인간은 자신이 지금 어떤 것인가에 대한 책임이 있다. 실존주의의 첫걸음은 자신이 지금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주인이 되도록 하는 것, 그리하여 모든 인간이 자신의 실존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 장 폴 사르트르,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중 ]

 

 

변증법의 정반합

 

헤겔 변증법의 핵심 개념인 정반합은 현재의 표준 개념인 정()과 새로 나타난 반()이 만나서 충돌하고, 정과 반이 융합되어 합()이라는 개념이 도출되는 것이다.

 

치킨을 예를 들면, 최초의 치킨은 프라이트치킨뿐이었다. 치킨의 정의, ()은 프라이드치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라이드치킨만 먹는 것이 심심하다고 생각한 어느 선각자가 양념치킨을 등장시켰다. 양념치킨이 치킨의 새로운 물결, ()으로 나타난 것이다. 초반에는 프라이드치킨의 상대가 되지 않았던 양념치킨이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입지를 넓혀간다. 프라이드와 양념으로 대결하던 사람들은 결국 프라이드 반, 양념 반의 반반이라는 합()을 찾아냈다.

 

 

사용가치 vs. 교환가치

 

세상을 지배하는 권력이 종교에서 자본으로 이동했다는 생각을 해낸 최초의 사람은 카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였다. 마르크스는 자신의 저서 자본론에서 모든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가진다고 했다.

사용가치는 상품이 갖는 쓸모이자 유용성이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커피 상품권은 사용가치가 없다. 대신 다른 상품과 교환할 수 있는 교환가치를 갖는다. 교환가치는 다른 상품과 교환될 수 있는 가치를 말한다.

 

 

푼크툼 vs. 스투디움

 

사진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사상가이자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어떤 사진에 꽂히는 사건을 푼크품이라고 명명했다. 스투디움은 사진을 보는 이에게 작가가 제공하고자 한 의도의 일반적인 욕망이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스투디움은 상식적이고 클래식한 해석을 요구하지만, 푼크툼은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감상자에게 개인적으로 일어나는 강력한 꽂힘이다.

 

 

자크 라캉 : 주이상스

 

철학자 자크 라캉은 욕망이 달성되지 않는 고통을 즐기는 것을 주이상스라 이름 붙였다. 희열을 나타내는 프랑스어인 주이상스는 라카의 철학에서는 고통받는 것을 즐기는 쾌락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고통스럽지만 역설적으로 만족을 얻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라캉은 1만큼만 욕망하면 되는데 10만큼 욕망하는 것을 잉여 주이상스라 한다. 잉여 주이상스는 잉여쾌락이라고도 하는데 직역하면 과잉 기쁨이다. 요즘엔 과소비를 자랑할 때 플렉스했어라고 하는데 이는 잉여 쾌락의 대표적 행위다.

 

 

<덕후와 철학자들>을 읽는 동안,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철학의 개념을 알게 되었고, 새로운 단어들-일코, 덕통, 덕계못, 홈마를 통해 덕질과 관련한 문화도 접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다양한 분야의 덕후로 생활한 작가님 덕분에 철학과 덕후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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