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되려고요 - 의사가 되려는 한 청년의 365일 인턴일지
김민규 지음 / 설렘(SEOLREM)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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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되려는 한 청년의 365일 인턴일지

 

설렘에서 출판한 현직 이비인후과 전공의 김민규 님의 <의사가 되려고요>는 의사 초년생의 순간순간을 기록한 에세이다.

 

저자는 13살부터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13년 만에 꿈을 이뤄 2019년에 인턴이 되었다. 이 책은 인턴 시절의 기록한 글이고 사회초년생들에게 사회에 나가기 전 준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게 우리 인생과 똑같단다. 상처를 입고, 그것을 치료하고 난 다음엔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을 생각하는 것. 내가 하는 일이 우리 삶과 같다고 느낀단다.” (13)

 

중학교 1학년, 친구와 주먹다짐을 하다가 찢어진 입술을 꿰매 주며 저자의 아버지가 한 말이다. 아버지가 의사여서 그날을 기점으로 그는 자신도 의사가 되기로 한다.

 

우리나라에서 의료인이 되겠다는 결심은 많은 것을 각오하고 한 단계씩 나아가야 한다. 입시 성적에서 최상위 성적을 받고 예과 본과를 거쳐 인턴을 할 병원을 정해야 한다. 그는 중증 환자에 관심이 있어 졸업한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에 지원했다. 새로운 도전의 연속이다.

 

인턴을 선발하는 면접에서 병원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을 때 그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떠올리며 이렇게 대답했다.

 

병원은 환자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와 사회에 필요한 전문의를 양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전 이곳에서 수련을 받고 노동을 통해 많은 사람을 돕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20)

 

그는 인턴이라면 처음에 배정받기 꺼리는 응급의학과로 출근한다. 새로운 병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것이다.

 

응급실에 가본 사람은 누구나 그곳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인턴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잠이 부족해 보이는 얼굴에 크록스 신발을 신고 의사 가운에 꽂혀 있는 필기구와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환자를 직접 치료하고 결정하는 숨 가쁜 순간을 맞아야 한다.

 

인턴에 대해서는 응급실 환자의 기대와 신뢰가 하늘과 같다. 그의 한 마디에 환자 개인은 물론이고 환자 가족의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찰나의 순간 머릿속에서 내리는 판단과 선택이 환자의 건강을 좌우하는 것이다.

 

그는 처음 해부용 시신인 카데바를 접한 날이 떠오른다. 자신의 몸을 기증해 주신 분에게 경의를 표하고 시신의 몸에 메스로 절개하는 해부의 기억을 잊은 적이 없다. 이제는 실전이다. 그에 앞서 동기와 함께 주사도 놓아보고 채혈도 해보지만 이게 만만치 않다.

 

시간은 그의 두려움과는 무관하게 흘러가고 응급실로 출근한다.

 

응급실은 무질서와 혼란, 앓는 소리와 비명이 공존하는 곳이다. 사고가 나는 시간은 예정되어 있지 않아 응급 환자는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물밀듯이 내원한다.

 

저자는 실명의 위기를 맞은 환자, 코에 대량의 출혈이 일어난 환자, 고열로 의식을 잃어가는 환자가 동시에 응급실로 내원해 찰나의 순간에 응급 순위를 정하고 간호사와 함께 치료한다. 일순간 그동안 배웠던 의료지식에 따라 환자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것도 오롯이 그의 몫이다.

 

숨 가쁜 사례는 CPR 환자가 내원할 때이다.

119대원과 동행해 들어온 환자는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다. 환자의 가슴 쪽에 자리를 잡고 온몸의 체중을 실어 환자의 심장을 누른다. 침착함을 유지하며 규칙적으로 계속해서 눌러야 한다. 환자의 가슴을 압박할 때마다 두두둑하며 부러지는 소리를 내는 갈비뼈 소리와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둔탁한 느낌이 소름 끼친다.

 

불편한 마음이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순간은 여럿이지만 사망진단서를 쓰는 때는 더욱 그렇다. 간호사가 환자 한 분이 돌아가셨다는 말과 함께 와서 사망 확인을 해달라고 한다.

 

한 사람의 생이 마감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일이다. 임종실의 이름은 무지개 병실이다. 심전도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심장이 멈추고 전기신호마저 없다는 뜻이다. 조심스럽게 딱딱해진 눈꺼풀을 들어 올려 눈동자를 확인한다.

 

동공이 풀려 초점이 없다. 불빛을 비춰보아 반응이 있는지 확인하지만 역시 반응이 없다. 청진기를 가슴에 대어 호흡음이 들리는지 확인하지만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심장 박동이 있는지 확인한다.

 

“0315000 , 사망하셨습니다.”

 

사망 선고를 하고 사망진단서를 쓴다. 그가 살아온 인생은 저자가 쓰는 사망진단서와 함께 공식적으로 생을 마감한다.

 

의과대학에 들어오기 전에는 죽음을 마주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병원에 근무하면서 죽음이 우리 곁에 상시 일어나는 일임을 깨닫는다.

 

어쩌면 죽음의 허무함과 슬픔을 알아야 삶이 주는 소중함을 더 깊이 알게 되는 것일까?

 

첫 수술을 통해 집도하는 순간 온몸의 신경이 손끝으로 몰린다. 목에 표시한 수술표시 자국은 아래로 내려갈수록 환부가 좁아진다. 지혈하고 근육을 찾고 마침내 삽관이 이루어진다. 이비인후과에서 처음 한 기관절개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돌이켜보면 의사가 되었다는 순간의 기쁨을 찰나였고, 병원의 0년 차로 들어가는 날이 다가올수록 가슴을 긴장감으로 조여왔다.

 

지나버린 일은 사소한 일로 여겨지지만, 누군가 지금 인턴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은 한 명의 인턴이 겪었던 일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의학 드라마의 인기가 있었다. ‘낭만닥터 김사부’, ‘슬기로운 의사 생활등 의사의 일상을 그린 드라마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환자의 모습과 그들을 치료하는 이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공감한다.

 

김민규 님의 <의사가 되려고요>는 의학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젊은 의사의 고군분투 인턴 생활기가 궁금하신 분은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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