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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아오바 유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5월
평점 :
“한때 우리를 설레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만 16세에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최연소 수상하며 데뷔한 아오바 유의 두 번째 장편소설!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는 저자가 데뷔작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장편소설로, 사람은 무엇을 지침으로 삼고 살아가는지, 예전에 느꼈던 설렘과 열정은 어디로 갔는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관한 답을 찾는 이야기다. 이는 곧, 청춘이고 청춘이었고 청춘일 우리들의 공통된 난제이자, 작가 자신의 고민이기도 하다.
[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책날개 중 ]
‘어떤 노래를 들었을 때, 가슴이 뛰거나 마음의 동요가 일었던 적이 있었나?’ 떠올려보니 과거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를 들을 때마다 힘솟는 에너지를 느꼈다. 응원가의 응원단장이 등장할 때 자주 사용되기도 해서 나에게 그대에게는 영웅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처럼 들려왔다.
대기업 안내 데스크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는 가와사키 하루키는 매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회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유뷰브에서 화제가 된 the noise of the tide 라는 그룹의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는 곡을 듣고 묘하게 마음을 뒤흔드는 느낌을 받는다.
‘어딘가로 가고 싶고,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게 느껴지고, 어디까지든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편안한 생활에 굴복해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거나 진취적인 목적을 가지고 생각했던 일을 미루고 있던 순간이라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를 듣고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겨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다.
the noise of the tide 그룹의 리드 보컬 기리노 줏타가 2018년 10월 23일 사망했다는 홈페이지의 뉴스에 그녀는 충격에 빠진다. 1년 전 자신의 생일날 행복했던 순간에 다른 장소의 줏타는 사망한 것이다.
소설은 줏타의 인생을 다양한 사람의 시선으로 따라간다. 줏타와 관계된 사람이 느슨하게 얽혀서 서로 관계를 맺으며 생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의 10대와 20대가 느끼는 불안과 외로움이 소설의 곳곳에 퍼져있다. 이를 극복하는 하는 힘은 다른 이와의 연결이다.
줏타는 어린 시절 기타를 치는 아빠를 동경했다. 아빠에게 물려받은 기타를 가지고 새로운 코드를 칠 수 있게 될 때까지 계속 연습했다.
“소중한 건 반복해야 돼. 몇 번이든, 끝없이. 잊어비리지 않도록, 꺾이지 않도록,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몇 번이든, 끝없이. (66쪽)
줏타가 파도를 좋아하는 이유는 끊임없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계속 나아가기 위해 파도에 부서져 버린 아버지를 기억하고 그곳에 도달하려 노력하는 파도의 모습을 동경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를 만든 건 수많은 갈래의 길에서 지난 시절 선택한 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선택을 앞두고 있는 사람은 어떤 심정으로 선택하는 것일까?
새까만 바다, 빛나는 별, 흔들리는 수면, 그리고 저 멀리 있는 수평선. 나쓰카와 줏타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그 끝에서 서로의 모습을 찾고 있다. 두 시선은 바다 너머로 평행하게 이어진다. 그러나 그 선은 언젠가, 수평선 한참 너머에서 다시 한번 얽힐 것이다. (103쪽)
세이라는 늘 상대가 자신을 사랑하도록 꼬드겼다. 그건 일종의 훈련의 성과였다. 철 들 무렵부터 마음이 굶주려 있었던 세이라는 자기를 사랑해 줄 사람만을 가까이에 두려고 했다. 상대가 좋아하는 표정, 옷차림, 화장을 재빠르게 익히고 호의를 얻어내려고 기를 썼다. 그런데 막상 상대가 사랑을 주면 그 순간 마음이 식어버린다. 인간관계에만 집착하는 스스로가 허무하고, 열등감으로 마음에 구멍이 뚫리며 절대 행복해질 수 없는 스스로에게 절망한다.
줏타가 특별한 건, 그가 세이라를 받아들이면서도 사랑하려고는 하지 않기 때문이다. 줏타는 음악에 필사적이고, 그 역시 채워지지 않는 결여에 허덕이고 있다. (134쪽)
줏타는 세이라의 신이었다.
세 번째 장의 주인공인 세이라는 결여를 느끼고 항상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 트위터에 좋아요를 보며 살아있음을 느끼고 안도하는 자신을 돌아보면 죽고 싶어진다. 얼구도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알아봐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싸구려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며 하루를 살아 간다.
저자는 10대와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겪는 방황하는 감정을 절절히 표현한다. 아무래도 자신과 주변에서 경험하고 있는 감정이기 때문일거다. 놀랍게도 이 감수성이 뛰어난 소설의 저자인 아오바 유는 10대에 첫 장편소설을 썼고 이제 20세이다.
여러 주인공이 걸어가는 길을 하나둘씩 기리노 줏타와 그의 음악을 둘러싼 굴레에 얽혀 있다.
프롤로그 잠들지 못하는 밤_2019년, 하루카
제1장 잘 가 원더_2006년, 나쓰카
제2장 백설_2009년, 세이라
제3장 태어나다_2015년, 마사히로
제4장 blind mind_2018년, 기타자와
제5장 파안_2019년, 히카리
에필로그 다시_현재, 세이라
목차 앞에 제시된 제목은 모두 노래 제목이라고 한다.
하루카와 나쓰카, 세이라, 마사히로, 기타자와, 히카리와 줏타와 연결고리를 생각하는 것도 흥미롭다.
마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 밀려온다.
음악을 매개로 인생의 향방을 결정한 청춘의 이야기.
20대의 좌절과 갈등, 진로에 대한 고민은 비단 일본에서만 겪는 일은 아닐 것이다. 힘들어하는 10대, 20대의 감정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는 한번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한때 우리를 설레게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과거에 찍었던 사집첩을 꺼내놓고 그때의 감성으로 돌아가 당시 내가 했던 선택의 길들이 이어져서 오늘과 내일의 길 위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
바람이 멎은 새까만 바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이즈
예감은 아직 허상일 뿐
파도만이 반복되지
멀리서 울리는 천둥소리
물결치는 너의 원피스
마음을 흔들어놓네
견딜 수 없이 초조해
언제까지나 길 위에 서 있어
소원을 되풀이하면서
수평선 저 너머에서
다시 만나는 두 사람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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