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 금욕과 관능의 미술사 해시태그 아트북
헤일리 에드워즈 뒤자르댕 지음, 고봉만 옮김 / 미술문화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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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은 색이 아니다.”

 

<검정 금욕과 관능의 미술사>의 저자인 헤일리 에드워즈 뒤자르댕 서양 미술사와 복식사 전문가다. 프랑스 에콜 뒤 루브르Ecole du Louvre와 런던 패션 학교London College of Fashion에서 공부했다. ‘패션과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 학술 대회의 성과를 Fashion, Society, and the First World War로 공동 출간했고, 현재 패션의 문화와 사회사를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앙리 마티스, 프랜시스 베이컨, 블루등이 있다.

[ 검정 금욕과 관능의 미술사 책날개 중 ]

 

저자가 서양미술사와 복식사 전문가에도 프랑스에서 학교에 다녔기에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선보인다. 고급 도화집으로 소개하는 작품은 검정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흥미롭다.

 

 

당신의 검정은 어떤 색인가.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에겐 분명 고유의 검정이 있다. 세상에는 단 하나의 검정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금욕적인 검정이 있는가 하면 슬픔이나 두려움을 자아내는 검정, 우아하거나 병적으로 보이는 검정 등 다양한 검정이 있다. 앙리 마티스의 검정에는 이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 “검정은 본래 다른 모든 색을 집약했다가 소멸시키는 색이다.”

[ 예술에서의 검정 중 ]

 

 

검정은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색이다. 옷장을 되돌아보니 나역시 알게 모르게 검정을 선호한다. 다른 색의 옷과 조화를 이루기 쉬운 색이고, 무채색의 가장 높은 명도를 가진 색이니만큼 다른 색을 모두 흡수했을 때 검정은 모습을 드러낸다.

 

태초에 인류는 검정을 숯을 태우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오랜 세월 검정은 인류와 함께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색이 검은색과 흰색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작 뉴턴은 프리즘을 통과한 색이 여러 개로 분할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중세 사람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검정은 색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색의 정체가 빛이라면, 빛이 없는 검정은 색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정은 유럽의 왕실이 초상화에 사용되면서 이상적인 색으로 여겨졌고, 19세기에는 강렬한 귀족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검정이 사용되었다.

 

검정은 삶의 애환을 드러내고, 꿈과 신화를 표현하고, 잠재의식의 세계를 말하고, 여성의 관능성을 강조하는 그림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검정의 가장 원초적이고 극적인 부분으로 표현될 때 일상에서 벗어나 차원이 이동하는 느낌이 든다. 영화 플레전트빌에서 검정 바탕의 화면은 감정을 가지게 되면 유채색이 된다.

 

로이스 로우리의 기억 전달자에서도 주인공의 사는 세계는 검정의 무채색이지만 감정을 경험할 때 유채색이 드러난다. 검정은 모든 감정을 흡수해버리는 듯 강렬한 색이다.

 

우리 영화에서도 홍상수, 이준익 감독은 검정의 사용을 적절하게 사용해 차원의 이동을 선보인다.

 

 

미술사에서는 검정을 가장 잘 활용한 집단은 빛의 화가들이다. 빛의 화가라고 하면 렘브란트,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떠오르지만, 검정을 가장 강렬하게 사용한 대표적인 화가는 카라바조다.

 

 

카라바조는 나르키소스에서 젊은 청년이 샘물에 몸을 숙여 매혹적인 어둠 위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카라바조는 나르키소스의 자세에 에로티시즘을 부여했고, 나르키소스의 근육은 육감적이다. 검은 화면 속 자신의 모습에 빠져있는 이 장면은 절망에 휩싸여 죽게 될 인물의 불길한 운명을 암시한다. 이전에는 물 위에서 내려다보는 나르키소스의 어두운 표정에 주목했다면, 이번 검정에서는 수면 아래 드러난 나르키소스의 절망에 주목하게 되었다.

 

 

렘브란트의 <여인의 초상>에서는 해상 무역의 발달과 상업의 발달로 부유하고 강력한 국가로 거듭난 네덜란드의 부유함을 잘 드러낸다. 검정 드레스는 염료로 직물을 염색하기 쉽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렘브란트는 어둡고 거친 색조를 이용한 명암법으로 호평을 받았는데, 마침 검정이 대유행하는 시기였다.

 

 

낭만주의의 선구자인 제리코는 <메두사호의 뗏목>을 통해 실물보다 크게 그리면서도 빛의 대비에서 빚어지는 강렬한 효과와 생동적인 사실주의를 통해 엄청난 에너지와 강도 높은 감정을 표현한다. <메두사호>1810년에 진수된 프랑스 해군의 소형 구축함이었다. 선장의 무능함으로 난파된 메두사호는 400명이 구조되어야 하나 구명선에 올라탄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구명선에 올라올 것을 두려워하여 밧줄을 끊어버린다. 그 결과 10명만이 생존하고 제리코는 생사의 순간이 오가는 장면을 화폭에 담았다.

 

제리코가 그린 것은 인간임을 포기하고 야만적인 충동에 몸을 맡긴 인간 군상이다. 그가 포착한 것은 어두운 색조가 그림 전체를 지배하는 인간성 너머에 있는 생존 본능이다.

 

들라크루아는 제리코가 <메두사호의 뗏목> 보도록 허락해 그림을 보자마자 충격에 빠져 미친 사람처럼 집으로 달려갔다. 그는 아무것도 그를 멈출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마네의 <제비꽃 장식을 한 베르트 모리조>는 검정의 효과를 잘 드러낸 작품이다. 모리조의 눈동자는 실제로 초록색이지만 마네는 검정의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그녀의 눈동자를 검은색으로 그려 넣었다. 마네가 검정을 승화시켰을 때 모리조는 하양을 예찬하며 화답한다.

 

마네와 모리조가 서로 예술적 영향을 주고받으며 플라토닉 러브를 추구했는지 불분명하다. 베르트 모리조는 인상파 최초의 여성 화가로 이름을 날렸으며, 이 그림의 모델로 등장한다. 그녀는 많은 예술가의 구애를 받았지만 1874년 에두아르 마네의 동생인 외제 마네와 결혼한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게르니카 학살의 참혹함을 전달하기 위해 간단한 모티프들을 사용했다. 폭격 당시 번쩍였던 섬광은 날카롭게 광선을 쏘아대는 천장의 전등으로 표현했다. 색채나 볼륨감을 배제하고 검은색과 흰색만을 이용해 죽음과 고통을 강조했다.

<게르니카>는 전쟁의 참혹함을 상징하는 작품이 되었다.

 

 

가장 놀라운 검정은 리처드 세라의 <회로>에서 선보이는 강철로 만든 컴컴한 숲이다. 리처드 세라는 1960년대부터 철이라는 재료가 인간이나 공간에 맺는 관계에 천착하면서 작품 활동을 해 왔다. 그의 작품 <회로>는 관람객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그런 작품들 가운데 하나다.

 

작품의 제목으로 드러난 <회로>흐름이나 순환을 의미하지만, 컴컴한 색조의 강철판 모서리들은 각진 모양새가 위협적이고 정신을 어지럽힌다. 세라는 별것 아닌 것들로 우리의 가장 원초적인 공포를 깨운다.

 

 

검정은 가장 원초적이고 모순적인 감정을 반영한다.

어릴 적 홀로 어두운 방에서 느꼈던 두려움이나 사랑하는 이의 죽음, 낯선 이에게 품는 감정 같은 것 말이다.

검정은 무의 상태로 우리에게 모든 것을 말한다.

개인적인 것부터 보편적인 것에 이르기까지.”

 

 

2014년 영국의 나노 연구 기업 서리 나노시스템즈 주식회사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검은 물질인 반타블랙을 개발했다. 검정이 나타내는 색의 범위는 더 확대되었다.

 

<검정 금욕과 관능의 미술사>를 읽는 동안 우리가 검정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인식의 틀이 시대에 따라 사회 문화적인 배경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추구하는 검정은 무슨 색이고, 그 의미는 무엇일지 되새겨본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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