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같은 사람입니다 - 치매, 그 사라지는 마음에 관하여
린 캐스틸 하퍼 지음, 신동숙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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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그 사라지는 마음에 관하여

치매 환자가 아니라, 당신이 알던 그 사람 맞습니다

 

현대지성에서 출판한 린 캐스틸 하퍼 목사님의 <여전히 같은 사람입니다>는 치매라는 질병과 치매인에 관해 생각하게 도와주었다.

 

저자인 린 캐스틸 하퍼 목사님은 7년간 뉴저지 요양 시설에서 치매인 담당자로 일하면서, 치매를 앓는 사람의 성격 너머에는 변함없는 본질적 특성이 끝까지 있음을 수없이 확인했다. 치매인의 원래 성격이 달라졌거나 둔해진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인식하는 세계가 바뀐 것이며, 여전히 같은 사람으로 대해야 한다고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외할아버지를 치매로 떠나보내는 동안 치매라는 병이 인간관계를 새롭고 긍정적으로 바꿀 수도 있음을 알았다.

[ 여전히 같은 사람입니다 책날개 중 ]

 

 

치매인을 돌보는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워크숍을 진행할 때 그가 맨 먼저 꺼내는 메시지는 "병이 진행하는 동안에도 그분들은 여전히 같은 사람입니다."였다. 다시 말해 환자를 간병하는 보호자가 환자와 소통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더라도 그 환자의 '핵심'은 사라지지 않고 끝까지 남아 있음을 일깨우려고 했다.

 

다른 질환은 가진 환자를 돌보는 가족에게는 이런 교육은 필요하지 않지만,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은 치매인은 '여전히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발생률이 미국 기준으로 65세 이후의 노인 9명 중 1, 85세 이후의 노인 3명 중 1명 정도이다. 미국에서만도 6백만 명 가까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

 

한국의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치매 유병률 추정치는 2020년 기준 10%가 넘고, 85세 이상 노인 치매 유병률은 2016년 기준으로 40%.

 

이런 정황을 고려하면 사람들은 치매를 가깝게 생각하지 않고 나와는 상관없는 질병이라는 인식은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인간은 이토록 쉽게 사라져버릴 수 있다"라고 인식도 다시 받아들여져야 한다.

 

문화비평가 수전 손택은 2002<은유로서의 질병>을 통해 암 진단을 받은 뒤에 "암에 대한 평판이 암 환자들의 고통을 더 키운다"라는 사실을 직시했다. 1978년 손택은 암에 대한 부정적인 평판이 환자들에게 수치심을 안겼으며, 많은 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아예 제대로 된 진단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을 낳았다.

 

그로부터 10년 뒤 <에이즈와 그 은유>에서는 에이즈 환자가 같은 처지인 상황을 직시했다. 우리가 사는 시대에는 알츠하이머병이 그렇게 "뜻을 품고 맞서 싸울' 병이 아닌가 싶다. 과거 우리는 노인의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경우, "노망이 났다"라거나 "벽에 0 칠하게 생겼다"라는 말로 그들을 벽안시하고 심지어 특정한 공간에 가두어 두기도 했다. 그들의 행동을 제어할 수 없어 화상 또는 자상을 당하거나 길을 잃어버리거나 염려로 인해 신체를 구속하고 일을 하러 가는 경우도 있었다. 치매인은 '사람으로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존재였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이 알츠하이머 질병을 앓게 되어 환자 본인과 가족,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가 무너지는 것도 자주 보는 장면이다.

 

 

하퍼 목사는 신학대 재학시절 만성질환 환자들을 보며 치매에 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자신의 외할아버지가 치매 환자였다는 사실을 그에게 늘 따라다니는 기억이었고, 치매 환자들이 만성질환을 앓는 병원에서 소외하는 현실을 직시하며 그는 치매 연구에 집중하고자 한다.

 

그는 가든스라고 불리는 생활지원시설과 전문요양시설을 근무하는 동안 치매인이 가지는 심적 취약성을 둘러싼 철학적이고 정신적인 문제 해결에 열정적으로 마을을 쏟는다.

 

그는 미국 가정에서 벌어지는 치매인에 관한 현실도 직시한다. 수많은 노인이 집에서 쫓겨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마치 채굴이 끝나고 버려진 광산처럼 집에서 폐기되고 있는 사례도 흔했다. 치매인들 조차 자신의 육체가 치매의 진행으로 허물어지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려는 사례도 일어났다.

 

하퍼 목사는 치매인을 대상으로 목회활동 경험하며 치매인들이 자신의 방문 가치를 인식하고 찾아와 준 것을 이후에도 기억한다는 의미임을 알아차린다. 치매인이 경험하는 인지 능력 저하는 분명 삶의 어두운 점이지만, 그는 환자들이 겪는 내면의 황야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하퍼는 자신도 치매를 앓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부모에게서 치매를 유발할 위험이 있는 유전자를 한 쌍씩 물려받아 본인도 치매에 걸릴 유전적 확률이 50% 이상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동안 통계학의 정규분포곡선이 가지는 표준에서 벗어난 최상단에 속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한다.

 

40세가 되었을 때, 잇몸이 안 좋아졌고 손목과 무릎 관절은 이전의 싱싱함을 잃고 만성적으로 100%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60세 이상이면 내 몸의 세포 중 몇몇은 당연히 이상한 변이를 일으켜 몸에 지장을 줄 것이다.

85세가 넘으면 40%는 뇌를 관장하는 세포가 변이를 일으켜 치매 위험에 상당 부분 노출될 것이다.

 

린 캐스틸 하퍼의 <여전히 같은 사람입니다>는 치매 환자 가족이 겪게 되는 당혹감과 함께 치매인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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