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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아버지
장은아 지음 / 문이당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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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버려진 모든 수혜들에게 당신은 버려지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문이당에서 출판한 장은아 작가님의 <성북동 아버지>는 안구건조증으로 눈이 건조해진 나의 눈물샘을 터트렸다. 서울에서 태어나 미국 뉴저지에서 회사 회계부서 매니저로 근무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님의 두 번째 장편소설인데, 너무 생생한 경험에 허구인지 실화인지 상당히 모호했다.
아마 상당 부분 작가님이나 주변인의 경험이 녹아있을 거라 추측해본다.
소설을 읽고 우리가 처한 현실은 우리를 외면하고 세상은 나 홀로 오롯이 생활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의 보내는 힘이 나를 온전히 일어서고 살아가도록 일으켜 세우는 것 같다. 평온하게 누리는 일상도 누군가의 사랑이 얽히고설키어 내 삶의 밑바탕을 지탱하는 그물의 씨실과 날실이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혼 후 20년 동안 미국에서 생활하던 수혜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고모의 연락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동안 한국 소식은 알고 싶지도 않았고, 한국에 있는 수혜를 아는 지인의 소식도 모두 무시하고 지냈는데, 그 무심함에는 또 다른 사연이 숨겨져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수혜는 모두에게 버림받고 그녀를 지켜주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마저 배신했지만, 그 모든 사건은 또 다른 진실을 품고 있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사정이 있다. 그녀의 어머니는 역촌 인근에서 작은 가게를 차려 생활한다. 동네 여자들에게 드잡이를 당하며 지내는 어머니 애란은 수혜는 호적도 없고 학교 가야 할 나이가 다가오자 마침내 여섯 살인 수혜를 고모에게 맡긴다.
그곳은 한 번도 지내본 적이 없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집 앞이었다.
박봉에 여자가 있는 술집이 부담스러웠을 사내들은 막걸리와 찌갯거리값에 잔돈푼이나 조금 얹어주면 되는 우리 집이 만만하고도 편했을 것이다. 엄마는 그들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콧노래를 부르며 두부찌개건 김치찌개건 보글보글 끓여 막걸리 상을 봐주었고, 그들이 손목을 잡아끌면 못 이기는 척 젓가락 장단을 치며 노래를 한 번씩 불러주었다. (…) 하지만 동네 여자들은 그런 엄마와 나를 싫어했다.
[ 30~31쪽, 기억의 첫 장 중]
뙤약볕이 내리쬐는 여름 한낮에 낯선 곳, 낯선 대문 앞에 엄마에게 버려진 여섯 살짜리 여자아이가 혼자 서 있는 일은 참으로 막막하고 두렵고도 서러운 일이었다. 한 번씩 고개를 빼고 혹시나 엄마가 다시 나를 찾아올까,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았지만, 엄마의 모습은 다시 보이지 않았다.
[ 38쪽, 두렵고도 서러운 일 중]
고모네도 나를 키우기에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다. 고모는 마침내 성북동 아버지 댁에 나를 맡기고, 나의 존재는 평화로운 성북동 가정에 폭탄이 돼버린다. 식모살이하던 복순이 언니는 나와 언니가 같은 처지인 양 나를 챙겨준다. 아무 곳에도 마음 붙일 곳이 없었던 성북동 어머니의 태도는 그녀가 오래 머물지 못할 거라고 예감하게 된다.
“위선자! 당신은 나에게 아무 할 말이 없어!”
“당신도 나를 용서하기로 했잖아. 그래놓고 매번 이러면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견딜 수가 없어. 저 애를 볼 때마다 참을 수가 없어. 차라리 죽는게 낳을 것 같아.”
“정혜를 생각해야지. 이 칼을 놓으라고, 제발.”
“날 죽게 내버려둬. 죽어 버릴 테야.”
[ 58쪽~59쪽, 두렵고도 서러운 일 중]
다시 고모집으로 돌아온 수혜는 동네 사람들의 지분거리는 소리에 점점 상처받는다. 태완의 어머니 무실 댁이 수혜를 대하는 태도는 가학적이고 자신의 결혼 생활이 실패한 게 수혜 때문인 것처럼 그녀를 대한다.
운명의 장난일까? 무실 댁의 아들 태완과의 사랑은 점차 커지고, 수혜를 대하는 어머니 무실 댁의 태도로 태완은 집에 불을 지르고 만다.
서울로 대학을 다니게 된 수혜는 태완과의 자유로운 사랑에 잠시 행복하지만, 자신의 친구 세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슬픔이 깃들어 있지 않다. 수혜와는 다른 세아의 모습에 태완의 마음은 어는 순간 수혜 대신 세아가 자리 잡는다. 수혜는 다시 한번 사랑에 버림받고 마는데….
장은아 작가님의 <성북동 아버지>는 사람과 환경, 살아가는 이유, 사람이 주고받는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우리를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의 사랑이 다시금 떠올랐다.
오늘은 부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드려야겠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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