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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일기
싼마오 지음, 조은 옮김 / 지나북스 / 2021년 5월
평점 :
천국은 어디에나 있는 법, 숨겨진 황금 사과를 찾으러 가보자.
희망차게 소리치던 싼마오처럼.
지나북스에서 출판한 싼마오 작가님의 <허수아비 일기>는 ‘현대 중국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분인 싼마오의 <사하라이야기>에 이은 카나리아 제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의 중국 내 명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중국 독자가 사랑하는 작가로 선정된 작가 중 싼마오 작가보다 설문에서 먼저 위치한 사람은 <아Q정전>의 루쉰, <홍루몽>의 조설근, 바진, 나의 영웅 <영웅문>의 진융, 당나라 시인 이백에 이은 6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왜 그렇게 중국 독자들이 그리워하고 동경하는 대상인지 생각해보면, 1948년생인 싼마오는 중국 쓰촨성 충칭에서 태어나 1948년 부모를 따라 타이완으로 이주했다.
충칭의 도시 규모와 당시 타이완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은 호감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스물네 살부터는 세계 각국을 떠돌았다고 하며, 1973년 북아프리카의 서사하라에서 스페인 남자 호세를 만나 결혼해 정착했다.
스페인 남자 호세와 결혼 생활을 그린 <사하라 이야기>는 뜨거운 사랑을 받았고, 남편 호세가 1979년 잠수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타이완으로 돌아와 작가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녀가 그리는 신혼일기는 생동감이 넘치며 간결한 필체로 두 사람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마치 그들의 신혼 생활에 근접해서 엿보는 느낌이었다.
68혁명의 영향은 유럽 전반 사회에 영향을 미쳤다. 1970년대 초반 스페인, 포르투갈에도 거센 민주화 바람이 불었고, 이는 곧 스페인이 영향력을 행사하던 아프리카 지역에도 영토 분쟁의 새로운 전기를 가져왔다.
이들이 머물렀던 동안 서사하라 분쟁이 불거지자 부부는 카나리아 제도로 이주한다. 카나리아 제도는 위치와는 별개로 스페인이 대항해 시기 초기에 발견한 화산섬이다.
위치 때문에 스페인의 아프리카 식민지라고 많이들 생각하는데 여긴 스페인 본토에 떨어진 행정구역이다.
산타크루스 데 테네리페 주는 라고메라, 라팔마, 엘이에로, 테네리페 이렇게 네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라스말파스 주는 푸에르테벤투라, 란사로테 그리고 가장 번화한 그란카나리아 이렇게 세 개의 섬이 있다.
카나리아 제도는 이 두 개 주를 합친 7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싼마오와 호세가 자리를 잡은 섬은 그란카나리아이다.
우리에게는 윤식당2에서 테네리페에서 식당을 열어 방송이 끝난 후, 한국인이 많이 찾아 항공편이 신설되기도 한 지역이다.
카나리아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스페인의 행정구역이지만 따뜻한 날씨로 영국, 독일과 북유럽의 중산층이 이민을 많이 오는 곳이다.
호세는 자기네 땅 스페인에 외국인들로 이루어진 동네 사람들이 왜 영어를 배우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오히려 슬그머니 화가 난다.
아내인 싼마오에게 이웃 주민들과 멀리 지내라고 하지만, 싼마오는 차를 이용해 주민들과 서서히 가까워진다. 사하라 사막에서 지낼 때 자신의 집에 수시로 찾아왔던 이웃들로 인해 사생활을 빼앗긴 경험이 있어 그녀 역시 이웃과의 적당한 거리를 가지려 한다.
어느 날, 호세와 형제처럼 지내는 미카이가 결혼하기를 바라 그가 결혼하기를 도와주고 결혼에 성공한 미카이에게 식사를 초대받은 싼마오는 변해버린 미카이를 보고 놀라곤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가족을 중요시하는 호세의 가족들이 키 나리 바로 대거 찾아왔을 때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시댁 식구들이 예고도 없이 대규모로 들이닥쳐 집안을 풍전등화의 살벌한 상태로 이어진다.
싼마오는 호세가 일하러 간 동안, 타이완으로 가출해 버린다. 타이완으로 보내는 호세의 편지에는 싼마오에 대한 사랑과 투정이 같이 느껴진다.
스페인은 유럽 내에서도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가 많은 나라이고 그중에서 호세는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랐다. 자신은 자라면서 가족의 중심이고 남성이 중심이라고 믿고 자랐다.
<하나 그리고 둘>에서 나타나는 타이완 가정 내 모습은 여성과 남성의 지위가 비교적 평등하다. 뜨거운 날씨는 집안에서 식사하는 것보다 집 앞에서 밥을 사 와서 먹는 것이 평범한 일상이기 때문이다. 싼마오는 자신이 생각하기에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이다.
두 사람의 만남과 결혼은 전혀 달랐던 가치관들이 서로 모난 돌이 만나 하나로 둥글게 만들어지는 과정처럼 여겨졌다.
카나리아 제도를 초기에 발견한 로마인들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황금 사과를 숨겨 둔 곳이라고 한다. 콜럼버스도 이곳을 근거지로 대서양 항해에 나섰다.
“호세와 싼마오는 키 나리 아예 숨겨진 황금 사과를 찾으러 떠난다.”
황금 사과를 찾겠다는 싼마오의 에세이를 읽으며 둘의 사랑이야기가 한편으로 웃음이 나지만 다른 한편으로 처연한 슬픔이 떠올랐다.
이들 부부에게 찾아오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기 때문이다. 호세의 이른 죽음과 싼마오 역시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카나리아 제도로 떠올리면 이제는 싼마오와 호세도 같이 떠오를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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