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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향기 ㅣ 강석기의 과학카페 10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5월
평점 :
강석기의 과학카페 시즌10
MID에서 출판한 강석기 작가님의 <과학의 향기>를 보며 몇몇 생각이 떠올랐다. 믿고 읽는 출판사 중 하나인 MID가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Man In Deepsmart 의 머릿글자로 책으로 지식을 습득하는 Booksmart 와 풍부한 경험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Streetsmart 의 합성어로서, 서로 다른 분야에서 오래 종사하며 터득한 노하우와 사회를 바라보는 깊이 있는 안목을 통해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기획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의미라고 한다.
작가님과 MID 최성훈 대표와의 지난 우연한 만남과 2012년 <과학 한잔 하실래요?>의 출판과정과 표지 그림, 과학카페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가장 가까운 사람보다 우연한 만남에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랐다.
출판사와 함께 성장한 출판사의 페르소나들이 생각났다.
민음사-이문열, 문학동네-김영하, 휴머니스트-남경태….
MID에서 출판한 책은 전문적인 소양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과학동아>의 과학 기자 출신인 강석기 작가님의 과학카페 다른 시리즈가 궁금해졌다.
책을 펼진 순간, 느꼈던 이 책은 마치 <과학동아>의 성인용이라는 생각이 잠시 떠올랐다. 현재 이슈가 되는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주제별로 등장하는 과학 지식을 전달하는 모습은 모처럼 깊이 있는 과학 칼럼을 읽는 기분이었다.
파트1의 핫 이슈는 코로나19 백신, mRNA 의약품 시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일 당장 ‘잔여 백신’ 접종을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는 눈에 띄는 소식이었다. 내가 백신 종류를 선택할 수는 없겠지만,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차이를 알아두고 싶었다.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은 의학사의 한 획을 긋는 의약품이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발전한 뒤 채 1년이 안 된 시점에서 개발에 성공한 데다 최초의 ‘RNA 백신’이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를 쓰는 생백신이나 사백신 같은 기존 방식을 제치고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유형의 백신이 가장 먼저 승인을 받아 현장에 투입됐다는 건 현대과학의 위대한 성취다. (15쪽)
mRNA를 병원체에 대한 백신으로 개발하는 연구는 30년 전에 이미 발견되었다. 문제는 mRNA 분자가 녹아있는 용액을 백신으로 쓸 수 없다는 점이다. mRNA가 워낙 불안정해 보관하거나 운반하면서 거의 파괴될 것이고 온전히 유지돼 주사하더라도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비율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한 것은 RNA이중가닥을 잘 감싸서 표적에 갈 때까지 파괴되지 않고 도착해 효율적으로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드는 약물전달시스템 개발에 매달렸고 마침내 지질나노입자를 만들어 돌파구를 열었다.
저자는 화이자 백신보다 모더나 백신의 기술을 높이 평가하는 점도 지질나노입자가 mRNA를 안정화시키는 효과가 더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일 어떤 백신을 접종할지 모르겠지만, 혹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지질나노입자로 둘러싸인 mRNA 백신을 접종해달라”고 하면 생뚱맞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잔여 백신’을 접종받는 처지에서 감사하게 생각하며 예방 접종을 할 것이다. 드디어 접종하면 가족들도 만나고 영화관도 가고 도서관도 갈 수 있겠지….
파트2 녹색 화학에서는 지구에서 잘 알려진 색이지만 존재를 찾기 어려운 파란색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하늘은 파랗고 바다는 더 파랗다지만 우리가 만져볼 수 있는 것중에서 파란색은 드물다.
피는 빨갛고 나뭇잎은 녹색이다. 색은 색소가 존재하기에 추출해낼 수 있지만, 하늘이나 바다는 파란색을 추출할 수 없다.
이러다 보니 파란색 천으로 사용한 인디고가 사용되었고, 인류가 이미 6,000년 전부터 발견한 청금석이라는 광물을 갈아서 안료로 사용했다.
많은 화학자들은 인위적으로 파란색을 만들었고, 울트라마린블루라 이름지었다. 지난 2009년 미국 화학과 대학원생 앤드류 스미스는 ‘인망블루’라는 가장 파란 색으로 인정받는 색깔을 발견했다. 지도교수인 서브라마니안 교수는 파란색의 안료를 만들기 힘들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이에 대한 실험을 추가적으로 지속해 지금은 ‘블루티풀’이라는 인망블루를 출시했다.
파트3 심리학 신경과학에서는 코로나19에 걸리면 왜 냄새를 못 맡는지 다루고 있다. 유독 냄새를 잘 맡았던 나는 어느 날 감기를 앓았고, 이후 비염으로 인해 이제는 누구보다 냄새에 둔감하다. 시각 정보 못지않게 냄새를 통해 인지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점과 <냄새의 심리학>을 통해 후각이 사회성에도 결정적이라는 말을 듣고 의기소침해 있었다.
저자는 감기, 독감, 비염, 특히 부비동염(축농증) 같은 병에 걸리면 냄새를 못 맡지만 이러한 경우는 대부분 이런저런 이유로 코가 막혀 코로 숨을 들이쉴 수 없어 냄새를 못 맡는 것이지 후각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어두운 방 안, 살짝 열린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같은 소식이다. 후각 문제는 아니라고 하니, 언젠가 지난날 예리했던 후각을 되찾길 바란다.
하지만 코로나19 증상을 앓게 되면 후각상피를 이루는 여러 세포 가운데 지지세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후각 상실이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숨을 들이쉴 때 콧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공기에 실린 냄새분자는 비강의 천정에 있는 동전 넓이의 후각상피에 도달해 표면을 덮고 있는 점막에 녹아든다. 점막에는 후각뉴런(신경세포)의 섬모가 있다. 점막에 녹은 냄새분자가 섬모 표면에 있는 후각수용체에 달라붙으면 신호가 발생해 축삭을 타고 후각망울로 전달되어 1차로 정리된 뒤 대뇌의 후각피질로 보내져 우리는 어떤 냄새를 ‘맡는다’. (100쪽)
그런데 후각상피에는 후각뉴런 뿐 아니라 지지세포도 함께 존재한다.
흔히 알려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후각상피의 뉴런이 감염되어 뇌에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이 아니라 지지세포에서 발현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지세포 안으로 들어온 바이러스는 지지세포를 제 기능을 못 하게 만들지만, 감염된 후 2주 정도 지나 몸이 완쾌되면 지지세포도 복구된다고 한다. 그러면 점막이 다시 균형을 찾으면서 잃어버린 후각이 조금씩 돌아와 수주 뒤에는 정상으로 회복된다고 전한다.
이외에도 건강/의학 편의 오줌의 재발견, 환경/생태 편의 비행기를 타는게 부끄러운 사람들, 천문학/물리학에서 다루는 100억 년 뒤 태양계의 모습은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생명과학 편의 스트레스는 어떻게 검은 머리를 파뿌리로 만들까를 이야기하고, 고생물학/인류학에서는 현재 길어지고 있는 장마가 동북아시아의 문명의 성쇠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한다.
부록에서 소개하는 1년 동안 부고를 전한 과학자에는 감명깊게 본 영화 <히든 피겨스>의 주인공이자 나사의 컴퓨터 역할을 한 캐서린 존슨이 102세로 타계한 소식을 전한다.
리처드 도킨스 같은 과학자들이 종교와 각을 세우는 것과는 달리 예술과 종교, 역사도 과학만큼 중요한 인류의 지적 자산이라고 강조한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의 타계 소식도 전하고 있다.
이 책은 나탈이 앤지어의 <원더풀 사이언스>의 확장 버전이라 불릴 만큼, 과학계 전반의 소식을 깊이 있게 설명하고 있다. 깊이 있는 과학 소식이 목마른 독자에게 <과학의 향기>를 추천합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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