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 살아서 꽃피지 않는 영혼은 없다
박범신 지음, 성호은 일러스트 / 시월의책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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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에세이 <힐링>은 작가님의 느끼는 삶과 일상, 지난 작품에 관한 단상과 인생에 관한 기록이다.

 

살아서 꽃피지 않는 영혼은 없다

 

1946년생인 박범신 작가님은 영원한 청년 작가라는 별명에서 드러나듯 젊은이라는 이미지가 같이 떠오른다. 그에게 젊은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이상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마음속으로 한편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은교의 노교수가 보여주듯 여전히 지적 매력이 넘치는 남성성을 나타내며 여전히 많은 여성 팬을 거느리고 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욕망은 여전히 뜨겁고 젊은이의 욕망과 비교해도 좋으리라.

 

 

<힐링> 에세이는 작가님이 SNS에 썼던 짧은 글들은 모아 놓았다. 시의 형태를 가지기도 하고, 산문의 형태를 가지고 본인의 마음을 드러내는데 장치나 형식적인 면에 얽매이지 않고 본인의 마음 깊은 곳을 드러낸다.

 

 

그는 매년 히말라야산을 오른다. 마치 사람들이 매주 절이나 교회를 다니고 신을 통해 안정을 찾듯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마주보며 신을 만나는 시간이다.

 

등반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더 높은 곳만을 목표로 삼는 등정주의등반이 있고, 최소한의 장비와 내 존재에 의지하여 나의 고유한 길로 가는 데 가치를 두는 등로주의등반이 있으며, 존재의 본원을 생각하며 나의 본원 속으로 천천히 걷는 존재등반도 있다.

나는 존재등반파이다.

 

[ 걸어서 별까지 가고 싶다 중 ]

 

 

그는 말한다.

젊은이의 욕망은 봄에 가깝고

나이 든 나의 욕망은 요즘 가을의 갈망에 닿아 있다.

걸어서 별까지 가고 싶다.

 

 

 

살아서 꽃피지 않는 영혼은 없다

젊음은 별이지 제 스스로 빛을 내니까

젊은 당신이 바로 봄이야!”

 

젊은이를 향해 소리치는 작가님의 진심이 잘 전달된다. 젊은이랑 가슴 속에 열망을 품고 사는 사람일 터이다. 나 역시 이제는 젊은 시절을 추억하는 시간이 익숙하지만, 힐링을 읽는 동안 마음속 켜켜이 숨겨진 젊음이 자신을 찾아달라고 외치는 듯하다.

 

 

누가 내게 시간의 지도를 그려주겠는가.

내 인생, 시간의 지도를 그릴 사람은 나뿐이다.”

[ 걸어서 별까지 가고 싶다 중 ]

 

시간의 끝에 대해 한번 생각해본다. 어느 날 몸의 이상한 부위를 감지하고 불편함을 느끼고 미루고 미루어 병원에 방문하여 예상치 못한 질병을 마주하고 나는 지난 시간에 대해 돌아본다.

 

내 인생, 시간의 지도를 그릴 사람은 나뿐이다.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지는 폭력이 젤 가혹하다. 민주주의 체제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참된 민주주의 완성은 여전히 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남기고 있다. 떼 지어 빚어내는 정치와 자본권력의 잉여 욕망이 문제다.”

 

[ 나는 여전히 희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중 ]

 

한국전쟁 시절은 기억나지 않겠지만, 지난했던 군부 독재 시절을 겪어내며 주변의 많은 나무가 쓰러지는 것을 보았을 테다. 비바람에 쓰러지는 나무와 어린나무를 곁에 두고 쓰러지는 늙어 버린 나무도 보았을 테다.

 

그런데도 숲은 영원하다. 역사라는 숲은 이렇게 쓰러지는 나무의 양분을 기반으로 생장하고 회귀했다. 그것이 역사라는 희망이고, 우리가 찾아가고 있는 미래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말은 당연히

아픔을 이겨내니까 청춘이다!’로 바꿔야 한다.

 

[ 이겨내니까 청춘이다 중 ]

 

한때 우리 사회를 강타한 김난도 교수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수많은 격려와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시간이 지나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아픔을 이겨내는 원동력은 젊음이다.

 

그때의 자신감과 패기를 돌이켜보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하는 신기한 느낌마저 든다. 청춘이 가지는 힘들 중에서 하나는 아픔은 이겨내는 것이다. 아픔마저 청춘의 일부처럼 여겨진다.

 

젊은 당신은 여전히 전등과 같이 빛난다는 작가의 말은 여전히 유의미하다.

 

 

함께 놀 때도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문장과 놀면 섬이 없다.

 

[ 해답은 나부끼는 바람 속에 있다 중 ]

 

 

정현종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라는 말로 인간관계를 정의했다. 순간의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것처럼 느끼는 노는 순간마저 사람 사이에는 섬이 있다라고 느낀다.

 

하지만 문장과 놀면 섬이 없다. 독서도 산책이다. 독서를 좋아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고 그들의 심리를 돌아보기에 그 속에 존재하는 섬이 없는 듯 느낀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느끼는 것처럼 책 속의 인물, 시대와 장소에 내가 참여하듯 느낀다. 온전히 내가 그 속에 빠져드는 것이다.

 

작가는 문장을 창조하며 자신만의 놀이터를 만든다. 그러다 잘못 쓴 파지들이 생기면 태워버린다. 꿈속에 보았던 시체를 태우듯 기억과 기록을 없앤다.

 

작가님에게 <은교>는 많은 아쉬움을 가지는 걸로 느껴진다.

 

 

은교-롤리타라고? 아니야. 그거, 불멸의 꿈에 대해 쓴 거야. 시간을 넘어서는 일, 죽음을 넘어서는 일. 감히 죽음과 맞장 뜨며 삶의 유한성을 넘어서고자 고단하게 꿈꾸는 일. 말하자면 은교이적요는 죽음과 한바탕 피어린 정사를 나눈 자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어. 불온한 사랑에 초점을 맞춘 영화 은교를 보고, 원작소설에 대해 함부로 예단해 말하지 마, 제발. 치열한 존재론적 탐구를 다룬 작품이라고 여겨줘. 영화 광고에 담긴 한 줄짜리 문장들에게 속지 마.

 

[ 문학은 오욕칠정의 기록이다 중 ]



 

저자가 머무르는 국사봉 7부 능선에 있다는 와초재의 전경이 궁금하다. 가을은 어디에서든 근원으로 가는 길을 만난다고 한다. 가을 산이 내보이는 빛깔의 변화는 인생이 가지는 빛깔의 변화와 같은 것이다.

 

사랑도 가을 사랑이 깊다고 한다. 이제는 가득했던 색이 바랜 나뭇잎을 떠나보내고 나를 온전히 내보이고 받아들이는 사랑을 할 것이다.

가을 사랑이 깊은 이유는 다름아닌 온전한 사랑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박범신 작가님의 에세이 힐링은 젊음을 돌아보고 지난 일을 회상하며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속 깊은 산문집이다. 작가님의 생각을 많은 부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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