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빅 컨버세이션: 대담한 대담
황창규 지음 / 시공사 / 2021년 4월
평점 :
대담한 대담
시공사에서 출판한 황창규 대표님의 <빅 컨버세이션>은 “기술은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키는가?”라는 주제로 그동안 그가 만났던 사람과의 대담을 통해 배운 점과 느낀 점을 서술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용량은 1년에 두 배씩 늘어난다’라는 ‘황의 법칙’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대한민국 반도체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다. ‘황의 법칙’은 당시 반도체의 기준이라고 하는 ‘무어의 법칙’을 너머 메모리 신성장론으로 인정받았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와 관련해 다양한 직책을 맡았고 사장까지 오르는 동안 ‘세계 최초 256M D램 개발’ 등의 다양한 ‘세계 최초’를 기록했다. KT 회장으로 있을 때에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할 준비를 마쳐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미스터 5G’로 불리기도 했다. (책날개 중)
어린 시절,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뉴스를 보고 무슨 일인지 자세히 모르지만 막연하게 우리나라가 특정한 분야에서 세계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으로 황창규 사장의 소식을 듣고 미국에서 공부하는 인재를 데려와 기술 개발을 주도한 사례로 인식했다.
당시에는 이건희 회장의 슈퍼 S 인재론이 주목받았던 시기로, 슈퍼 S급 인재 한 명이 10만 명의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 황창규 사장이었음을 후일 알게 되었다.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인물로 황창규, 진대제 두 사람의 비교와 경영 스타일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부산 출신인 황창규 사장에 관한 이야기와 이에 대비해 의령 출신인 진대제 사장의 공부 스타일은 충격적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한 자리에서 하루종일 공부하다 그 자리에서 바로 잠을 잔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던지 두 사람의 비교는 흥미로웠다.
황창규 사장은 삼성전자를 퇴임하고 국가 CTO로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고 찾아다니며 최근에는 KT 회장을 역임하며 평창올림픽에서 세계 최초로 5G 기술을 상용화하고 이를 응용한 기술로 세계에 한국의 기술력을 선보였다.
그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매 순간 자신에게 영감을 준 사람과의 대담을 배운 점을 이 책에서 상세히 소개한다.
그에게 반도체의 길로 이끌었던 것은 서울대학교 학부 시절 광화문에 있는 서점에서 만난 한 권의 책이었다. 인텔의 설립자 중 한 명인 앤디 그로브의
<Physics and Technology of Semiconductor Devices>였다. 이 책을 읽고 그는 반도체에 일생을 걸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는 이 책을 너무도 많이 읽어 닳고 헤져 3번이나 다시 사기도 했다고 한다.
미국으로 유학하게 된 그는 MIT 대학원의 네이본 교수에게 박사 과정을 수료하며 논문을 제출해 우수한 평가를 받았고, 이 논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스탠퍼드대학교 다튼 교수의 지도아래 책임연구원이 되어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반도체를 본격적으로 연구한다.
스탠퍼드대학에 있을 때 인텔의 컨설팅 업무를 하던 중 자신의 우상이었던 앤디 그로브를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을 일생일대의 사건이었다. 자신의 책을 탐독하고 영웅시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젊은이가 앤디 그로브도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후일 그의 자서전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을 앤디 그로브도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으로 그의 가족은 홀로코스트 정책의 피해자였고, 아버지는 군대에 차출되어 러시아의 포로가 되었다. 홀로 미국으로 망명한 앤디 그로브는 버클리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식으로 이름을 바꾸고 미국인으로 살았다. 그는 자신의 미국으로 망명해 이방인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앤디 그로브를 통해 고난 도전, 그리고 성장이 하나의 연속선상의 일임을 자각했다.
다튼 교수의 연구실에는 세계 유수의 기술 업체의 컨설팅 업무를 수행했고, 당시 세계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던 미국, 일본의 주요 반도체 기업이 주최하는 세미나에 초청을 받고 마지막 일정으로 히타치연구소의 부소장과 식사 자리에 참석했다. 부소장은 한국의 반도체 기술 수준을 물었고, 이에 대답 대신 그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솔직히 삼성전자 반도체 제품을 만들고는 있지만 수준 미달입니다. 일본의 기초 기술이나 응용 기술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아마 한참 동안은 따라오기 어려울 겁니다.”
(히타치연구소 부소장과의 일화 중)
태연히 대답하는 부소장의 얼굴을 보며 그는 내면에서 분노와 오기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침 삼성전자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던 그는 다른 유수의 대학과 일류 기업의 제의를 뿌리치고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다.
계약직인 임원의 자리보다 연구 개발을 위한 부장이라는 자리를 맡게 되었고 3년이 지난 후 임원이 된다.
1994년, 국치일인 8월 29일에 세계 최초로 256M D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2002년 세계 IT 경기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을 때, 그의 소신을 믿고 그가 제시한 계획안에 따라 이건희 회장은 전폭적인 지지와 투자를 실행한다.
“황 사장, 황 사장은 이때까지 큰 목표를 향해 달려서 1등도 해보고 지금 자리에 왔지만, 황 사장이 지금 투자를 안 하면 후배들은 언제 1등을 해보고 글로벌 1등을 지킬 수 있겠나?”
(이건희 회장과의 일화 중)
삼성전자는 기술력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업체가 되었고, 수많은 특허를 바탕으로 다른 기업 벤치마커인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를 이끌며 스티브 잡스의 애플과 상생하며 양사가 성장하는 기술 협력을 맺었고, 노키아 회장과 스페이스 X의 일론 머스크를 만나며 혁신에 대해 생각했다.
스티브 잡스와의 만남에서 가장 인상적인 질문은 기술의 혁신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기술의 한계에 관한 그의 질문이다.
“현재 수요의 충족이 아닌 상상력에 기반한 미래 수요를 창조해야 합니다. 닥터 황, 기술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요?”
(스티브 잡스와의 일화 중)
스티브 잡스와의 만남에서 잡스는 5년 뒤, 10년 뒤 애플이 만들어낼 혁신적인 제품을 소개하고 그 제품에 필요한 반도체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알아야 했다.
이때 그가 주장한 메모리 신성장론 일명 ‘황의 법칙’은 세계를 놀라게 했고, 아직 그의 이론을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대한민국 반도체의 역사를 볼 때, D램을 시작으로 S램,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를 거쳐 윈낸드, 원D램을 거쳐 모발일 D램과 SSD, CTF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 황창규 대표의 역할과 연구팀은 결정적인 임무를 수행했다.
KT 회장으로 있던 6년간 그는 GEPP(Global Epidemic Prevention Platform, 글로벌 감염병 확산 방지 플랫폼)을 완성해 국제적인 회의에 소개했다. 지금 코로나19 정국을 생각하면 당시 소개한 GEPP의 중요성과 기술이 인류 전체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황창규 대표의 <빅 컨버세이션>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술을 구현하는데 선구적인 역할은 한 수많은 인물을 만날 수 있고, 그들의 가진 견해를 공유할 수 있다.
새로운 미래를 이끈 리더들과의 만남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고 싶은 사람은 <빅 컨버세이션>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빅컨버세이션 #황창규 #시공사 #경영 #삼성전자 #국가CTO #KT #리뷰어스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