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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명의 유산
장웨이 지음, 조성환 옮김 / 파람북 / 2021년 3월
평점 :
파람북에서 출판한 지은이 장웨이, 옮긴이 조성환 님의 「도연명의 유산」은 장웨이 작가님의 도연명에 관한 강의를 소개한 책이다.
1956년에 태어나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장웨이는 고교 진학 대신 고무 농장에서 일했으며, 이후 중등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농업과 어업에 종사했다. 1970년대 단편 소설을 발표하고 문학상을 받으며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만물의 융화를 강조하고 고도성장기 중국의 사회 모순과 천민자본주의에 물든 사상을 비판하는 단편을 주로 써 중국의 최고 문학상의 하나인 ‘마오둔 문학상’을 수상했다.
장웨이는 국제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아 중국과 해외에서 70여 차례 문학상을 받았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책날개 중)
이 책은 그의 강연 녹음을 정리한 원고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2014년 가을 만송포서원의 원생 친구들이 도연명의 시가 예술에 대해 집중적인 세미나를 열었고 7차 세미나에 걸쳐 20여 시간 동안 도연명에 관한 발언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돌아가자(귀거래사)’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도연명(365~427)은 중앙정치에서 물러나 자연에 귀의해 조선 시대 사림에 의해 높이 평가되었다. 이후 김종직의 ‘조의제문’과 ‘도연명의 시’가 무오사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도연명이 활약한 위진남북조시대는 ‘정글의 시대’였다.
평소 역사 블로거 히스토리님의 글을 통해 유송의 왕조에 관해 알고 있어 도연명이 시대를 조망하기에 수월했다. 중국 역사상 아니 세계 역사에 걸쳐 위진 남북조 시대는 가장 잔혹하고 피가 난무했으며, 지도부의 타락이 오늘의 기준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적을 드물다. 잘 알려진 춘추전국 시대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으나, 개인적인 느낌으로 위진남북조시대가 더 야만과 피가 흥건한 시대였다. 고려 시대 충혜왕과 조선 시대 연산군의 폭정은 애교 수준이다.
그런 이유 중 하나는 진시황이 그토록 추구했던 영생불멸의 명약을 추구한 것이 위·진 시대에 이르러서는 ‘오석산’이 유행하기에 이른다. 오석산은 신선이 된다고 믿었던 도가에서 처방한 신선방의 하나로 유행처럼 번졌다. 오석은 단사(황화수은), 융황, 백반, 증청, 자석 등 다섯 가지 광물질을 볶아 만들었다. 이는 마약 성분이라 이를 복용한 왕과 지도부는 도덕적으로 정상이 아니었다.
이러한 ‘위진 정글’에서 생활하기란 얼마나 잔혹하고 위험한지, 조금이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한다. 도연명이 살던 시기의 ‘먹이사슬’의 맨 위층에 있었던, 피에 굶주린 동물은 바로 한현(369~404)과 유유(363~422)와 같은 군벌이다. 과거이든 지금이든 약소한 모든 개체는 패거리에 들어야 한다. 이것은 ‘정글의 법칙’에서 생존을 구하는 하나의 철칙이자 기본적인 방법이다. (35쪽)
도연명은 불교와 ‘청담’이 극성하던 시기에 살았으나 기본적으로는 믿지도 않았고 이러한 것을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불교와 현은 그에게 모두 잠재적 영향을 끼쳤다. 29세에 공직에 진출한 도연명은 관리사회에서 뒤섞이고 복잡한 인사 다툼과 서로 속고 속이는 일이 상상할 수 없는 압력을 행사하며 깊은 혐오감을 낳을 수 있다. 그는 전원으로 돌아온 후 처음에는 환락에 빠졌고, 후에는 고생도 했다.
도연명은 모두 네 번 벼슬자리에 나갔지만, 전체 기간을 합치면 2년도 되지 않는다. 첫 번째는 대체로 10일 정도이고, 두 번째는 2년 정도이며, 세 번째는 반년이 넘고, 네 번째는 겨우 2개월이다. 빈번한 출입은 아주 드물게 보는 정황이다. 도연명은 두 부인을 얻어서 아들 다섯을 양육했는데, 중간에 요절한 자식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도연명이 이렇게 많은 자식을 양육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고, 빈곤은 그가 항상 아무런 대책이 없게 만들어 탄식하게 했다.
도연명의 시가 창작은 크게 네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청년 시기의 대표작은 「욕망을 가라앉히며」이고, 중년 시기의 대표작은「돌아가자」이며, 근 만년의 대표작은 「불우한 선비들을 개탄하며」, 「음주 20수」, 「훌륭한 세 사람을 노래하며」, 「형가를 읊으며」이고, 최후는 만년 시기다.
후기에 올수록 도연명의 생활은 더욱 간고해지고 사람의 적막, 심리의 충돌은 갈수록 가중되었다.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다량의 시편이 있다.
저자는 도연명의 생애를 설명하려 서구인과 비교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한다. 도시를 벗어나 전원생활에 안착한 점에서 프랑스의 고갱과 유사하다고 전하고, 시골 호수의 생활을 기록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역시 등장한다.
이 책은 모두 7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 키워드가 무려 127항목에 달한다. 저자는 동서를 넘나들며 고금의 무수한 명사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기원전의 플라톤에서부터 2018년에 사망한 스티븐 호킹까지 무려 32명을 동원하여 도연명의 작품과 비교 분석한다.
다음은 ‘돌아가자’의 일부이다.
策扶老以流憩(책부로이류게) 늙은 몸 지팡이에 의지하여 아무 데서나 쉬고
時矯首而遐觀(시교수이하관) 때때로 머리 들어 먼 곳 바라본다
雲無心以出岫(운무심이출수) 구름은 무심히 산봉우리에서 피어오르고
鳥倦飛而知還(조권비이지환) 새는 날다가 지쳐 둥지로 돌아올 줄 안다
도연명이 벼슬길이 순조롭지 않은 울분, 증조부의 공훈과 업적 및 외조부의 명사로서의 풍채와 도량, 이 모든 것은 망각하기 어려워서 여전히 심중에 번갈아 맺힐 수 있다.
한 시대의 지식인으로 모진 세월의 풍파를 견뎌냄으로써 후대의 지식인에게 명성을 얻었으며, 자연에 어울려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시인의 면모를 <도연명의 유산>은 광범위하게 쫓아간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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