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길들이기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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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작품은 레인보우 퍼블릭 북스에서 출판한 정유선 번역가님의 셰익스피어 가장 유명한 5대 희극 중 하나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이다.

 

레인보우 퍼블릭 북스에서는 독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 중 하나인 고전 속 등장인물을 외우기 어렵다는 점에 책날개의 앞쪽, 뒤쪽 안쪽 면을 등장인물을 수록하고 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였다.

특히 인물 등장할 때 누군지 몰라 등장인물 소개란을 매번 펼쳐봐야 했던 나는 마음에 들었다. ^^

 

두 번째 특징적인 부분은 대화편이 챗북 형식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책의 형태 중 챗북의 강점은 대화형 문장을 표현하기 좋고 카카오톡 메시지처럼 가독성이 뛰어나다는 점인데, 이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희곡 읽다가 은근 이게 누구 대사인지 헷갈릴 때가 있는데, 챗북 형식이니 이런 점이 예방되었다.

 

 

내용 면에서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가장 특징을 들라면 가스라이팅의 원형이 되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스라이팅1938년 희곡 <가스등>에서 나오는 남자가 여자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무시해 여자의 재산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참고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두 작품 다 여성의 상속을 통해 가진 유산이나 지참금을 노리고 있다는 점도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다만 가스등이 스릴러 형식의 탐정극이고,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희극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굳이 셰익스피어 처지에서 보면, 이 희곡을 쓸 당시 셰익스피어는 극단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고, 공동운영자로 나서기 직전이다. 당시 여성의 인권을 생각하면 극단에 여성의 역할도 남자배우가 해야 할 정도로 여성의 사회 참여나 역할이 무시될 때이다.

 

그런데도 페트라르카의 소네트가 일방적인 사랑의 대상으로 여성을 찬미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었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을 후원하던 왕가에도 쓴소리했기에, 여성의 지참금 제도와 여성 인권에 대한 환기할 목적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서막을 이용해 영주가 사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크리스토퍼 슬라이를 놀려줄 작정으로 그를 성으로 데려와 술이 깼을 때 슬라이가 영주로 바뀌도록 꾸민다. 요즘으로 생각하면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것인데,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고 주위의 모든 사람이 자신을 영주로 떠받든다면 슬라이는 반신반의하면서 믿고 싶을 것이다.

 

이때 그가 태어나 처음 보는 공연이 극중극인 <말괄량이 길들이기>이다. 셰익스피어가 이런 장치를 두는 이유는 여성을 길들인다는 설정이 가져올 파문을 줄이기 위해서인 듯하다. 다른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성이 주체적이고,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엘리자베스 1세의 대영제국 아래 성장한 셰익스피어를 생각하면 당연하기도 하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이탈리아 파도바 지역의 갑부인 밥티스타 미놀라의 두 딸의 결혼과 관련한 이야기이다. 말괄량이 역으로 남자에게 자신의 의견을 떳떳하게 말하는 카타리나(케이트)와 미모와 착한 심성으로 구혼자가 줄을 선 작은 딸 비앙카이다.

 

밥티스타는 둘째 딸 비앙카에게는 상속을 많이 남기는 사람에게 결혼을 허락하고자 하고, 카타리나에게는 자신이 지참금을 많이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밥티스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카트리나가 결혼해야 비앙카를 결혼시킨다고 한다. 비앙카를 사랑하는 호르텐시오와 나이가 많은 그레미오는 카타리나의 짝을 찾아 주려 한다. 호르텐시오의 친구인 페트루키오는 이 소식을 듣고 재산을 차지할 목적에 적극적으로 카타리나에게 청혼한다. 이윽고 카타리나와 결혼하게 된 페트루키오는 카타리아와 말다툼을 통해 서서히 길들여 간다.

 

파도바에서 비앙카에게 한눈에 반한 루첸티오는 하인인 트라니오와 변장을 통해 역할을 바꾸고 자신은 가정교사로 변장하여 그녀의 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비앙카의 사랑을 쟁취하게 되고 결혼에 성공한다. 호르텐시오는 자신을 좋아하는 어느 부자 과부와 결혼하게 돼 세 쌍의 부부가 탄생한다. 다 함께 모인 피로연에서 세 명의 신랑이 내기를 통해 남편이 불렀을 때 가장 빨리 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자는 해 세 명은 아내를 부르지만 즉시 달려온 이는 카타리나뿐이었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드는 희곡이었다. 배우들이 쉴 새 없이 주고받는 대화는 계속 웃음을 유발하고, 극 중 등장하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인물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등장인물이 변장을 통해 바뀌지만, 마지막을 모두 떠들썩하게 해피엔딩으로 가져가는 것도 의미 있다.

 

우연하게도 1616423일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미겔 데 세르반테스가 동시에 사망한 날이다. 우리는 이날을 세계 책의 날로 정해 그들을 기념한다. 몇 해 전 두 사람의 사망 400주년을 기념했던 것도 기억나 400여 년이 지나는 여성의 인권과 지위가 어떻게 변했는지 생각했고, 당대 극장을 소유한 셰익스피어가 카트리나, 비앙카를 맡은 남자배우의 공연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도 궁금하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생각하시는 분은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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