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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 투 드라이브 - 스스로 결정하기로 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성장 에세이
마날 알샤리프 지음, 김희숙 옮김 / 혜윰터 / 2021년 4월
평점 :
스스로 결정하기로 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성장 에세이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문화는 개인의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혜윰터에서 출판한 마날 알 샤리프의 <위민 투 드라이브>는 ‘생각하다’의 의미를 가진 ‘혜윰’처럼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사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읽는 동안 여성 이슬람교도가 겪게 되는 후견인, 마흐람(여성의 동반자)이 없으면 밖으로 외출할 수 없다거나 계약을 할 수 없는 행위는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허구라 생각했지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라곤 반신반의했다.
마날 알 샤리프의 <위민 투 드라이브>를 읽는 동안 샤리아 법에 근거한 관습법이 성문법 못지않게 많은 여성 이슬람교도의 생활을 옥죄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전히 나는 반신반의하지만, 사실이라 받아들이게 된다.
여성을 여왕처럼 모시기 위해 얼굴을 밖으로 드러내지 못 하게 하고, 외간 남자에게 얼굴을 보이면 안 되고 심지어 결혼하는 것도 본인의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집안의 어른이 결정하는 모습은 문화적으로 매우 다르다고 생각한다.
더욱 당황스러운 사실은 일전에 오프라 윈프리가 참여했던 ‘여성 할례 금지 운동’이 아프리카에 국한되는 일인 줄 알았으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라는 사실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저자인 마날 알 샤리프는 1979년 종교적으로 엄격한 분위기의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사우디 국영 아람코 정유회사에 채용되어 정보보안 분야에서 일하는 사우디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2011년 마날은 '여성이 운전했다'라는 죄목으로 투옥되었다. 그는 위민 투 드라이브라는 그룹의 회원이었고,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획득했고 아람코 내에서 운전한 경험이 있어 어느 날 자신이 운전하는 모습을 유튜브 동영상에 올린다.
이에 사우디 정부는 그녀를 교도소에 투옥한다.
사우디 사회에서 여성은 공적인 업무를 보려면 공식적인 후견인(대개 아버지나 남편)이나 마흐람(보호자, 대개 가까운 남자 가족, 친척, 아들)이 동행해야 한다. 산모라 해도 후견인이나 마흐람이 없으면 병원에 들어갈 수 없다. 마흐람 없이 여성만 집 안에 있으면 강도가 들어도 경찰이 들어갈 수 없고, 불이 나거나 의료적 응급상황이 벌어져도 소방관이 그 집에 들어가는 게 금지된다. (17쪽, 한 명의 왕과 수백만 명의 여왕이 사는 나라 중)
실제 대학 캠퍼스에 여성이 심장병으로 쓰러져도 남성 구급의료원이 들어와 진료하는 것보다 여성의 죽음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사우디 남성들은 여성을 '여왕'이라 부르며 여왕은 운전하지 않는 법이라고 한다. 여성들은 종종 사우디는 '한 명의 영화과 수백만 명의 여왕이 사는 왕국'이라며 '여왕'이라는 호칭을 조롱한다. (20쪽, 한 명의 왕과 수백만 명의 여왕이 사는 나라 중)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희롱은 범법행위가 아니다. 정부 기관, 특히 종교경찰은 항상 여성을 비난한다. 이들은 여성의 외모가 어떠했기 때문에, 걸음걸이가 어떠했기 때문에, 혹은 향수를 뿌렸기 때문에 희롱당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여성을 범죄자로 만든다. (21쪽, 한 명의 왕과 수백만 명의 여왕이 사는 나라 중)
어떤 이야기보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여성 할례이다. 마날과 언니 무나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묵인하에 이발사로부터 할례를 당하게 된다. 이 과정은 너무도 끔찍해서 차마 믿기 힘들 정도인데, 파라오식 할례의 경우 훨씬 더 끔찍한 경우라 한다. 여성에게 할례를 행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여성 할례를 주창하는 사람들은 할례가 소녀의 성욕을 제거함으로써 '성적 일탈' 행위를 방지한다고 믿는다.
그녀는 2011년 대중들이 SNS로 소통하고 전제정치를 거부하는 ‘아랍의 봄’이 무르익자 사우디 여성이 운전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차가 있지만, 운전기사가 없으면 이동할 수 없는 상황에 그녀는 벗어나고자 한다.
사실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이지만 지금과 같이 보수적으로 변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9년 마날이 태어난 해 ‘주하이만 알 오타이비’라는 급진적인 근본주의자들이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를 2주 동안 점거했다. 점거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우디아라비아는 47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국이었고 네 번째 군주인 칼리드 빈 압둘 아지즈의 통치하에 있었다. 주하이만은 ‘올바른 것을 명령하고 잘못된 것을 금지하는 살라피 그룹’의 멤버였다.
이들이 검거될 당시 모스크에 갇혔던 순례자들을 포함한 공식 사망자 수는 270명으로 집계되지만, 무고한 순례자들 다수를 포함하면 사망자 수가 1,000명 혹은 그 이상에 이른다고 한다.
사우디 정부는 그랜드 모스크를 점령했던 반란군 63명을 공개적으로 참수하고 사건을 일단락 짓지만, 문제는 사우디 정부가 와하비-살라피 교리에 경도된 사람을 달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들의 교리 일부를 포용하기로 정하면서 사우디 여성은 생활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그녀는 살리피 교리에 빠져 가족과 갈등을 일으키고, 학교에서 자신의 교리에 벗어나는 친구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나중에 2001년 911 테러 사건이 발생하고 그녀는 살라피 교리에 의심을 하고 다른 관점으로 이슬람교에 대해 생각한다.
우수한 학교 성적을 바탕으로 마날이 취업하게 된 곳은 ‘아람코’이다. 미국의 스탠더드 오일사가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추를 위해 설립한 아람코는 사우디 정부가 인수하여 국영화한다. 미국인 직원을 위한 시설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아람코는 사우디의 모든 사람이 선망하는 직장이다. 우리나라의 에쓰오일의 최대 주주기도 한 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외부세계이다.
마날이 아람코에서 승승장구하는 동안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지만, 남편은 다른 남자 직원과 아내가 함께 근무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마날이 남자 직원과 대화했다는 이유로 매춘부라는 꼬리표가 붙고, 해외 출장에 미성년자인 남동생을 동반해야 했으며, 여성이 사우디 거리를 운전하는 것은 금지된 일이라 자신의 차를 차고에 두고 다녀야 했다.
두 사람은 나중에 이혼하게 되는데, 사우디에서 여성이 이혼하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뒤따른다.
마날은 사우디 여성의 운전할 자유를 위해 <위민 투 드라이브>를 설립하고,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여성의 운전할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한다.
이 책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사회의 불합리한 시스템과 맞서 싸우고 이를 변화시키는 여성의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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