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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국가 대한민국 - 부족주의의 노예가 된 정치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4월
평점 :
부족주의의 노예가 된 정치
인물과 사상사에서 출판하고 강준만 교수님이 집필한 <부족국가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정치 세력을 향한 일침이다. 근래 저술한 <싸가지 없는 정치>,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에서 진보세력에 관한 따끔한 조언과 더불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의 결과는 그가 그동안 예측한 일들이 잘 들어맞는 듯하다. 이번 도서 <부족국가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정치세력이 지나치게 부족주의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치적 부족주의의 문제는 집단에 대한 강한 소속감으로 나와 다른 집단에 대해 가지는 폭력과 적대감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진보 논객으로 잘 알려진 저자는 진보세력에 관해 쓴소리를 쏟아내고 그의 외침이 다음 해 대선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투쟁의 대상이다
“다른 사람들과 만나 그들이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을 경험하는 것은 아주 가치 있는 일이다. 이러한 소통은 전에도 그랬고 지금 이 시대에도 진보의 주요한 원천이다.”
[존 스튜어트 밀]
우리나라 정치를 양분하는 세력은 흔히 알려진 ‘진보’, ‘보수’로 대표된다. 세상에선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을 ‘진보’로 부르지만, 사실 이는 민주당의 왼쪽에 있는 정의당을 비롯한 정당들에 큰 결례라는 저자의 말은 평소 상당히 동의하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정치사는 반공주의를 기반으로 성립되었기에 유럽의 진보정당이 추구하는 목표에는 진보라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립적 정당, 국민의 힘을 보수정당, 정의당을 위주로 한 정당을 진보정당으로 표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진보정당에 있어선 존재감을 드러낼 좋은 기회였는데, 양당 정치로 고착되고 있는 현 정치 상황에선 진보정당이 주목 받기는 어려웠던 걸로 보인다.
한국형 계급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부동산 문제의 처참한 실패로 적어도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빈부 격차를 심화시킨 세력을 결코 진보일 수 없다는 저자의 주장도 동감한다. 부동산 문제가 아무리 글로벌 통화공급의 결과라 할지라도 부동산 임대차 3법은 누구를 위한 법인지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드러날 걸로 보인다. 20여 년 전, 전세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는 법안이 통과했을 때에도 전체 부동산 시장이 크게 동요했지만, 이 법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여당에서 통과시킨 임대차 3법은 시간이 지나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지 아니면 효용을 다해 수정되는 법안으로 재편될지는 국회를 주목해야할 점이다.
저자는 자신이 진보세력을 지속해 비판하는 이유는 “너 잘돼라”는 비판의 목적에 충실한 과정이라지만, 독자는 그렇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한가지 명확한 사실은 저자가 지적한 사실은 대한민국의 민심을 정확하게 집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관한 금태섭 전의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여당 중진 의원들조자 그 방송에 출연하려고 줄을 서서 그가 지휘하는 방향에 맞춰 앵무새 노릇을 하고 그의 눈에 들면 뜨고 눈에 나면 죽는 것이 현 여당의 현실이다.” (25쪽, ‘정신적 대통령’ 김어준의 비극 중)
김어준이 ‘정신적 대통령’이라면 그건 끊임없이 적과 악마를 만들어내야만 유지될 수 있는 자리다. 유시민은 최근(2021년 1월 22일)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의 금융거래 정보를 열람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한 사과문에서 “대립하는 상대방을 ‘악마화’했다”고 고백했다. 김어준 역시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데엔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는 인물이지만, ‘악마화’는 늘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 대립하는 상대방은 온갖 부정적인 특성을 다 갖고 있을망정 결코 악마는 아니기 때문이다. (32쪽, ‘정신적 대통령’ 김어준의 비극 중)
대한민국 정치사가 어느 정도 성숙하고 있다는 방증은 보수-진보-보수-진보세력이 대통령선거를 통해 두 차례 이상의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면 어김없이 전임 대통령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인 입장이 다르지만 그 사람도 나와 함께 사회를 이루어가는 구성원이다. 종교보다 더 사람을 가르는 것이 정치라 여길만큼 정치적인 신념은 중요하지만 바뀔 수 있고, 정치적 견해를 바꾸었다고 해서 나와는 타협할 수 없는 사람은 아니다. 선거철만 되면 우리는 나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눈 가장 든든한 사람인 가족마저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상대방을 설득하려 노력한다.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보면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금전적 특혜를 주는 건 범죄행위다. ‘공사구분의 원칙’은 엄격하게 지켜져야 하는게 우리 사회의 합의지만, 그런 합의가 잘 지켜지는 것 같진 않다. 연고주의 넘어서 아예 ‘부족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족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집단이 헌신하는 목표에 유리한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만들어서 현실을 대대적으로 왜곡할 수 있다. 또 집단 정체성은 순응의 압력을 일으켜 사람들이 혼자서는 상상해본 적도 없는 일들을 하게 만든다.: [114쪽, 에이미 추아(미국 예일대학 로스쿨 교수)]
부족주의는 경험적으로 어떤 장소에 대한 소속감, 그리고 어떤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인간은 원시사회에서 다른 부족과 전쟁이나 갈등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자신의 부족에 대한 맹목적 충성이 필요했다. 세상이 발달해 부족국가는 사라졌지만 ‘부족 본능’은 살아남았다. 사람이 모이면 반드시 발생하는 부족주의 본능은 특히 한국에선 뿌리가 단단하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이 가입하는 사회 관계망 비율로 확인되고, 엘리트 집단일수록 부족주의 성향도 강하게 나타난다.
부족주의가 진보 세력에 접목되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운동권 부족주의’가 리더십보다 집단에 대한 충성도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독재 정권 시절 그들의 투쟁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용기가 없어서 나서지 못했던 사람들은 나름의 ‘역사적 부채 의식’을 갖고 있기에 그들의 국정 운영에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119쪽, 부족국가 대한민국 중)
현재는 진보 부족주의의 전성시대다. 명분과 당위의 포장을 더 앞세우고 더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부족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는 동안 보기에 흉한 부족주의 스캔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문명의 역사는 부족적 민족주의를 점차로 더 폭넓은 이해관계에 복속시켜온 연대기다.” (123쪽, 피에르 트뤼도)
한때 민주당 내에서 쓴소리를 하는 조웅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을 가리켜 ‘조금박해’로 불렀는데, 이는 조금박해를 제외한 의원들의 상당수는 스스로 정당이라는 집단 부족의 꼭두각시가 되기를 자청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212쪽, 금태섭의 ‘이중 구속’에 돌을 던질 수 있는가? 중)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정치적 부족주의’는 상대방과 공존하며 전진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 앞에 다가오는 거대한 도전을 생각할 때면 우리 정치세력의 갈등이 불만스럽다. 조금만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면 거대한 파도가 다가옴이 느껴진다.
당장 세계에서 모범을 보인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K-방역도 예방백신을 효과적으로 수급하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다. 백신 계약 초기에 상황을 지켜보다 늦게 체결한 계약이 부메랑이 된 것이다. 과거 신종플루 백신을 필요보다 더 많이 공급계약을 체결해 백신 재고로 감사를 받고 비난 여론이 치솟아 이번 계약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안타까운 점이다.
이 책은 저자가 진보세력에 대한 쓴소리로 가득한 책이다. 강준만 교수님은 정치권에서 일어난 다양한 사건을 자신의 관점으로 이야기한다.
정치에 관심을 가진 독자는 최근에 이슈가 된 여러 정치, 경제, 사회적 사건을 깊이있는 시각으로 다시 돌아볼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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