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1년
이인화 지음 / 스토리프렌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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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211일 하루 영원의 역사가 소용돌이친다.

 

스토리프렌즈에서 출판한 이인화 작가님의 <2061>은 역사와 미래를 포괄하는 SF추리 소설이다.

 

사피엔스가 작은 체격에도 체격이 더 좋아 힘세고 강인한 네안데르탈인을 물리친 원인은 정보의 전달력과 공유하는 능력이었다. 그럼 인류세를 주도하는 사피엔스보다 정보를 더 잘 공유하는 종이 등장하는 인간은 위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문자가 표음문자로 이루어진 확장성이 용이한 문자체계라면 우리는 한글이 상당히 발달한 표음문자 체계라는 것을 배웠다.

 

이 두 가지 사실을 결합한 새로운 종의 출현을 우리는 지금 목적에서 지켜보고 있고 AI라는 이름을 가진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종의 출현을 지켜보며 어떤 이는 기술의 발전에 놀라워하고 또 다른 이는 두려운 미래가 등장할지 모른다고 한다.

 

이인화 작가님은 역사를 기반으로 한 추리 소설을 잘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또 다른 그의 특기는 신화를 바탕으로 한 광대한 스토리를 게임을 통해 구축해 왔다는 점이다.

 

이 소설 <2061>은 그의 특기를 한 권에 쏟아놓은 대단한 작품이었다. 그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뉘우침과 후회, 인간 관계의 냉혹함을 소설 속 등장인물을 통해 소리치고 있다.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을 잘 접하지 않는 나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대단한 작품이었다.

 

한가지 궁금한 점은 훈민정음 해례본은 소유하는 광산김씨 가문과 그의 가문이라고 알려지는 임진왜란 의병장 김성일은 의성김씨 가문이라 같은 가문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같은 가문의 사람으로 소개하고 있어 이 사실은 더 확인하고 싶었다.

 

 

[ 용어 정리 ]

 

실라리엔 관통선 : 과거의 한국으로 뻗어 있는 시간 폐곡선

치명적 옛것 : 과거 치사율이 높아 숙주를 너무 빨리 죽였던 바이러스

인체 혼종인 ; 자신의 뇌에 전자칩을 이식해 몸을 인공지능에 임대한 사람

아바돈 : 예측되는 최악의 코로나 바이러스

데모닉 : 1896년에 발생한 아바돈의 치명적 옛것

이도의 무지개 : 바이러스가 일곱가지 영역에서 보이지 않는 변화를 보이게 하는 것

 

 

이 책은 인간과 인공지능 사이에서 펼쳐지는 데이터 저작권료, 방역주권을 차지하기 위한 데모닉을 구하기 위한 패권 경쟁을 보여준다.

 

역사와 미래, 세계를 주도하는 열강의 움직임과 한국의 위상을 경고하는 소설이라 많은 생각거리를 던지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1895년에서 1896년 구한말 역사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고, 조선 태조에서 세종 시대 여진족과의 관계이다.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이성계와 누르하치의 6대조 몽케테무르의 이야기이다.

물론 청일전쟁 당시 인천 재물포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김옥균과 홍종우의 이야기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 스포 주의 ]

 

사실 스포일링을 싫어해 사건의 핵심 줄거리는 올리지는 않지만, 소설 '2061'은 내용이 다소 복잡해 크게 대칭 축은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이 사피엔스를 지배하고 인공지능의 언어인 훈민정음을 찬성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이 방역 주권을 차지하기 위해 역사적 인물로 숙주로 탐사자는 탐사를 통해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만끽할 수 있다.

재익 심은 친 이도파인 혼종인 미국 대통령 다말 알린스키 측에서 훈민정음 해례를 지키려 한다. 이는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는 구조를 굳건하게 한다.

 

반 이도파의 축은 재익의 제자인 레베카 아제지를 축으로 훈민정음 해례본을 비롯한 세종실록을 없애려 한다. 그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지 않고 인간이 중심이 되는 세상을 꿈꾼다.

 

 

그럼 소설 속으로 들어가보자.

 

재익 심은 뉴욕주 브라이슨 연방 교도소에 8년째 수감 중이었다. (9) 그렇게 시간을 흘러갔다. 영감도 빵돌이도 하루 또 하루 살아졌다. 사람은 결국 잊을 수 있다. 경솔했던 행동, 바보 같았던 말, 수치, 굴욕 고통, 절망, 외로움, 패배감을 언젠가는 잊을 수 있다. (10) 감옥에 오기 전 그는 이십여 년 동안 1896년 재물포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20614월의 화창한 날이었다. 연방수사국 사람들이 찾아와 채소 영감을 에어 리무진에 태우고 워싱턴 D.C.로 데려갔다. 크로노토프(시공간) 보호법 위반으로 12년 형을 받았다는 그의 죄명도 생소했다.

 

인간이 발음하는 분절음은 겨우 3천여 종인데 로마자는 그것조차 완전하게 표기하지 못했다. 모든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문자는 지구상에 단 하나, 이도 문자뿐이었다. 세종 이도가 1443년에 발명한 이 문자는 초성 중성 종성을 결합하여 39856772340종의 분절음 표기할 수 있었다. (14)

 

재익은 검은 사막을 가는 탐사자였다. 인간의 뇌를 빨아들일 듯 끝없이 물러서는 사막의 지평선이 그의 혼을 사로잡고 있었다. 검은 사막을 지나가려면 철석같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파멸한다. 어둡고 가차 없는 시공이 사람을 삼켜버리기 때문이다. (12)

 

워싱턴에 국가 안보 보좌관 톰을 만나 재익은 그가 1896년 조선으로 들어갈 탐사자를 찾고 있고 재익이 일을 해주면 남은 형기 4년에 대해 사건 재심을 거쳐 대통령 사면을 받아 주겠다고 제안한다.

 

재익은 실라리엔 관통선을 마흔두 번이나 들어갔다. 실라이엔 관통선은 과거의 한국으로 뻗어 있는 시간 폐곡선이다. 계속 따라가면 신라 시대까지도 갈 수 있기에 실라리엔 관통선이라고 한다. (16)

 

분자생물학의 관점에서 인간의 자아는 기억의 집합이며 기억은 뇌에 있는 뉴런의 전기 신호가 분자 단위로 변한 것이다. 탐사 기술은 뉴런의 전기 신호를 복사해서 과거에 살던 다른 인간의 뇌로 전송하는 기술이었다. (17)

 

재익은 의대와 인문대에서 복수 학위를 취득하고 초공간 역사학과 교수가 되었다.

 

21세기에는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파괴, 공장형 가축 사육으로 고위험 전염병 바이러스가 극적으로 진화했다. 과거 치사율이 높아 숙주를 너무 빨리 죽였던 '치명적 옛 것'이라 불리는 바이러스들이 재등장했다. 그중 가장 치명적이고 최악의 코로나 바이러스인 아바돈이 한 달 뒤 출현한다는 예측이 나오고 아바돈의 '치명적 옛 것'1896년 조선에 나타났던 에이치원 데모닉이다. 재익은 데모닉의 살아 있는 표번을 가져와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다.

 

2020년부터 많은 것이 사라지고 무너졌다. (34) 기후 위기로 인한 거대 산불, 대홍수, 가뭄, 한발이 매년 있었다. 멈춘 경제를 돌리기 위해 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살포했고 그 돈은 유동성 쓰나미로 되돌아와 금융시장을 박살냈다. 국가 부도, 식량 위기, 대규모 난민, 수십억 명의 고용소멸이 있어났다. 나라마다 수백만의 실업자들이 답답하고 우울한 구직의 물결 위를 흘러 다녔다.

 

2040년대는 내전 시대였다. 뉴스는 증오와 선동으로 도배되었다. 미국에선 인종주의 범죄가 빈번하고 총격 사건이 일상화되었다. 미국을 추월해 경제 규모 세계 1위가 된 중국도 승자의 저주를 겪었다. 여교사가 무장경찰에게 맞아 죽는 3분 짜리 동영상은 14개 지역에서 분리독립운동이 일어나게 했다. 분리독립운동은 우칸넷이라는 지하 소셜 네트워크를 기점으로 중국 공산당의 정책에 불만을 가진 사람을 뭉치게 했다.

 

분리독립 분위기가 고조되자 자식의 언어를 결정하고자 한 내몽골 몽골족의 민족주의가 동북 삼성의 만주족과 조선족에게 확산되었다. 중국공산당은 한반도의 내전 구조를 자극하는 책략으로 화근을 제거하려 했다. 북한은 전자정찰국 부대로 한국에 디도스 공격을 시작하고 한국의 미사일과 자주포 기동군단은 북진했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한국과 일본과 미국으로 날아갔고 미국의 전략핵이 북한과 동북 삼성에 떨어졌다. 중국의 핵미사일이 반격했다. 한국의 25개 원자력발전소가 모두 폭발하거나 망가졌다. (39)

 

한반도에는 이제 사람이 살지 않는다. 생존자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방사능 낙진과 화산재를 피해 떠났다.

 

재익의 아내는 2049년 전쟁으로 서울에서 사망했다. 미국 대통령 다말은 재익에게 1896년으로 돌아가 훈민정음 해례본을 파기하면 2049년의 전쟁을 일어나지 않으며 아내를 살릴 수 있다고 한다.

 

2061년 전 세계는 한국인의 문자를 공유하고 있다. 다만 알린스키 같은 이도리안 라이트, 이도 우파는 훈민정음해례본 서문에 담긴 인간 사랑의 휴머니즘을 계승했다. 에마 같은 이도리안 레프트, 이도 좌파는 훈민정음 본문과 후서에 담긴 인간 확장의 보편주의를 계승했다. 에스오에스 같은 안티-이도이스트, 반 이도파는 이도의 인간 사랑과 인간 확장 둘 다를 비난했다. 그런데 정작 2061년에 한국인은 없다. (144)

 

몽케와 그의 아내 하얼아, 그 자식과 손자들이 모두 죽었다. 몽케의 손님으로 와 있던 명나라 관리 배준도 죽었다. 어린 손자 푸만이 간신히 도망쳐 사지를 벗어났다. 백여 년 후 푸만의 증손자 누르하치가 제국을 건설하고 황제가 되었다. 몽케는 청나라의 조조 원황제로 추존되었다. (293)

 

우리는 꿈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진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온 마음으로 꿈꾸는 다른 세상이 있고 그 세상만이 진실일 것입니다. 그 책이 반세기 일찍 공개되기만 하면 인간의 집단 지성이 인공지능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입니다. (376)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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