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 - 죽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인간을 유혹하는가
제시 베링 지음, 공경희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저자인 제시 베링은 솔직하고 재치 있는 글쓰기로 유명한 심리학자이다.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수료 후 현재 오타고 대학교 과학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으로 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인간 행동의 민감한 사안들을 부드러운 유머와 예리한 통찰력으로 풀어내어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 (책날개 중)

 

이번 도서 <나는 죽으려고 했던 심리학자입니다>"죽고 싶다는 생각은 어떻게 인간을 유혹하는가"라는 부제와 함께 자살 충동을 극복하고 희망을 찾은 그의 메시지를 전한다.

 

매년 자살과 관련한 통계를 볼 때마다 우리 국민이 가지는 마음의 짐이 세대를 불문하고 너무나 무겁게 나타나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통계결과는 몇 년째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내기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이제는 사회적으로 드러내 이야기할 시기가 되었고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시의적절하게 자살에 관해 여러 관점에서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열 명 중 아홉은 예비 자살자"라 말했다. 자살 행위자의 43퍼센트는 유전 요인으로, 나머지 56퍼센트는 환경적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13)

 

1장 비밀에서는 저자가 10대 때 자살하고 싶었던 이유는 자신이 거주하는 작은 동네에서 게이라고 아웃팅당할 걱정이 그를 절망으로 이르게 했다. 20년 전 커밍아웃했고 파트너인 후안과 10년 넘게 같이 지내며 성적 지향과 관련한 두려움은 청소년기의 그를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게 했다.

 

직업적 성공을 거두고 학자로서 인정받은 저자가 성인이 되어 느낀 자살 충동은 커리어 번아웃(탈진 증후군)과 실직이었다. 교수에서 작가로의 전환은 생각과는 다르게 그를 추락시켰다. 사람들이 자살하게 만드는 요인은 여러 가지지만 굴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은 밑바닥을 길 때 자존심에 매달리지만,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암흑은 개인을 자기 혐오와 열패감을 가지게 한다.

 

사람이 가지는 어두운 감정의 뒤쪽에는 사회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대다수 사람은 타인 때문에 자살한다. 사회적인 문제들이, 특히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은 불쾌한 진실을 알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조심스러운 걱정이 부채질한다. (30)

 

저자는 뉴질랜드의 오타고 대학교에 취직하고 남섬의 평화로운 자연환경과 낯선 동물과 일상을 경험하며 '행복'한 삶은 살고 있다.

 

2장 전갈에선 저자가 기르던 고양이의 자살 시도와 함께 1883<네이처>에 실린 <전갈들의 자살>이란 논문에서 실험대상인 전갈이 자살로 이르게끔 가혹한 실험을 한다.

 

"치명적 결과에 대한 지식이나 기대를 갖고 의도적으로 시작하고 실행하여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행위"로 정의되는 '자살'이라는 행위를 동물도 하는 것일까? 평소 생각해보지 못한 주제를 한동안 고민하다 동물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일 거라는 모호한 동의를 하게 된다.

 

인간과 동물의 큰 차이 중 하나는 인간은 계속 타인들의 생각을 의식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또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3장 승률에선 캐나다의 한 가정에서 벌어진 자살이 가족 구성원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3형제 중 큰 형의 자살로 아버지는 더욱더 신앙에 몰입하지만, 막내는 종교가 아닌 진화론에서 인간 본성을 탐구한다.

 

"자신에게 해가 되는 어떤 상태에서도 생산하지 않는다. 자연 선택은 각각의 이익에 의해, 이익을 위해서만 작동하기 때문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에 나오는 구절이다. (87)

 

4'계단'에서는 사회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가 제시한 자살 성향으로 이르는 6단계 과정을 보여준다.

 

1단계 '역부족'에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준과 현재 상황의 괴리가 클 경우 나타난다.

 

2단계 '자신을 탓하기'1단계에 나오는 불운한 사건들을 자기 탓으로 돌리면, 자살의 길을 멀리 더 멀리 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특정한 곤란에 처해 자신을 혐오한다면 비상사태다.

 

3단계 '고도의 자기의식'단계이다. 자살은 불쾌하게 예리한 자기의식을 피하려는 욕구에 자극된다고 한다. 자기 파괴적인 정신 상태에 빠지면 자기 본위가 되고 다른 사람들은 멀어 보인다. 자신의 단점에 고도로 몰입해 있다는 것이다.

 

4단계 '부정정서'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서 도피하고 싶은 감정이다. 죄책감, 자기 비난, 배척당할 두려움, 무엇보다 근심으로 경험될 수 있을 불안은 거의 모든 자살의 요인이 되는 듯하다. 극심한 신체 고통이 심리적 고통보다 더 낫다고 여기는 사람의 심리는 부정 정서가 얼마나 괴로울 수 있을지 잘 보여준다.

 

5단계 '인지의 붕괴'는 인지적으로 무너져 시간이 기어가듯 지나는 느낌이다. 이는 머릿속에서 외부 세계가 매우 간단하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진행하는 단계이다. 이는 인지적으로 무너져 놀랍도록 낮은 수준이 기본이 된다.

 

6단계 '탈억제' 고통이나 공포의 자극에 익숙해져 가는 단계이다. 이는 의미 있는 생각을 하는 사고력을 잃고, 구체적인 세부 사항에만 몰두하는 단계이다. 자살 성향자는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 젖어 오직 죽기 아니면 살기밖에 없다고 여긴다.

 

로이의 6단계는 모든 단계마다 자살의 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다른 방식으로 감정의 고통을 떨칠 수 있다면 자살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일 때 어떤 감정의 단계를 겪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살이라는 단어는 우리 사회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말이다. 개인의 자살은 결코 개인의 심리적 고통에서 시작하지만 다른 사회적 시선도 작용한다.

 

죽으려고 마음먹었던 저자는 약물치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리 주변에는 우리를 도와주기 위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죽음을 넘어 삶의 희망,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정으로 이 책은 인도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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