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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하루 - 두려움이라는 병을 이겨내면 선명해지는 것들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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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라는 병을 이겨내면 선명해지는 것들
저자인 이화열 님은 서울에서 태어난 홍익대학교 대학원 산업디자인학과, 프랑스 파리 타이포그래피 국립아틀리에에서 수학했다. (...) 파리에서 박사 과정 중 파리지앵인 현재 남편을 만나 파리에 정착했다. (책날개 중)
인생을 돌아보며 남긴 '지지 않는 하루'는 중의적인 표현으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지지 않는 하루는 우리의 일생을 하루로 비유하면 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다.
무엇과 싸우며 지지 않는다는 말은 싸우는 대상이 무엇인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저자는 자녀가 프랑스 명문 학교인 그랑제콜에 입학하고 행복하고 평온한 일상을 누린다. 어느 날 청천벽력으로 다가오는 암 선고는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죽음을 생각하며 써 내려간 에세이는 삶에 대한 또 다른 의지이다. 결국, 항암에 성공한 그녀는 파우스트 박사의 일갈로 마무리한다.
“멈추어라 순간이여, 너 참 아름답구나”
이제는 다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며 써 내려간 파리에서 마주하는 그녀의 일상과 유럽의 여러 장소에서 마주하는 생각, 오랜 독서에서 나오는 인문학적 소양은 <지지 않는 하루>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파리지앵으로 살아가는 그녀의 일상을 엿보는 것은 파리에 대한 또 다른 생각과 다시 가고 싶은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파리를 대표하는 것은 무수히 많지만, 그중에서 파리지앵의 아침은 바게트다. 아주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해마다 수많은 빵집이 경쟁을 거쳐 가장 우수한 빵집을 선정하고 파리지앵은 자신의 단골 빵집도 있다고 한다. 단골 빵집의 주인은 손님의 깐깐한 빵 취향을 기억한다. 그녀가 빵을 고르는 엄격한 기준은 남편 올비의 취향이다.
“바싹 구워지고 날씬한 빵”
가족과 함께 간 남스페인 안달루시아의 항구 도시 말라가의 식당에서 한국어 메뉴를 보고는 인천 월미도에 온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이제 오십견의 어깨 통증에 남편의 이식수술 농담이 기분 좋게 넘길 수 없다. 돌이켜 보니 어깨 통증은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는데, 오십견이라는 어깨 통증을 유발하는 불청객이 여러 사람에게 오듯이 이 통증은 정말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남편이 티타늄으로 어깨 이식수술을 하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이야기하지만, 마음속으로 아내를 위해 어깨 통증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일요일 아침,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병원으로 향하는 구급차에서 의식을 잃는다. 의사는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가 있다고 전한다. 내시경을 하기 위해 2리터가 넘는 용액을 들이켰지만, 직장 입구 종양 때문에 내시경을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종양이 암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절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영화 <보이후드>에서 여자 주인공은 아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떠나는 장면에서 울먹이며 말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학교에 보내고, 이혼하고, 학교를 마치고, 직장을 찾고, 모기지를 끝내고, 네 누나가 대학을 가고, 이제 네가 대학을 가고, 나에게 남은 건 뭔 줄 아니! 빌어먹을 장례식이야. 난 뭐가 더 있을 줄 알았어." (87쪽)
오늘 부동산 가격을 생각하면 살아생전 내가 버는 노 등 소득으로 집 한 칸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인생을 돌아보며 영화 속 주인공의 대조 확인에 공감하는 저자의 마음에 공감한다.
투병기를 기록하는 그녀의 에세이는 암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려움은 대부분 두려움에 대한 상상에서 나온다“
누가 가장 먼저 이 말을 명문화했는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 읽었던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리론>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위의 내용이었다.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의 좌우명은 다음과 같았다. “사람은 일어나는 일에 상처받는 게 아니라 일어나는 일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에 상처를 받는다.” 그런데 일어나는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고 한다.
두려움에 관한 상상을 잠시 내려놓고 긍정의 신호를 보내자.
"니체의 말이 맞다. 나를 죽이지 않는 모든 공격은 나를 강하게 만들어준다." (168쪽)
죽음의 문턱에서 삶을 향한 의지를 보여주는 이화열 작가님의 <지지 않는 하루>는 마음을 다잡아주는 절망에서 희망으로 발견하는 에세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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