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역사가 되다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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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빛깔의 세계적인 사랑 판타지

 

틀린 사랑은 없다, 다른 사랑이 있을 뿐!

 

사랑에 관해서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이 있다. 창해에서 출판한 최문정 작가님의 <사랑, 역사가 되다>는 이들의 사랑을 소개한다. 최문정 작가는 여성과 가족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여성이고, 여성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저자의 탐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큰 얼개는 사실이고 세부적인 대화 등은 저자의 상상이 가미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과학전공자로서 사랑에 관한 불신을 가진 저자는 주변인의 사랑을 보면 과연 사랑이 있는지 고민한다. 저자는 진정한 사랑이 있는지 알아보며 세기의 사랑을 나눈 이들을 찾아낸다.

 

 

1. 오로지 사랑만을 위해서 사랑해 주세요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180636~ 1861629)


나는 네 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여덟 살 때 호메로스의 작품을 그리스어로 읽었다. 열네 살 때 서사시 <마라톤 전쟁>을 발표했으며, 워즈워스의 뒤를 이을 계관시인 후보로 꼽히는 시인이었다. 내게 인생은 보랏빛 꿈처럼 달콤하게만 보였다. (14)

 

이렇게 앞날이 창창해 보이던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은 열다섯 살 때 말을 타다 떨어져 척추를 다치면서 불행의 그늘이 드리운다. 부상에서 회복할 무렵 기침과 감기가 악화되어 결핵이 되었고 가슴의 동맥마저 터졌다. 의사는 그녀에게 시한부를 선고할 정도였다. 그녀는 울적하고 절망적인 마음을 달래기 위한 시를 썼고 서른아홉 살이 될 때까지 집을 벗어나지 않았다. 어느날 자신의 시에 대한 팬의 연락이 오면서 그녀의 인생을 소용돌이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단순한 팬레터라 생각했지만 그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는 동안 서로는 마음을 나누게 되었고 결국 편지를 통해 서로 사랑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로버트 브라우닝이었고 신분과 경제적 차이로 인해 엘리자베스의 아버지는 그와 결혼을 승낙하지 않는다. 로버트 집도 책을 6,000여 권이나 가지고 있는 중산층이었지만 작위를 가진 집안은 아니었다. 둘은 결국 몰래 결혼하기로 하고 신혼여행을 거쳐 이탈리아에 정착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분노하여 엘리자베스를 유산 상속인 자격에서 박탈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깊이 사랑했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따듯한 날씨 덕분인지 엘리자베스는 건강을 회복하고 아들을 낳는다. 아내가 사망한 후 로버트도 작가로 성공적인 데뷔를 거쳐 그녀만큼 뛰어난 명성을 가지게 된다.

 

 

2. 하얀 웨딩드레스

알렉산드라 빅토리아 하노버

(1819524~ 1901122)

 

에밀리 블런트의 <영 빅토리아>를 보고 오늘날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여왕인 빅토리아 여제는 왕위 서열과는 거리가 멀었다. 할아버지 조지 3세는 열다섯 명의 자녀를 두었고, 아들만 일곱이었다. 아버지는 넷째 아들이었다. 큰아버지 조지4세가 왕위에 오르기 전에, 유일한 적통인 샬럿 오거스타 공주가 사산한 뒤 죽어 버렸다.

 

이제 왕실은 왕위 계승 경쟁에 돌입했다. 자녀가 있으면 왕위에 유리하고 미혼인 왕자가 결혼하며 의회에서 부채를 탕감해 주겠다고 한다. 빅토리아의 아버지는 나이가 많았지만 작센 코부르크 잘페트 공녀인 어머니와 결혼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정부인 존 콘로이와 사랑했고, 월리엄 4세인 왕이 그녀가 18세 이전에 사망하면 부모가 섭정을 하게되고, 두 사람은 그렇게 되길 바랬다. 하지만 왕은 빅토리아가 18세가 생일이 되고 26일이 지난 날 사망했다. 빅토리아의 대관식은 어렵게 이루어졌다. 그녀는 왕이 되자 존 콘로이를 추방하고, 어머니와 절연하다시피 관계를 가져간다.

 

이제 자신이 남편을 찾아야 한다. 빅토리아와 앨버트는 정략 결혼의 일환으로 만나지만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앨버트를 좋아했다. 서로 사촌이었지만 앨버트는 빅토리아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독일에서 온 사람이라 스파이라는 오해도 많이 받지만, 빅토리아와 앨버트는 서서히 영국 국민에게 인정을 받는다. 마침내 앨버트가 장남 에드워드와 엄마인 빅토리아를 화해시키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앨버트는 심각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고 앨버트는 마흔둘에 그녀를 떠난다. 이후 그녀는 매일 검은 옷은 입어 남편을 그리워한다.

 

3. 마지막 편지

애덜린 버지니아 울프

(1882125~ 1941328)

 

버지니아는 어린 시절 큰 의붓 오빠인 제럴드 덕워스에게 끊임없는 성추행을 당한다. 이는 자신의 몸에 대해 혐오감과 수치심이 생기고 어머니가 이웃 사람을 간병하다 돌아가신다. 살림을 맡은 의붓 언니 스텔라도 결혼 후 임신합병증으로 죽는다. 이 두 죽음은 그녀의 신경쇠약을 악화시킨다. 이런 그녀는 미친 사람과 작가를 오가는 실패한 인생을 살아간다. 서른 살 오빠의 친구인 레너드는 그녀에게 청혼한다. 그녀는 이상한 두 가지 조건을 내세워 레너드와 결혼하게 된다. 사랑에 관해 자신만의 관점을 가진 버지니아는 사람들이 가지는 평범이라는 편견에 항변한다.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작가가 되려면 혼자만의 공간과 연 500파운드의 수입이 있어야 하며 경제력은 참정권보다도 중요하다고 했다가 이런저런 말을 많이 들어야 했지요. (141)

 

500파운드에 관해 평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1920년 버지니아 울프의 숙모인 메리 비턴이 인도 뭄바이에서 낙마 사고로 숨지며 버지니아에게 매년 500파운드를 지급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생계 걱정 없이 글을 쓰게 된 것이 너무 기뻐 위와 같이 발언한 것이다.

 

버지니아의 우울증과 신경쇠약을 더욱 심해졌고 자신의 바라는 것은 오직 죽음이란 걸 인식하고 강물 속으로 걸어가 생을 마감한다.

 

4. 심프슨 블루

베시 월리스 워필드 스펜서 심프슨 윈저 공작부인

(1896619~ 1986424)

 

월리스는 지금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 조지 6세의 형인 에드워드 8세의 부인다. 이 둘의 사랑은 세기의 사랑이라 불리는데 에드워드 8세는 그녀와의 결혼을 위해 왕위를 내 던진다. 윌리스는 20세에 해군 장교와 결혼했지만 10년 동안 이루어진 폭력을 동반한 의처증과 알콜중독으로 이혼한다. 다음 해 아버지의 선박중개업을 돕는 어니스트 앨드리치 심프슨과 결혼했다. 그는 그녀를 사랑했고 무엇보다 부유했다.

 

사교계의 파티에서 만난 에드워드 왕세자와 그녀는 서로에게 급속하게 빠져든다. 하지만 그녀를 좋아하는 영국인은 아무도 없었다. 미국인에 두 번이나 결혼한 유부녀였기 때문이다. 영국 왕실은 의회의 동의 없이 결혼하려면 하야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모두가 결혼을 반대했다. 데이비드에게는 그녀와의 결혼은 조국을 떠나 그가 가지고 있던 모든 부와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영국 왕실은 두 사람이 결혼한 지 30년이 지나서야 그녀를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했다.

 

 

5. 세상에 없는 아이

가네코 후미코

(1903125~ 1926723)

 

이번 책에서 가장 놀라운 이야기는 가네코 후미코이다. 이준익 감독, 이제훈, 최희서 주연의 영화 <박열>을 보고 두 사람의 사랑이 대단해 보였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하고 그런 박열을 사랑한 후미코의 사랑은 너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반전은 감옥에서 박열이 죽은 뒤의 삶을 자신할 수 없었던 후미코는 자살을 선택하지만, 20년 넘는 세월이 흐른 뒤 출옥한 지 1년이 지나 박열은 장의숙과 결혼했다.

 

박열은 후미코를 완전히 잊지는 않고, 1년에 하루 후미코의 사망일에는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그녀를 기렸다고 한다.

 

 

6. 아홉 개의 화살

프리다 칼로

(190776~ 1954713)

 

화살 하나

여섯 살, 척수성 소아마비가 나를 덮쳤다. 꼼짝도 못 한 채 방안에 갇혀 지내야 했다. 끊임없는 고통, 견디기 힘든 아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에 버거웠다. 하지만 그 모든 것보다 적막감이 날 짓눌렀다.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275)

 

화살 둘

열여덟 살, 산후안시장으로 가는 길, 내가 탄 버스와 전차가 충돌했다. 버스의 쇠기둥이 나를 덮쳤다. 차가운 쇳덩이는 내 왼쪽 옆구리에 박혀 자궁과 질을 꿰뚫고 허벅지로 빠져나왔다. 요추, 쇄골, 늑골, 골반, 다리와 발... 온몸이, 빠짐없이, 셀 수도 없이 부러지고 짓이겨졌다. 난 완벽하게 부서져 버렸다. (276~277)

 

프리다 칼로를 떠올리면 침대에서 작업을 하던 그녀의 모습과 작품 속에 담겨진 고통에 찬 그녀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다. <두 명의 프리다>에서 보여지는 섬뜩한 그녀의 모습은 자신이 당하는 고통을 발산하는 듯하다.

 

무엇보다 그녀를 힘들게 한 것은 남편이 되는 디에고 리베라와의 결혼생활이다. 스물한 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결혼에 성공한 두 사람은 남편인 디에고를 내조하느라 프리다는 작업할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도 디에고는 무수한 여인과 바람으로 그녀를 힘들게 했다. 심지어 그녀가 가장 좋아하고 모든 것을 함께한 동생 크리스티나와 불륜에 빠진다.

 

보란 듯이 다른 이와 사랑에 빠지지만, 프리다는 디에고를 사랑한다.

 

 

7.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무명 예술가

오노 요코

(1933218~ )

 

사람들은 말한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는 나쁜 아이라고. 맞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 가문, 전통그딴 건 필요 없었다. 그저 자유가 그리웠다. 언제나 답답하고 짜증 났다.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332)

 

스물네 살,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줄리어드 음대에 다니는 가난한 전위작곡가 이치야나가 토시와 결혼했다. 결혼만이 아버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방법이었으니까. (333)

 

오노는 존 레논을 만나 미친 듯이 그를 쫓아다녔다. 존은 나를 무서운 스토커로 취급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이 약물 과용으로 사망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비틀스가 흔들렸다. 존도 흔들렸다. 그녀는 재빨리 존을 붙잡았다.

 

둘의 사랑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존은 나와 한순간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화장실조차 함께 가려 했다. 영국인들은 오노를 검은 마녀로 몰아붙이고 미워했다.

 

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간단했다. 세계 평화, 아들 숀, 그리고 나 오노 요코 (347)

 

 

7명의 사랑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들이 한 사랑의 결말까지 알고 나니 다소 허망한 순간도 있었다. 최문정 작가님은 역사 속 인물을 나로 설정해 한층 이야기의 몰입감을 더했다.

 

세기의 사랑이야기에 궁금한 독자라면 <사랑, 역사가 되다>를 읽어보시길 권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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