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법철학 - 상식에 대항하는 사고 수업
스미요시 마사미 지음, 책/사/소 옮김 / 들녘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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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에 대항하는 사고수업

 

오늘 소개할 책은 들녘에서 출판한 스미요시 마사미 교수님이 저술하고 책사소에서 번역한 <위험한 법철학>이다.

 

먼저 법철학이란 과목이 궁금했다. 막연히 법과 철학을 융합한 학문이라 생각했는데 법의 본질, 이념, 가치 따위를 밝혀서 법학의 방법을 확립하려는 철학의 한 분야라 한다.

 

저자는 공부보다 여배우를 지망하려다 법학부를 나오면 가외로 다른 일도 할 수 있다는 말에 법률을 배우는 학부로 들어가 법철학이라는 과목에 흥미를 느낀다.

 

저자가 생각하는 법철학은 철학이 기존의 앎을 철저히 의심하고, '존재하는 것'의 근거는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사고이듯, 법률에 관해 철학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p.9)

 

저자는 법철학에는 두 개의 얼굴이 있다고 한다.

천사의 얼굴을 가진 법철학은 실정법학에 협력하여 그것들이 더 잘 정의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개혁의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다.

반면, 악마의 얼굴을 가진 법철학은 현행 법체계의 기초 원리와 그것을 지지하고 있는 인간사회의 습속이나 상식 그 자체를 철저히 의심하고 사정없이 비판하는 것이다.

 

가령, 예를 들면

왜 장기를 매매하면 안 되는가?

왜 도박은 범죄가 되는가?

정부와 폭력단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 아닌가?

왜 클론인간을 제작하면 안 되는가?

[ 위험한 법철학 p.9 ]

 

저자의 법철학은 악마의 법철학이다. 이 책도 악마의 법철학에 초점을 맞춰 우리가 생각하는 법률을 상식의 기준으로 비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가 만든 법률이 인간이 하는 것이다 보니 완벽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한다. 내게는 이런 경험이 사형제도의 모순을 설명하는 영화 <데이비드 게일>을 보고 법률을 제정하고 완벽하게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어른이 되어 법률은 인간의 치열한 이권이 달린 문제를 재목으로 가지면 더욱 복잡해짐을 알 수 있다.

 

가령, 집에서 담배를 피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 공동생활을 하는 아파트에서 담배를 피우면 담배 연기의 피해는 오롯이 다른 집에서 보는 것이다.

과연 내 집에서 내 맘대로 담배를 피우는 곳은 온전한 자유를 누려도 되는가?

 

법률은 정의나 도덕과는 무관한, 그렇기는커녕 외려 그것들에 반하는 사고방식을 법실증주의라고 한다.

 

반면 이런 법률은 따를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실정법에 우월한 효력을 가진 법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상을 자연법론이라고 한다. (p.59)

 

 

 

정의를 둘러싼 존 롤즈와 로버트 노직의 이야기도 주목할 만하다.

 

 

롤즈는 누구나 가장 광범위한 기본적 자유들에 대한, 타인과 똑같은 자유와 양립하는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의 실현은 뭔가 부정이 생겨났을 때 이뤄진다. 법과 재판은 그 부정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는 형태로 정의를 실현한다.

 

 

롤즈는 기본적 선(자유, 기회, 소득, 자존심의 기초)에 대한 권리는 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빈부와 기회의 격차가 있으니 그것을 수정하기 위해 부유층으로부터 빈곤층의 이익을 위해 더 높은 세금을 징수하고, 지금까지 불리한 취급을 받아온 층을 우선적으로 대우하는 불평등 정쳑을 펴야한다"고 주장했다. (p.92)

 

 

이에 반해 로버트 노직은 "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함께 재산권도 본인의 뜻에 반하여 침해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법률에 따를 의무가 있는가? 우리가 법률을 따라야 한다는 의무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소크라테스가 부당 판결에도 사형 판결에 따른 이유는 아테네의 시민들에게 시민의 책임을 통감하길 바라고, 아테네의 법질서에 대한 불복종이 결국 법질서의 파탄으로 이어질 테니 우선은 사적 감정을 버리고 복종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p.113)

 

 

반면 국가의 질서가 안정돼 있어도 그 법의 부정 정도가 너무 심할 경우, 그것을 무턱대고 지킨 어떤 공무원이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아버린 사례도 있다.

 

나치스 독일의 친위대 간부였던 카를 아돌프 아이히만은 유대인 절멸작전에 관한 명령을 아무 주저 없이 준수하여 유대인을 강제수용소에 보내는 허가를 담담히 내주었다.(p.118)

 

 

사고 없는 준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 죄가 얼마나 심각한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 아렌트는 뉘른베르크 재판의 과정을 지켜보고 아돌프 아이히만의 완전한 무사상성, 그것이 그가 저 시대의 최대 범죄자 중 하나가 되는 요인이었다.” (p.119)고 전하는 악의 평범성을 제안했다.

아이히만은 독일, 폴란드에 거주하는 유대인을 아우슈비츠나 다하우 수용소로 이전한 것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법에 관한 불복종으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 불복종'을 생각해보자.

 

소로는 미국 정부가 벌이고 있던 부당한 대멕시코전쟁을 멈추게 하려고, 그 재원이 되는 세금을 일부러 내지 않는 행동을 벌여 체포되었다. 소로는 아나키스트가 아니라 조국을 사랑한 사람이었다. 이미 존재하는 법질서를 무비판적으로 그저 지키는 것만이 준법은 아니다. (p.125)

 

 

저자는 개인의 자유를 허용하는 법과 도덕과 관련하여 금주법과 적령기 아이의 피임권리를 소개한다.

 

미국에서 예전에 금주법이라는 법률을 시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욕구나 기호를 법률로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지해도 욕구하는 것은 어떻게든 욕구하게 돼 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술을 찾아 어둠의 세계를 찾았고, 이로써 마피아가 대두하게 되었다.(p.139)

 

공리주의와 관련해선 다수의 행복을 위해선 누군가 희생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어 공리주의가 가지는 다른 의미의 차별을 포함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마지막 장에 소개하는 인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에선 자유의 경계를 어디까지 해야 할지에 관한 소재로 충격적인 이야기가 등장한다.

 

<위험한 법철학>에선 많은 논란거리를 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개인의 자유와 욕망, 법과 도덕의 경계를 만들어가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유와 법률의 한계에 관한 다양한 담론이 궁금한 독자라면 <위험한 법철학>이 이야깃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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