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
파올로 코녜티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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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시대를 사는 이탈리아 여성의 이야기

 

오늘 소개할 책은 현대문학에서 출판한 파올로 코녜티 저자, 최정윤 역자의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이다.

 

1978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파올로 코테티는 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면서 문학을 공부하지만, 친구와 함께 독립영화사를 설립해 사회, 정치, 문화예술 분야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2004<공기의 질>로 등단한 후, 2012<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로 스트레가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2017<여덟개의 산>으로 마침내 스트레가상을 수상했다.

 

이번 소설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는 그의 주변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한 여자 주인공 소피아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묘사한다.

 

10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작가 시점에서 단편의 주인공과 소피아의 관계를 설정한다. 소피아는 주연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그의 가족과 친구, 사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탈리아라고 하면 과거의 문화유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관광하기 좋은 나라 정도로 알고 있다.

 

이탈리아 현대 사회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근래 읽었던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어른들의 거짓된 삶>은 이탈리아 현대사회에 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여명

 

어느 날 밤, 간호사는 병동에서 창밖을 내다보았고 병원 밖에 그의 승합차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간호사는 밤에 응급 출산 호출을 받았다. 임신 7개월인 스물두 살 여자의 출산이었다. 산모는 상당한 출혈을 하며 청색증의 자그마한 아기를 출산했다. (p.13)

 

산모는 임신중에 먹지 말아야 할 궤양 약을 몰래 먹었다. 가까스로 태어난 아기의 인큐베이터에는 소피아 무라토레라고 적힌 이름표가 붙었다.

간호사는 그녀에게 말했다.

 

소피아, 태어나는 게 뭔지 아니? 전쟁터로 떠나는 배와 같은 거야.”

 

 

해적 이야기

 

결혼 생활이 어느 시점에 다다랐을 때 소피아의 부모는 이혼이 아닌 이사를 택했다. 밀라노를 떠나서 새로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색다르고 먼, 도시 외곽으로 나가기로 했다. (p.17)

 

소피아는 어려서 부모의 사이가 원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녀에게 가장 끔찍한 말은 이혼이다. 이탈리아는 가톨릭을 주로 믿는 나라이고, 과거 이혼을 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는 나라이다.

 

아버지는 알파 로메오에 다니는 자동차 엔지니어이고, 자신의 후임으로 들어온 엠마에게 그래픽 디자인을 배워 함께 자동차 디자인을 하는 핑계로 불륜 관계를 맺는다. 아내인 로사나는 미술학도로 그림을 그리고 꽃을 가꾸는 생활을 하지만 속으로 서서히 무너져내린다.

 

소피아가 16살 되던 해, 그녀는 수면제를 먹어 자살 시도를 하지만 병원에서 다시 살아난 후, 아버지 로베르토의 여동생인 고모 마르타와 함께 생활하기로 한다.

 

클리닉에선 소피아가 나가기를 바랐다. 밤이면 병실을 돌아다녔고 몇몇 간호사들과 마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규칙을 지키는 법이 없었고 다른 환자들에게는 최악의 본보기였다. (...)

 

소피아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병원에서 놔주는 신경안정제 때문에 자신이 엄마처럼 될 것 같은 불안에 시달린다는 것이었다. 가끔 엄마의 영혼이 느껴졌고 밖으로 튀어나오려 해서 있는 힘껏 내쫓아야 했다고. 뭔가를 박살 내는 것도 효과가 있지만 간호사들에게 못된 말을 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고 했다. (p.106)

 

 

마르타는 파르티잔 (2차 세계대전 말 나치 독일에 맞서 조직된 이탈리아 독립군)이었던 사람에게 사격 훈련을 받았고, 공산당 활동을 이어간다.

국립대에서 역사를 전공했고 공산주의 라디오에서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자율주의 당원으로 활동했다.

 

 

이탈리아는 서유럽 국가 중 공산당이 가장 늦게까지 영향력을 미친 국가이다. 한때는 주요 정당으로 연합을 이뤄 총리까지 배출했으며 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파업과 선동을 주도했다.

 

로베르토는 엠마와 함께 알파 로메오 164를 디자인하지만, 이를 판매할 싱가포르의 판매사 대표는 회사의 투자자인 광저우 중국인에게 164가 한어로 나는 죽음이다를 의미한다고 이름을 바꾸길 원한다.

 

 

저자는 자신의 주변 인물을 깊이 관찰한 인물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차용하고, 다른 서유럽 국가에서 바라보는 이탈리아의 시선을 통해 이탈리아 국민에게 주위를 돌아볼 것을 요청한다.

 

소설은 정치, 경제, 문화가 가정에 미치는 영향을 자녀인 소피아가 겪는 불안과 우울함을 느끼는 상황을 날카롭게 묘사한다.

 

그녀의 인생의 헤쳐나가는 선원으로서 다른 사람과 관계 속에서 나아간다.

 

시시각각 기분이 바뀌고 걸핏하면 화를 내는 엄마 로사나, 예민한 두 여자 사이에서 단순한 삶을 꿈꾸는 아빠 로베르토, 한때는 혁명 좌파 활동을 하며 숨어 지냈지만 중요한 시기에 소피아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한 고모 마르타.

 

소피아는 연기를 통해 자신이 행복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소설 전반에 흐르는 이탈리아의 1970년대의 경제 성장 그 속에서 벌어졌던 혼란이 개인에 미친 영향을 저자는 주변인을 통한 소설로 풀어낸다.

 

이탈리아 가정과 여성의 역할, 시대 상황을 알고 싶은 사람은 <소피아는 언제나 검은 옷을 입는다>를 추천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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