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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ㅣ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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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소설은 열린책들에서 나온 세라 워터스 저자, 최용준 님이 옮긴 <끌림>이다.
[ 세라 워터스 ]
세라 워터스의 빅토리아 3부작 중 <끌림>은 그녀가 전문작가로 직업을 전향한 후 처음 쓴 작품이다.
1966년 영국 웨일즈에서 태어난 워터스는 1988년 런던으로 옮겨와 작은 서점에서 일하다 공공도서관에서 직장을 얻는다.
1991년 대학원으로 돌아가기로 한 워터스는 레즈비언과 게이에 관한 역사 소설의 연구로 박사를 획득한다. 논문을 쓰는 동안 19세기 런던의 삶에 관심을 가졌고, 이에 그녀의 첫 번째 작품 <티핑 더 벨벳>과 두 번째 작품인 <끌림>, 빅토리아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핑거스미스>를 저술한다.
<끌림>은 빅토리아 시대의 여자 감옥과 강신술에 관한 내용을 메인 주제로 당시 세계 최고의 제국을 이루어 수정궁에서 만국박람회를 개최한 영국의 중심지 런던에 사는 다른 계층의 삶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의 원작인 <핑거스미스>를 먼저 읽고 <끌림>을 보게 되어 확실히 상류층 계층에 관한 풍자를 기저에 두고, 당시 소외된 여성을 중심으로 그들의 생활과 사랑 이야기를 풀어내는 워터스의 능력에 감탄한다.
영광의 시대로만 알려진 빅토리아 시대의 다양한 사회 구성원을 조망한다는 점에서 찰스 디킨즈가 드러낸 문제의식이 느껴진다.
[ 밀뱅크 감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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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감옥이라 할 수 있는 밀뱅크 감옥은 현재는 고흐의 <해바라기>, <별 헤는 밤>과 <오필리아>를 자주 전시하는 것으로 유명한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의 이전 건물이다.
정육각형이 중심을 두고 외접하는 정육각형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는 복도 길이만 6km에 달하고 감방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빅토리아 시대가 되면서 런던의 폭발적인 성장은 런던의 대기는 사람이 살기에 끔찍할 정도가 되고, 빅벤과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남쪽에 있는 밀뱅크 감옥은 습지를 개척한 곳으로 지반이 약하고, 습기가 올라와 죄수들이 생활하기에 호흡기, 전염병에 걸리기 쉬운 구조였다.
또한, 이 감옥의 죄수는 1800년대 후반이 되면 매년 4,000명 정도를 호주로 보내는 죄수들이 런던에 머무르는 동안 거주하는 감옥의 역할을 했기에 소설 속 셀리나가 마거릿에게 이탈리아나 프랑스로 가자는 제안은 두 주인공에게 중요한 행동 동기가 된다.
[ 빅토리아 시대의 강신술 ]
<끌림>을 이끌어가는 밀뱅크 감옥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주제는 ‘강신술’이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나 터무니없어 보이는 강신술이 빅토리아 시대에선 상당히 유행한다.
인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저작물 중 한 권인 다윈의 <종의 기원(1858)>이 발간되고 영국의 물론 전 세계는 충격에 빠진다. 그 정도가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영국의 지식인들은 이를 열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류와 인간 존재의 근원을 부정하는 개념이라고 부인하는 부류로 나뉘게 된다.
점차 거대한 흐름이 되어가는 다원주의에 맞서 지식인들은 심령학회를 비롯한 초자연 현상을 연구하는 <종의 기원>에 필적하는 일이 있을거라 믿었다.
당시 이런 현상은 사회 계층 전반에 퍼져나갔고, 빅토리아 여왕의 손자사위인 러시아의 로마노프 황제인 니콜라이 2세의 ‘라스푸틴’에 의해 절정에 이른다.
소설 속 셀리나 도스가 중상층을 대상으로 벌이는 ‘강신술’은 지금과는 달리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
[ 끌림 ]
<끌림>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두 여성의 서로 간에 끌리는 순간에 이르는 과정과 그 결과의 상이성을 이야기한다.
이 소설은 두 주인공의 시점으로 각각의 일기를 쓰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작품은 상류층 자제이자 자신과 교감을 이루는 아버지를 잃은 마거릿 프라이어는 아버지 친구인 실리토 씨가 아버지에게 빌려준 책을 찾으러 와 자신이 관리하는 밀뱅크 여자 죄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도덕의 모형을 갖출 수 있도록 틀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어머니는 마거릿을 완전히 통제하길 원해 약을 먹는 것, 책을 읽는 것 무엇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한다.
한편, 밀뱅크 감옥을 다녀온 마거릿은 감옥에서 우연히 보게된 여자 죄수를 떠올린다.
그러던 중, 찾아오는 이도 하나 없고 영매라고 알려진 강신술을 하는 동안 사기와 폭력 혐의로 4년 11개월의 형을 사는 정갈한 얼굴의 제비꽃을 들고 있는 여인이 자꾸 생각난다.
그녀는 영혼과 교통하는 영매로 알려진 셀리나 도스로 필요한 사람에게 유령을 불러주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제비꽃을 감방에 가지고 올 수 없지만, 그녀와 대화를 하는 동안 자신이 부른 유령이 선물로 제비꽃을 가져다주었다는 암시를 듣고 마거릿은 그녀에게 빠지기 시작한다.
밀뱅크 감옥에 있는 죄수를 만나며 그들의 사연을 듣는 마거릿은 여성의 삶이 남성보다 열악하다는 사실을 인식한다.
“남자들은 차이가 있어 봤자 천국과 지상 정도로 다르지만 여자들은 최고와 최악이 천국과 지옥처럼 다르다.” - 56쪽
마거릿은 셀리나를 만나 대화를 나눌수록 그녀는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한다고 느낀다. 자신과 잘 통했던 헬렌은 남동생 스티브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고, 여동생 프리실라는 남편과의 신혼생활로 정신이 없다. 점차 외로움을 느끼는 마거릿은 셀리나의 놀라운 능력이 자신에게도 일어나고 심지어 집에서도 그녀의 능력이 나타나는 것을 경험한 마거릿은 서서히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다.
정신적 자유를 추구하는 마거릿과 육체적 자유를 갈망하는 셀리나는 영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떠난다는 공동의 목표가 생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스릴러 소설답게 이 작품 역시 대반전을 선보인다.
죄수들이나 주인공의 대화에서 드러나는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의 처한 현실은 굳건한 계급 사회가 요동치는 가운데 평민과 상류층은 똑같은 사람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설파한다.
세라 워터스의 작품을 통해 영국의 19세기 여성의 우정과 사랑이 궁금한 분이라면 누구든 이 소설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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