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와 모라
김선재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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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둘 곳 없는 일상에 온기를 불어넣는 소설

 

다산책방에서 출판하고 김선재 작가님의 <노라와 모라>는 섬세한 감성을 느끼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할 소설이다. 사람의 감정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온도가 다르듯 개인이 부지불식간에 가지는 상대에 관한 편견은 인간관계의 거리를 좌우한다.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요즘 재혼 가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특정하게 설정한 두 자매의 기억을 바탕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특히, 두 주인공의 교차하는 관점에서 소설이 1, 2부로 자신에 관한 이야기와 상대에 관한 이야기, 그들의 이야기로 발전하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 많은 공감을 가지게 되었다.

 

코로나 정국으로 사회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여러 관혼상제의 의식이 변하고 있는 시기에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해 장례식을 생략하고 바로 화장장으로 망자를 보내는 상주의 이야기가 낯설지 않아 많은 공감대를 가질 수 있었다. 특히 화장장 장면은 현장에서 펼쳐지듯 한순간 단계를 거칠 때마다 인간이 자연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단축하는 화장이라는 풍경이 언젠가는 우리 모두 당면할 사실이라 자각하게 한다.

 

작가는 인간 사이에서 서로가 느끼는 온도가 교감할 때 그 감정은 오래도록 지속함을 강조하고, 우리 옆의 소중한 사람이 있으면 감정의 온도를 공유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부터는 소설의 줄거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두 주인공 노라와 모라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la.

거기라는 뜻이다. 동시에 여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와 거기를 표현하는 하나의 단어. 그런 게 있다. - 9

 

곤륜산에서만 자란다는 돌배나무의 라. 그게 내 이름이다. 가 성을 쓰는 덕분에 나는 그냥 노라, 띄어 써도 노 라, . - 11

초반 부에 등장하는 노라를 설명하는 곤륜산의 돌배나무 라. 곤륜산은 포항, 중국에서 신선이 살고 곤륜파가 활동한 곤륜산맥에도 곤륜산이 존재한다. 노라의 아버지 성이 가 성을 쓰고, 중국집 주방장으로 7년을 근무하며 열심히 모은 돈으로 새로운 가게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택리지를 탐독했다는 사실은 포항의 곤륜산을 의미하는지 궁금했다.

 

이런 혼란스러움은 그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함께 노라 어머니가 재혼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어머니의 구박 속에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고 바로 입사한 회사가 종묘회사다.

 

종묘라고 하면 조선 왕조의 사당과 나무의 씨앗을 종묘라 부른다.

죽음과 삶의 경계는 모호하게 우리의 일상에서 혼재한다.

 

종묘사 사장은 대장암 말기로 죽음을 임박하게 되고, 조카가 새롭게 회사를 맡게 되자 직원들은 새로운 사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래방에서 춤을 추고 탬버린을 흔들어야 한다.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영향 원에 있는 구성원의 죽음은 언제나 우리 일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노라는 이제는 회사에 다닐 수 없다고 생각할 무렵 모라의 전화를 받게 된다.

 

아버지가 사망한 소식을 접하게 된 모라는 어느덧 20년 전 자신이 기대었던 노라에게 연락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연락하기 쉽지 않을 일인데, 노라는 기꺼이 의붓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로 한다.

 

아버지의 죽음은 잊고 있던 노라에게 연락할 수 있는 용기를 준 것이다.

 

어린 시절 7년간 함께 성장한 그들은 서로에 대한 편견으로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엄마가 노라에게 용돈을 주는 것을 알게 된 모라는 어느 순간 학교에서 노라와 함께 하교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모라가 학교에서 나올 때까지 매번 기다리기만 한 노라는 서로에게 서서히 거리가 생기는 것을 알게 된다.

 

어느 날 비좁은 한 반을 반으로 나눠 서로의 영역을 만들어 생활한다.

모라가 누운 채 자신에서 기대에 숨결을 전할 때 둘의 경계를 나누던 거리는 사라진다.

 

 

 

이 소설은 이혼, 죽음, 편견이라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슬픈 소재를 바탕으로 서늘한 목소리의 소설이지만, 그 사이 두 주인공이 느끼는 섬세함 감정을 공감하게 만드는 따뜻한 소설이다.

 

한 번쯤 인간관계에서 두꺼웠던 끈이 가늘어지고 있는 사람이 떠오른다면 이 소설을 그에게 한번 연락할 힘을 주는 소설이 될 것이다.

 

굳이 연락하지 않아도 그에 관한 나의 기억이 왜곡되어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노라와모라 #김선재 #다산책방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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