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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의 힘 - 대담하고 자유로운 스토리의 원형을 찾아서
신동흔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대담하고 자유로운 스토리의 원형을 찾아서
Power of Folk Tale이라는 영어 제목을 가지고 있는 나무의 철학에서 출판한 신동흔 교수님의 <옛 이야기의 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에 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처음으로 느낀 것은 20년 전 해외에서 친구 모임을 가졌을 때, 당시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라푼젤’, ‘헨젤과 그레텔’에 관해 당연히 알고 있는데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었다. 어린 시절 ‘라푼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친구는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을 수 있었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이야기를 몰라 오롯이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평범하게 알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 신동흔 교수님은 뒤쪽에 담긴 진짜 의미에 주목하도록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의 의미가 심층적으로 그런 의미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동화, 우화, 민담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너무도 유명한 백설 공주를 예를 들어보자.
이야기에서 자기 충족감을 누리던 왕비가 흉한 마녀로 변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저는 그 요인이 ‘거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거울 앞에 서서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하고 묻는 행동이지요. 이 질문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쁜 것 맞이?”라거나 “세상에 나보다 더 잘나가는 사람은 없지?”와 같습니다. 늘 누군가와 비교하면서 자기가 더 낫다는 것을 확인해야 하는 사람이 왕비였지요. 지위와 미모에 재력까지 갖추었지만,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없었어요.
‘있는 그대로의 자기 삶’이라는 자기중심이요. - 23쪽
백설 공주의 이야기는 여러 가지 판으로 전해지기에 그림 형제의 이야기 원전을 읽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디즈니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백설 공주’를 보며 왕비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을 통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왕비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도중 백설 공주에게 증오의 마음을 가지기 시작하는 지점이 자기중심을 가지지 못한 그녀의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또한, 저자는 이야기를 난쟁이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한 가지 이야기를 여러 관점에서 다시 해석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나는 영화를 볼 때, 같은 영화를 두 번째 볼 때 처음 주인공의 관점에서 몰입해서 영화를 보지만, 두 번째 볼 때는 주인공을 바라보는 상대역을 중심으로 다른 것들을 보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옛 이야기도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면 더욱 풍성한 의미를 새길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럼 헨젤과 그레텔의 이야기에 관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이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의 내용을 곱씹어보면 잔혹하다고 생각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독일의 그림 형제 민담집에 처음 실리게 되는데 잔인하고 끔찍한 내용으로 반발과 비판이 많았다고 한다.
이야기 역시 매우 현실적이다. 먹을 것이 없다는 이유로 자식을 깊은 숲에 내다 버리는 부모라니 이런 부모가 있겠냐고 믿기 힘들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이런 부모의 이야기를 듣곤 한다.
부모가 자신을 버리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어린 남매는 충격을 받고 스스로 숲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새가 인도하는 곳으로 따라간 그곳은 사실은 무서운 지옥이고 마녀가 있는 곳이다.
아이들은 마녀를 가마 속에 넣고 문을 잠가 불에 타서 죽게 한다. 자신의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는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독일인들은 약속을 잘 지키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림 형제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그 정신을 잘 나타낸다.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않으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참고로 신동흔 교수님의 <옛 이야기의 힘>은 그림 형제의 이야기를 많이 수록하고 있는데, 이들의 명성은 독일에 방문했을 때 독일인들이 너무도 자랑스러워하고 그들의 동상과 그림 형제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도시를 이어서 관광지로 명성을 크게 얻고 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의 원형은 그림 형제의 민담집에서 나온 것들이 많다.
이들 형제는 이야기 수집자 겸 언어학자로서 괴팅겐 대학교에서 교수로 지냈다. 그들은 1837년에 있었던 ‘괴팅겐 7 교수 사건’의 두 멤버였다. 그들은 하노버 국왕의 독단적인 헌법 개정에 항의하고 나선 주역이었고, 이 일로 형제는 모두 교수직에서 해임된다. 언어학의 자료를 모으기 위해 각 지역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동안, 이야기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민담집을 모으게 되는 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백설 공주’, ‘빨간 모자’, ‘잠자는 숲속의 미녀’, ‘헨젤과 그레텔’, ‘황금 거위’, ‘브레멘 음악대’는 민담집에 수록된 이야기이다.
<옛 이야기의 힘> 속에 등장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의 뒤쪽에 담긴 색다른 관점을 알고 싶은 분은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야기를 읽는 동안 어린 시절 내가 들었던 이야기가 상징하고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양서를 읽는 이유이고, 이 책은 그 목적에 상당히 들어맞는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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