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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딧 - 빨간 마후라 신영균의
신영균 저자, 박정호.김경희 정리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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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스타, 성공한 사업가, 그리고 500억 기부자”
한국영화 100년 지킴이, 아흔둘 노배우의 비망록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판한 신영균 님의 <빨간 마후라 신영균의 엔딩 크레딧>은 제목에서 아쉬움이 전해진다.
올해는 영화관에 자주 방문하지 못했지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나는 조용히 음악감독과 감독이 삽입한 영화 엔딩 음악을 들으며 영화를 되새긴다. 물론 15분이라는 짧은 휴식 시간 동안 청소를 마쳐야 하는 일정을 생각해 마지막 관객이 자리를 뜨면 조용히 같이 일어나게 된다. 오늘 소개할 신영균 님은 이름 하나로 많은 것이 떠오르는 분이다.
어른들에게 그의 영화에 관한 소개를 자주 접했고, 어린 시절 <미워도 다시 한번>으로 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게 한 배우이다. 그는 한국 영화사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영화관계자로 불린다. 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그에 관해 <엔딩 크레딧>이 전하는 이야기를 접하고, 후회 없이 살았다는 그의 고백에 공감했다. 그 정도의 인기스타가 구설에 오르는 일이 거의 없고, 성공한 사업가로 승승장구했고, 가장 최근 놀라운 소식은 자신이 이룩한 자산 중 상당한 500억을 기부한다는 발표였다.
서울 여행 시 명동에 있는 명동극장을 보며 이곳이 신영균 님의 극장이라는 사실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의 영화 박물관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가 남기고자 한 의도와 영화에 관한 애정이 물씬 느껴졌다.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병원을 개원해 생업에 몰두하지만, 연극반에서 느낀 무대에 대한 동경은 그를 연극과 영화로 이끌었다. 연극 <여인천하>에서 <과부>로 영화에 데뷔했다. <빨간 마후라>, <연산군>, <미워도 다시 한번>을 통해 1960년대 한국 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다. 3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은퇴 후 사업가와 정치인의 행보를 이어간다.
모든 일에 열정을 쏟아내기에 한 가지를 이루어내도 대단한데 여러 분야에서 그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성공을 이어간다. 사랑스러운 가족과 행복한 가정생활을 지속하는 것도 본받을만하다. 이제는 아흔둘의 노익장을 과시해 여전히 건강을 유지하는 면을 보면 100세 이후의 행보도 궁금하게 만든다.
그가 소개하는 영화계의 여러 인물 중 단연 인상적인 사람은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 배우이다. 한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안타까운 일이 이들 부부에게 일어난 것이다. 최은희 씨가 1978년 1월 홍콩에서 북한에 납치되자, 신 감독은 2년 전 이혼한 전처를 찾겠다며 홍콩에 갔다가 그해 7월 똑같이 납북되었다. 당시 북한에서 영화계를 좌우하던 김정일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았던 거로 알고 있는데, 최은희 씨의 이야기는 다르다.
“북한에서 네 번이나 탈출을 시도하다가 붙잡혀 정치범 수용소 같은 곳에 끌려갔어요. 거기서 단식을 하니까 강제로 영양제 주사를 맞았는데 그게 소독이 제대로 안 돼서 C형 간염균을 얻은 거예요. 숨지기 2년 전엔 간 이식 수술도 받았어요.” - 108쪽
이외에도 우리 영화의 60년대 7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유명한 배우와 신영균 님과 일어난 일화를 듣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그의 별명인 빨간 마후라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런데 ‘빨간 마후라’라는 말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25대 박춘택 공군 참모총장이 궁금증을 풀어줬다. “초대 김정렬 총장의 동생인 김영환 장군을 아시나요? 6·25 때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지켜낸 분입니다. 그분이 초급장교 시절 강릉 형님 댁에서 발견한 빨간 천을 목에 둘러본 모양입니다. 멋있어 보여서 계속 둘렀는데, 그게 시작이 됐다고 합니다. 적진에 떨어졌을 때 구조 신호용으로도 딱 맞고요. 미 공군에도 없는 상징물입니다. 대한민국 공군만의 상징이죠.” - 328쪽
우리나라 공군을 대표하는 빨간 마후라는 그렇게 탄생했고, 영화는 몰라도 빨간 마후라로 시작하는 도입부의 경쾌한 음악은 언제나 기운을 북돋운다.
사실 책을 읽는 동안, 빨간 마후라와 기부와 관련한 김신 참모총장의 이야기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6대 공군 참모총장 출신인 김신 총장은 백범 김구 선생의 차남이다. 그는 항일 투쟁의 역사를 알리고, 김구 선생에 관한 독립운동을 알리는 동시에 한국학 강좌를 개설하기 위해 오랜 시간 해외 유명 대학에 42억 원을 기부하다 27억 원의 증여세와 상속세를 부과받았다.
고액 기부자에 대한 증여세 부과를 목격한 적이 여러 차례 있어 신영균 님의 기부행위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행위라 존경스러운 동시에 걱정이 앞서는 현실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신영균의 <엔딩 크레딧>은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아주 소중한 책이라 생각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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