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2
유리 파블로비치 카자코프 지음, 방교영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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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사랑한 작가 카자코프

 

러시아 단편선이라고 하면 체호프가 먼저 떠오른다.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는 카자코프 단편선이고 이는 한·<5+5> 공동번역 출간 시리즈 작품중 하나이다.

 

·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러시아 문학번역원에서 선정한 10권을 출간했는데, 한국과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품이라 선정했을 것이다.

 

한국은 채만식 <태평천하>, 이문열 단편선, 20세기 한국시선, 김영하 <빛의 제국>, 방현석 <내일을 여는 집>이 선정되었고,

 

러시아는 빅토르 펠레빈 <아이퍽10>, 유리 카자코프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 구젤 야히나 <줄레이하 눈을 뜨다>, 솔제니친 평론집, 도스토옙스키 단편선이 선정되었다.

 

카자코프의 <저기 개가 달려가네요>의 단편에는 모스크바 북쪽의 아름다운 숲이 자주 등장한다. 타이가 지대의 광활하게 뻗어있는 침엽수림이 우거진 숲에 대한 동경을 작가가 가지고 있다.

 

1950년대 소련은 스탈린 사후 혼란스러운 정국이 이어지던 시기이다.

독재 치하에서 수 많은 목숨이 처형되던 시기이고, 자유에 대한 갈망과 인간이 철저하게 소외되었던 시기이다.

 

작품 속에 드러나는 자연으로 돌아가 다시 조화로운 삶을 염원하는 그의 바램이 느껴졌고, 전반적으로 쓸쓸한 톤으로 작품이 진행되어 인생에 관해 관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파랑과 초록>

 

주인공 알료샤는 18세 소년이고, 9학년이다.

 

릴리아라는 소녀를 친구에게 소개받고 처음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의 연인들이 느끼는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모스크바든 어느 곳이든 연인들이 느끼는 감정을 비슷하다.

 

 

어느새 해가 먹구름을 뚫고 나온다. 태양은 머리 위 나뭇잎 사이로 떨리는 손을 뻗어 물속 깊이 집어넣는다. 그러자 수련의 기다란 적갈빛 줄기가 드러난다. 줄기 주위로 큰 물고기들이 보인다. - 16

 

사랑에 빠지는 정확한 시점을 알아내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 우리의 겨울은 기적처럼 흘러갔다. 모든 순간이 우리였고, 모든 순간에 항상 함께했다. 과거도, 미래도, 기쁨도, 마지막 숨을 내뱉는 순간까지도 함께할 것이다. 매일이, 아니 매 수간이 머리가 핑 돌아버릴 것처럼 행복하다.

 

그러나 봄이 되자 무언가 알 수 없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저 무언가 새로운 것들이 시작되니 조금 아픈 것뿐이다.(...) 단지 우리 둘의 성격이 다르다는 게 조금씩 드러나고 있을 뿐이다. 릴리아는 나의 눈빛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나의 꿈을 비웃는다. 잔인할 정도로 말이다. 조금씩 다투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 34

 

사랑의 과정을 겪는 동안 조금씩 서로를 알게 된 알료샹와 릴리아는 상대에게 익숙해진다.

 

기존에 보이지 않았던 단점이 들어나고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상대를 상처주는 말도 이제는 서스럼없이 할 수 있게되었다.

 

단편이라도 하지만 한 편의 시를 읽는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 모스크바의 거리와 숲에서 비치는 햇빛도 아름답다.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통해 성장하는 알료샤는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

 

릴리아가 꿈에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꿈이 싫다. 나는 꿈속에서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한다. 오른쪽으로 누워서 자면 꿈을 안 꾼다던데. 나는 오른쪽으로 돌아누워 잠을 청한다. 나는 푹 자고 아침에 상쾌하게 눈 뜨게 될 것이다.

인생이란 참 멋진 것이니까!

 

부디 꿈 없이 잠들기! - 49

 

 

<사냥개, 푸른 별 아르크투르>

 

그 개가 어덯게 도시에 나타나게 되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개는 어느 봄날 도시로 흘러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개는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았고, 그 누구에게 복종하거나 억압받지 않았다. 개는 자유로웠다. - 51

 

코스트롬스카야 지역 하운드 순종이었던 어미견은 긴 몸에 부푼 배를 이끌고 때가 되자 몰래 위대한 일을 행하기 위해 현관 아래로 사라졌다. 어미견은 사람들이 불러도 응하지 않고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스스로에게 온 집중을 다하며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 사냥과 인간, 자신의 주인님과 신보다도 중요한 일을 마쳐야 한다고 느꼈다.... -53

 

때가 되자 새끼들 모두 눈을 떴고, 환희에 차 지금까지 그들이 살았던 세상보다 휠씬 위대한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개 역시 눈을 떴지만 한 한 번도 세상을 볼 수 없었다. 개는 눈이 멀어 있었다. 부옇게 흐린 눈이 두꺼운 회색 막으로 그의 시야를 가렸다. 개에게는 슬프고 험난한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 53

 

북부 도시로 가게 된 주인공은 빌린 집의 주인이 그 지역의 한 의사다. 대가가족을 이루었던 의사의 아들 둘은 전선에서 죽고 아내도 숨을 거두었고 딸은모스크바로 떠났다.

 

어느 날 눈이 보이지 않는 개를 보살펴 주기 시작한 의사는 그 개를 '아르크투르'라 부른다.

 

아르크투르는 다른 개와 달리 뛰어난 능력이 있다. 우리가 절대 들을 수 없는 미세한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아르크투르에겐 특별한 점이 하나 더 있었다. 그는 삶이 아무리 그에게 모질게 굴어도 절대 동정받기 위해 날칼운 소리를 내거나 낑낑거리지 않았다.

 

주인공과 함께 숲으로 가게 된 아르크투르는 숲이 주는 신비로움에 얼이 빠진다. 지금까지 익숙하지 않는 냄새, 무서운 냄새. 사락거리고 버적거리는, 따끔거리는 물체와 마주치면서 겁에 질려 있었다.

 

하루 이틀 숲에 익숙해지고, 숲에 있는 상대와 결투를 벌이며 아르크투르는 숲에 적응한다.

 

개는 짐승을 쫓는 흥분에 사로잡혀 다른 사냥개보다 먼저 뛰어나가 사냥감을 가져온다.

 

아르크투르에 관한 놀라운 소식은 지역에 퍼져나가고 사냥꾼들은 그 개를 소유하고자 욕심낸다.

 

심지어 한 사냥꾼은 아르크투를 훔쳐가려고 한다.

 

어느 날 숲으로 들어간 아르크투르는 기다리는 의사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과연 숲에서 아르크투르에게 어떤 일이 벌어진걸까?

 

카자코프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이루며 살기를 꿈군다. 인간이 끝없이 파괴하고 있는 자연 속에서 생활하는 동물의 입장에서 자기 삶의 터전이 무너져 내릴때 어떤 행동을 취해야할까?

 

작가는 쇠외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강조하는데, 이별과 죽음으로 고독을 겪는 주인공들이 자주 등장한다.

 

쓸쓸한 죽음은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인가?

 

러시아가 사랑하는 작가 유리 카자코프의 단편선을 읽으며 마음 속에 숨겨져 있던 감수성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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