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의 등산가 - 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김영도 지음 / 리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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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산을 좋아하는 나는 시간을 내어 집 뒤편의 낙동정맥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산을 둘레를 걸었다.

 

태양은 정점을 지나 서서히 아래를 내달리고 있었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시간 약속을 하고 나온 터라 등산로를 벗어나 아랫길로 내달렸다.

 

아무리 동네 산이라도 등산로를 벗어나는 순간, 진정한 산과 오롯이 마주하게 된다.

높게 자랐으나 태풍으로 쓰러져 길을 막고 있는 나무는 넘어가기 곤란한 지경이었다.

 

때마침 넓은 공터에서 재빠르게 지나가는 고라니는 나에게 무덤으로 이어진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산은 언제나 새로운 경험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한국 산악계 전설인 김영도 대장의 <서재의 등산가>를 읽었다.

 

 

산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1977년 한국에베레스트 원정대의 대장이고, 여러 산악인의 저작물을 번역한 김영도 대장님은 한국산서회 고문을 맡으면서 국내외 다양한 산악문학을 소개하고 있다.

 

책 속에 담겨있는 그가 전하는 믿기 힘든 이야기는 한둘이 아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조 심슨의 <허공으로 떨어지다>이다.

처음 나왔던 제목은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인데, 자극적인 제목만큼이나 놀라운 점은 크레바스에 내려가는 조 심슨과 친구가 추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다리에 부상을 입은 그는 크레바스를 올라갈 수 없었고, 끝없는 크레바스의 아래로 내려갔다.

 

눈과 얼음과 돌탑이 이어지는 그곳을 조는 사흘 동안 기어가서 탈출구를 찾는다.

 

우리는 폭풍 소리를 들으며 침낭 속에 들어가 나란히 누웠다. 양초 불빛은 텐트 벽 색깔을 따라 빨간색과 녹색으로 변했다. 조의 물건들이 텐트 구석에 아무렇게나 밀쳐져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전날 밤의 폭풍을 생각하고 몸을 떨었다. 그때의 영상은 내가 잠들 때까지 남아 있었다. 저 위는 얼마나 추울까. 눈사태가 쏟아져 얼음 절벽 밑의 크레바스를 채우고 있을 것이다. 조를 묻으면서……. 나는 꿈도 꾸지 않고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었다.

- 150쪽 언제나 산과 연결되는 삶 중에서

 

1800년대에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개발은 무덤을 파는 것이다.”라고 했다. 알피니즘이 서구 근대화와 때를 같이한 것까지는 좋으나 문명에 끌려갈 수는 없다. - 76쪽 산은 멋지다 중에서

 

산악인에게 있어 산은 그들의 인생 그 자체이다. 오늘날 세계의 거의 모든 산이 정복되고 고산 등반의 세계가 투어리즘으로 변해가고 있지만, 산악인은 산이 그 자리에 있어 등반하는 것이다.

산에 가는 사람은 많지만 산서가 많이 없는 것을 저자는 아쉬워한다.

 

<서재의 등산가>를 읽은 후, 산서에 대해 새롭게 알았다. 등산기와 산악인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작품이 산서인데, 나는 산을 좋아하지만 산서를 많이 읽어보진 못했다.

 

저자가 소개하는 산악인과 그들이 남기거나 그들에 관한 책은 다음에 찾아볼 생각이다.

 

에베레스트에서 한쪽 손가락을 모두 잃은 곽정혜는 “2006518, 나는 죽었다.”라고 선언했다. 나는 <선택>의 첫 문장인 이 한마디에 압도됐다. 그녀는 죽지 못해 내려오다 자기 한계에 부딪혀 추락했다. 그리고 이름도 죽음의 지대인 8,000미터 고소에서 의식을 잃었고 마침 에베레스트를 오르던 우리나라 중동고 원정대 일행의 눈에 띄었다.

- 29쪽 산은 멋지다 중에서

 

 

내가 가장 최근에 읽었던 라인홀트 매스너의 <에베레스트 솔로>를 기억하며 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거라 내심 기대하며 읽었다.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등정한 등반가답게 라인홀트 매스너의 이야기는 하이라이트로 다루고 있었다.

 

저자는 그의 작품을 여러 차례 번역한 경험이 있고, 매스너가 울주 산악축제에 다녀간 적이 있어 그와 만남은 특별한 경험이 될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대장과 매스너의 만남은 기대에 미치지는 못해 아쉬웠다.

 

매스너는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에 성공하고, 바로 그해 동생과 낭가파르바트에 등정하던 중 동생을 잃게 된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거주했던 대장이 전쟁통에 동생을 잃었던 이야기는 그가 지니고 살았던 아픔을 공감하게 되었다.

 

철학적 사유와 함께 우리나라 산악 문화 전반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다른 나라의 산악 문화를 알게 된 것은 즐거움이었다.

 

주문진 방향으로 해안선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매스너의 책을 번역한 <검은 고독 흰 고독>을 찬사를 보낸 고독이라는 카페가 있다고 한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김영도 대장의 <서재의 등산가>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시작으로 다른 산서를 읽어보리라 다짐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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