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눈물
백시종 지음, 이준섭 그림 / 문예바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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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반란사건에서 여순사건으로

 

여러분, 이승만은 결코 훌륭한 정치인은 아니오. 너무나 결함이 많은, 어쩌면 비열한 독재자인지도 모르오. 그러나 그 같은 이승만이지만, 뒤집어 놓고 보면 긍정적인, 그 시대에 꼭 필요했던 영웅의 역할을 다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6할이 타도 대상의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4할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건국에 있어서 가장 공이 많은 인물 중에 으뜸일 수 있다 그 말이오.

 

여러분, 입은 삐둘어졌어도 말은 바로 합시다! 그때 이승만이 없었으면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대한민국이 세계에 유례없는 자랑스러운 경제대국으로, 민주국가로, 기독교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었겠습니까? 천만의 말씀이오. 대한민국은 김일성의 아가리에 통째로 먹혔을 것이고, 소련 중공으로부터 남하하기 시작한 붉은 깃발이 강원도 경기도 충청도 경상도 식으로 순식간에 휘덮였을 것이고, 이내 아리까리한 사회주의가 아닌 일당 세습독재 공산주의로 물들고 말았을 것이오.

 

우리 다시 한번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아 봅시다. 나를 돌아봅시다. 온갖 비방과 욕설을 마다하지 않으며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지켰을 때 나는 뭘 했는지, 자성의 시간을 가져 봅시다.”

[ 303쪽 여수의 눈물 중에서 ]

 

 

<누란의 미녀>로 알게 된 백시종 작가님의 <여수의 눈물>은 기존에 막연히 알고 있던 여순민중항쟁에 관한 일대기를 주인공 서병수 가족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서병수는 사립대학의 미술학과 교수로 퇴직 후 고향 여수 근교의 수지중학교로 작업실을 마련하고자 한다.

 

수지중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친구 김귀석은 평생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을 하고 여순반란사건을 여순민중항쟁으로 바꾼 인물이다.

 

여순민중항쟁이 일어난 사연은 다음과 같다.

 

1945년 해방을 맞이하고 나라는 온갖 이념과 찬탁 반탁운동과 토지개혁 문제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1947313.1절 기념행사가 벌어지던 제주 관덕정 광장에서 기념행사를 마치고 해산하는 과정에서 기마 경찰이 탄 말의 발굽에 어린아이가 다치는 사고가 벌어진다.

 

기마 경찰은 사과와 아무런 조치 없이 그냥 가버리자 군중들은 흥분하기 시작한다. 이에 경찰이 그들을 향해 총을 발포하고 6명이 희생되고 6명이 다친다.

 

남조선로동당은 제주도의 좌파세력을 결집하고, 경찰 만행을 규탄하는 운동을 한다. 경찰의 과잉진압을 조사하겠다던 미 군정은 남조선로동당의 선동에 제주도가 놀아난다고 판단해서 서북청년회를 투입해 진압한다.

 

194843일을 기점으로 제주도에서는 무장반란이 일어난다.

 

19481019일 국방경비대 제14연대는 제주도로 출발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14연대는 제주도 출신의 군인도 있었고, 그들의 출항하여 제주도에서 작전한다는 것은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총을 겨누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10여 명은 배를 타지 않고 탄약고를 점령하고 군인들은 선동하여 제주도로 출항하지 않고 오히려 경찰서를 습격한다.

여수 순천을 순식간에 장악한 이들은 여수에서 200, 순천에서 400명을 죽인다. 이들은 국군에서 반란군으로 바뀌게 된다.

 

이를 진압하기 위해 여수에 들어온 부대는 반란군에 동조한 여수 시민 15,000명을 추려내서 사살하게 된다.

 

이 소설은 당시 현장의 기억을 가진 백시종 작가의 기억을 소환해서 <여수의 눈물>로 생생하게 풀어놓는다.

 

2012년 여수 박람회에서 보고 감탄했던 바로 그곳에서 72년 전 엄청난 살육이 벌어진 현장이란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최능진, 김종원이라는 그동안 몰랐던 인물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공과 과에 대한 부분이다.

 

그동안 역사 서적이나 다른 소설에서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여순항쟁에 대해 가장 세세하게 알게 된 소설이었다.

 

[ 등장인물 ]

 

서병수 : 사립대학 미술학과 교수

서병걸 () : 서병수의 이복형

서병희 : 서병수의 여동생

 

서창만 : 서병수의 아버지, 독립운동가

김숙경 : 서병수의 어머니. 양조장집 딸, 꼬막 공장 운영 및 계를 하다 야반도주함

 

김귀석 : 서병수의 친구

황말암 : 여순항쟁 당시 가해자, 김종원의 부하

김종원 : 백두산 호랑이

김찬구 : 김귀석의 숙부, 고아인 그를 키운다.

최능진 : 김찬구의 상사

 

서병수 일가는 어느 날 밤, 가족 모두가 야반도주해서 서울로 간다.

어린 시절 극장 옆의 작은 집에 살았던 병수는 극장에서 몰래 보는 영화 속 게리 쿠퍼를 우상으로 여긴다.

 

서병수는 아버지를 죽인 박상돈을 찾고 싶다.

서창만을 죽인 박상돈은 미전향장기수로 감옥에서 60년 동안 투옥되었다가 북한으로 이송된다.

서병수의 아버지는 박상돈이라는 공비 출신에게 살해당했다.

 

서창만의 어머니 김숙경은 장군의 딸이었고, 부정 축재하는 과정에서 군납업자가 된다.

 

수지중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김귀석은 전교조 교사 출신으로 여순반란사건을 여순민중항쟁으로 바꾼 당사자이다.

 

빨치산에서 부상당한 소년을 치료해준 일로 인해 마을 전체가 불 질러지고 김귀석의 가족은 몰살당한다.

 

김귀석을 데려다 키운 사람은 숙부인 김찬구였다. 그는 서울에 근무하는 경찰이었고, 여순사건이 이승만 대통령이 저지른 일이라는 것을 알았고, 신한청년당을 만든 몽양 여운형을 만나고자 한다.

해방과 함께 조선건국준비위원회를 구성한 그는 99일 미국의 하지 장군 일행이 들어오게 되어 기회를 놓친다.

 

이때 기독교 전체 신도가 야비한 행동을 하지는 않지만, 기독교를 빙자한 몇몇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꾸민 음모가 '한민당'이라는 창당이었다.

하지 장군은 민족을 강조하는 '건국준비위원회'보다 자기와 교감이 잘 되는 한민당원들이 훨씬 편하게 느껴졌다.

서울에 입성해 패전국 일본의 총독 아베 노부유키와 항복 문서를 조인하고 일장기가 내려가고 올라간 국기는 태극기가 아니라 성조기였다.

 

미 군정과 한민당은 치안 공백을 우려해 일본강점기 경찰조직을 재건하고 친일경찰은 다시 독립운동가를 잡아들이고 건국준비위원회 조직을 와해하려 한다.

 

이때 가장 적극적인 조직은 서북청년단이다.

북한에서 김일성이 종교의 자유와 개인의 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탄압하는 과정에서 평양을 주축으로 하는 주민 50여만 명이 남한으로 온다.

 

젊은 기독교인들은 서울에 자리 잡기 무섭게 영락교회로 개명된 베다니 전도교회가 본산이다.

이들은 북쪽의 정치집단에서 방출된 사람이므로 공산당을 원수로 삼는 사람이었다.

 

이들의 반공정신은 너무도 투철하여 공산당과 빨갱이라 하면 눈이 충혈되고, 주먹이 날아가고 안되면 총이건 칼이건 집어 들었다.

 

당시 한국 사회를 장악하고 있던 건국준비위원회 세력을 몰아낸 방법으로 이승만은 서북청년단을 생각한다.

 

미 군정과 조율을 마친 이승만 정권은 서북청년단을 이용해 건국준비위원회세력을 공산당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더하여 '건국준비위원회'세력을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미 군정의 최대의 적으로 간주 소탕령을 비공식적으로 내린다.

 

여운형도 12번째 시도한 테러에서 결국 목숨을 잃는다.

이때 김찬구는 신문기자에서 경찰 간부 최능진을 만나고 경찰로 변모한다.

최능진은 이승만의 꼬붕인 이범석과 이승만의 오른팔 장택상에게 도전장을 내고 노덕술 일파의 복권은 몰상식하고 반민족적인 저주라고 질타했지만, 되레 상처 입고 밀려난 쪽은 최능진 자신이었다.

 

최능진은 제헌국회 의회 선거에 이승만이 동대문구에 나오는 것을 알고 자신도 출마한다. 하지만 그를 믿어주는 사람은 김찬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출마서류를 제출하러 가는 도중 서북청년단은 서류를 탈취하고 추천장을 써준 사람들을 보복한다.

 

선거 유세과정에서 이승만에서 최능진으로 민심이 돌아서고 선거에서 낙선을 걱정하던 이승만은 추천인 서류가 위조되었다는 작전으로 그의 입후보가 취소된다.

 

서병수의 꿈에 나타나는 게리 쿠퍼는 자신의 사촌 동생이 이승만의 비서이고, 그가 독립자금을 유용해서 상행의 호텔에서 백인 여자와 놀아났다는 죄목으로 지금 탄원서를 제출해야 하므로 게리 쿠퍼가 도장을 찍어 주었다고 한다.

 

서병수는 여순사건의 기록화를 그리는 황말암을 소개받고 그를 만나 당시 상황을 전해 듣는다.

 

황말암의 상사인 김종원 대위는 이승만 대통령에게 접근하여 사적인 만남을 가지고 그 배경을 믿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한다.

 

전투능력은 미천하지만, 자신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잔인한 보복을 일삼는 자였다.

 

황말암 노인은 김종원 대위가 여순 사건은 진압하는 과정에서 중고등학생으로 이루어진 정찰대를 쉽게 돌파하지 못하고 마침내 상륙한 여수에서 살육을 벌인다.

 

자신 역시 그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을 고통받으며 지내다 어느 날 밤 그림을 그려 당시 상황을 남기라는 꿈속 여인의 말을 듣고 기록화를 그린다.

 

4부와 5부에서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비밀과 함께 충격적인 사실들이 하나씩 공개된다.

 

여순 사건에 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백시종 님의 <여수의 눈물>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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