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쿼런틴 - 코로나19와의 사투와 생존 과정을 새긴 40일간의 기록
김어제 지음 / 마음의숲 / 2020년 9월
평점 :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과 이후의 세계
코로나 19와의 사투와 생존 과정을 새긴 40일간의 기록
마음의숲에서 출판하고 김어제 작가님이 지은 <쿼런틴>은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를 온몸으로 견뎌낸 부부의 뉴욕 생존기이다.
쿼런틴은 1448년 베네치아 공화국 의회가 외부에서 들어오는 선박들을 40일 동안 격리 및 검역하기로 하면서 쿼런틴(Quarantine), 즉 ‘격리’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2020년, 중국 춘절 연휴의 인구 이동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저자가 거주하는 뉴욕에서 몰아치고 남편 P가 아프기 시작하면서부터 회복기를 거쳐 완치 및 사후 격리가 끝나기까지 약 40일이 걸렸다. - 6쪽
책 표지부터 강렬하다. 온 세상이 암흑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가 싸우는 모습이 작가님 부부가 뉴욕에서 코로나를 견뎌내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어 마음이 아렸다.
같은 시기인 1월 말에 우리 가족은 미국 여행 중이어서 저자가 설명하는 1월에 관한 내용이 너무 와닿았다. 중국 관광객이 무슨 일인지 잘 모르지만, 불안한 모습으로 본국의 사람과 병에 관한 이야기를 건네고, 어느 약국에서도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미국은 모든 물자가 풍부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인데, 이번 방역 대책을 보며 한편으로 의료체계에 있어 개선할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CNN 보도를 보니,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2월 7일 통화에서 대통령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과하고 매우 까다로우며 지독한 독감보다 더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쟁점이 되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후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자세로 일관하다 보니, 조금만 더 일찍 미국 국민에게 진지한 경고를 던졌으면 지금과 같은 사망자가 생기지 않았을 거라는 점이다.
저자 부부는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에서의 네 번째 겨울인 2019년 12월부터 2020년 5월 귀국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사건이 진행되는지 당시 쟁점이 되었건 사건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다음에 코로나로 인해 끔찍한 해로 기억될 2020년을 기억하기 위한 좋은 자료라고 생각한다.
가장 놀라운 점은 부부가 그렇게 조심을 하고 신경을 썼지만, P가 코로나 진단을 받는 장면이다.
당연히 중환자라 여겨지는 상황이지만, 그들은 집에서 약과 음식, 운동으로 이를 이겨내는 장면이다. 하루하루 얼마나 불안했을지 그들이 겪어야했던 불안과 공포가 전해진다.
우리는 궁금할 것이다.
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지, 집에서 치료할까?
뉴욕에 도착한 지 두 번째가 되는 해에는 소염 진통제 부작용으로 추정되는 급성 복통으로 어기적어기적 택시를 타고 긴급 의료 센터에 갔다.(...) 만약을 위해 위 내시경을 받자고 해서 이틀 후에 내시경 전문 소화기 내과의를 만났다.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한 달 치 먹고 난 뒤 재검사를 하자고 제안해서 다시 내시경을 했고, 다행히 깨끗했다. (...)
한 달 후에 받은 청구서에는 최초 내시경 비용 약 6천 달러와 자기 부담금 1천 5백 달러가량이 찍혀 있었다. 두 번째 내시경 비용 4천 달러가 적힌 청구서가 날아왔다. - 23쪽
미국 생활에서 가장 염려를 하는 것은 의료비이다. P가 코로나 치료를 병원에서 했다면 모르긴 해도, 1만 달러 정도는 비용으로 지급해야 할 것이다.
기사로 전하는 치료비용은 4만 달러 근처로 나오는 것을 보고 혜택 좋은 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병원에 간다는 자체가 두려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는 의료비 때문에 파산하는 사람이 많다고는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경험해보니 그 부담이 피부로 와 닿았다. - 27쪽
이런 사실이 미국인들이 자신의 건강에 신경을 쓰고, 마트에 가서 직접 약을 사서 가능하면 자신들이 치료하려고 노력한다.
저자 역시 미국 생활하는 동안, 약에 관해 다양한 지식을 섭렵하고 자신에게 이상 증상이 있으면 될 수 있으면 자신이 판단해서 약과 음식으로 치료하는 것이다.
2월 중순부터는 한국 언론에서도 본격적으로 중국 혐오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모든 게 남 탓인 사람들이 국내외 문제를 단순화하고 손쉬운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려 ‘남’, 즉 국내에 거주하는 한국계 중국인, 중국인, 베트남인 들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 64쪽
해외에 나가다 보면, 은근히 인종차별 경험을 하게 된다, 은연중에 그런 시선을 보내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나 역시도 해외에서 그러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저자가 전하는 인종차별에 대해 적극 공감했다.
하지만 코로나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면, 차별의 수위는 분노의 감정만큼이나 크다. 뉴욕에서 지하철역의 아시아인을 폭행하고 심지어 염산을 얼굴에 붓는 사건이 일어난다.
아시안이 아닌 경우, 한국인과 중국인을 구별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나 역시도 요즘은 중국인, 한국인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리와 체형이 비슷하고, 스타일도 조금만 바꾸면 말하기 이전에는 알 수 없다.
뉴욕의 차이나타운이 먼저 피해를 보고, 중국인의 입국을 차단해야 한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된다. 혐오는 힘을 가지기가 이렇게 쉽다.
불안을 자극하여 분출하는 통로는 혐오의 감정으로 발산하는 것이다.
아시아인 대상 증오 범죄가 얼마나 가볍게 치부되는지는 미국에 나와서 어느 정도 살아본 사람들은 누구나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영원히 이방인 취급 당하며 커뮤니티에 속하지 못하고 겉도는 것, 흔히 ‘아시아인’ 하면 떠오르는 고정 관념을 강요당하는 것, 경멸 조의 욕설을 듣는 것이 일상이다.
- 110쪽

P가 아프다.
오전에 운동하고 P가 두통을 호소하며 몸이 이상하다고 했다. 이마에 손을 대어보니 헷갈릴 수 없을 정도로 열이 느껴졌다. 하지만 체온계가 없어서 정확한 온도를 잴 수가 없었다. 무리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니 우선 소염진통제인 이부프로펜을 두 알 먹고 쉬어보기로 했다. - 161쪽
의사는 코로나19에 걸린 것 같다고 하면서, 별다른 치료제는 없지만 이부프로펜은 좋지 않다며 대신 항생제인 아지트로마이신(지스로맥스)을 처방해주었다. - 182쪽
그들에게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코로나 바이러스를 집에서 자체적으로 견뎌낸 그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은건 언제인가 미국 여행을 가서 몸이 아프면 ‘나는 걱정 없이 병원에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무조건 안 아파야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번 코로나 정국을 보며, 우리나라의 방역체계와 국민의 시민의식이 얼마나 우수한지 다시 한번 느낀다.
마스크를 쓰는 것이 자신의 누리고 싶은 자유를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인 나라를 보면 도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답답하다.
공동체를 위한다는 생각보다 자신의 개인이 소신이 우선한다는 점이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P가 이제는 몸을 회복했지만, 바이러스 후유증이 아직 완벽하게 극복하지 못한 것 같아 걱정이다. 이번 바이러스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는 소식이 들려 이 질병이 얼마나 심각한 질병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쿼런틴 #김어제 #마음의숲 #코로나 #에세이 #리뷰어스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