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지붕 한 가족 1부 - 사연 없이 여기에 온 사람은 없다
황경호 지음 / 행복에너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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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없이 여기에 온 사람은 없다 만주 독립 운동사

 

만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며 만주가 어디인지, 왜 만주가 중국의 영토가 되었는지, 과거 독립운동가들이 활약한 만주지역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했다.

 

행복에너지에서 출판한 황경호 작가님의 <네 지붕 한 가족>은 나의 궁금증을 많이 해결해준 소설이다.

 

저자는 1999년부터 중국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20년 동안 중국 근무를 하는 동안 현지인보다 더 지리에 익숙한듯하고, 그가 소설로 창작한 네 가족의 이야기는 만주에서 벌어진 혼란스러운 격변기 독립운동사를 돌아보는 기회였다.

 

중국의 지리를 꿰고 있고, 그곳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과 만주의 여러 장소가 가지는 지형적 의미와 다른 지역과의 연결 지점에 대한 설명을 잘 드러나 있어, 소설을 읽는 동안 지도를 찾아보며 저자가 안내하는 여행을 경험한 듯하다.

 

만주는 내만주, 외만주로 나누고 내만주는 압록강, 두만강 위쪽의 중국의 동북3성을 말하고, 외만주는 아무르주, 연해주까지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지역이다. 소설의 주 무대인 봉천은 현재는 심양, 선양이라는 지역이다.

길림성의 통화, 창춘, 길림 역시 주요 장소이다.

 

 

주인공들의 출신지는 경남 사천, 평안도 정주이다.

 

소설이 나타내는 시간적 배경은 1932년에서 1948년까지이다.

일제는 우리나라에서 문화통치 기간을 끝내고, 민족말살정책을 대대적으로 시행하던 시기이다.

 

일제는 1929년 경제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만주를 식민지화한다.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1932년 청의 푸이를 황제로 세우는 만주국을 세워 본격적으로 중국을 침략하는 시기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인물은

 

배영덕 : 경남 사천 끝자락의 안도 부락 출신의 소작농 배상수의 아들

 

황준길 : 영덕의 외삼촌, 일본인이 되기 위해선 무엇이라고 하는 인물, 요시다 준이치로 창씨개명하고, 자신을 키워준 모리마쯔 상사의 주인을 배신하고, 만주에서 요시다 상사를 세운다.

 

정범호 : 평안도 정주 출신의 소작농, 소작료를 가지고 장난치는 마름 우석을 죽이고, 만주 봉천으로 피신한다.

 

정은심 : 정범호의 딸,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궂은일을 해서 생계를 이어감.

 

정범진 : 정범호의 동생, 평안도 정주에서 만주 봉천으로 이주해, 만주 생활에 만족할 즈음, 사회주의 사상에 빠지고, 조선혁명당에 가입하여 자신의 본능이 전투라는 걸 깨닫는다.

 

 

[ 책 속으로 ]

 

반에는 조선인 학생 27명이고 일본인 학생이 6명인데, 대부분의 일본 학생들은 바닷가 옆 건어물 공장 미우라 수산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자녀들이다. 조선인 학생은 배영덕이, 일본인 학생은 사카이가 우수한데, 이번 시험에서 배영덕이 1등을 해서 학교 측도 조금 당황한 모양이다. (...) “선생님 생각에는 아무리 1등이 졸업생 대표를 한다지만 그래도 조선 학생이 하는 건 좀 안 맞지 않소?” - 41

 

사천의 안도 부락의 소작농 배상수는 아들 배영덕이 학교에서 공부를 잘해 앞으로 영덕이 면서기를 하는 꿈을 가지고, 집에서 기르는 소를 팔아 진주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시키고자 한다.

 

영덕의 성적이 우수하여, 2등을 한 사카이를 영덕을 모함하고 아무런 잘못이 없는 이 땅을 벗어나 영덕을 외삼촌 황준길이 있는 봉천으로 가서 성공하고 싶다.

 

우석네도 범호와 다를 바 없는 노비 가문으로 불과 10년 전만 해도 범호네 이웃으로 있다가 지주 박 첨지 눈에 들어 마름질을 하더니, 이제 소작농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인물이 되었다. 박 첨지야 어느 누구네 집에 몇 할을 받건 상관없고 전체 수확량만 받던 대로 받으면 되지만 각 소작농들의 할당량을 쥐고 있는 우석의 권력은 정말이지 한 집안 식구들 목줄을 움켜쥘 정도다. - 34

 

조선 시대를 거쳐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백성들의 90%는 농민이었다. 소작농들의 소작료를 결정하는 마름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차례 들어, 당대 소작농과 마름과의 수직관계는 생각보다 단단한 거로 보인다.

 

범호는 자신의 아내를 가지고 노는 우석의 비아냥거림을 견디지 못하고, 그를 죽이고, 동생 범진의 소개로 봉천으로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당시 일제는 중국인과 조선인의 갈등을 일으키고자 한다.

 

1931년 만보산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만주 길림성 장춘현에서 발생한 미개간지 땅 문제로 인한 조선인들과 현지 중국인들의 충돌 여파는 조선 땅에서 살던 왕타오네 일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

관동군은 조선일보 장춘 지국장인 김이삼을 이용하여 자극적인 기사를 실어 보내게 했다. ‘중국 관민 800여 명이 조선인 동포 200여 명 폭행하여 부상’ (...) 전후 사정을 모르는 조선 반도는 중국인에 대한 분노로 들끓었고 경성, 원산, 평양 등 각지에서 중국인 배척 운동이 일어났다. - 112

 

상대적으로 화북 일대에 자리한 공산당의 팔로군은 국민당의 부패에 지친 민중들의 지지를 얻어 세력을 확장해 가는 추세이지만 만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동북항일연군과 조선혁명군은 거친 만주 지역에서 항일 운동을 하느라 입지도 좁아 생존하기에도 벅찬 현실이었다. (...) 1935년 후반에 항일 세력의 근거지를 뿌리 뽑기 위해 홍경현과 환인현 일대의 초토화 작전을 전개하면서 2,200여 채 민가를 불태우고 3,000명이나 되는 무고한 사람들을 살상하기도 했다. - 144

 

 

소설은 영덕이 친일 변절자가 되어버린 외삼촌 준길에게 벗어나 어른으로 성장하여 범호의 딸 은심과 만남을 통해 가정을 이루고, 범호의 동생 범진의 활약에 주목한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을 겪은 독립운동가들이 만주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 만주 땅에서 조선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런 귀중한 소설을 집필한 황경호 작가님에게 감사함을 느끼고, 역사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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