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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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생을 돌아보고 다음 생을 결정짓는 심판.

천생연분을 몰라본 죄, 재능을 낭비한 죄.....

피고인은 자신의 죄를 인정합니까?

 

오늘 소개할 책은 열린책들에서 출판한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심판>이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인 작가로 항상 최상위권에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91년 전 세계를 충격으로 빠뜨린 <개미>를 시작으로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그의 작품 영역을 확장해왔다.

 

동양의 윤회 사상을 바탕으로 한 최근작 <기억>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희곡으로 표현된 <심판>은 소극장에서 공연될 수 있는 연극을 위한 대본으로 충분하다.

 

소수의 등장인물을 바탕으로 작가가 돌아보는 인간세계의 가치관이 얼마나 작위적인지, 프랑스 사회가 겪고 있는 근로 단축 문제, 의료 체계의 수요 공급의 불안, 가정 내 남녀 성 역할에 관한 고정관념, 법조계에 대한 풍자를 드러낸다.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아나톨 피숑 : 피고인

카롤린 : 피고인 측 변호사

베르트랑 : 검사

가브리엘 : 재판장

 

연극은 피고인 아나톨 피숑의 폐암 수술로 시작한다.

중요한 수술이지만, 35시간이 넘어간다는 이유로 수술 집도를 맡은 아제르망 교수는 수술을 개략적으로 끝내고 자신의 주말 휴가지로 골프를 치러간다.

 

사건은 피숑의 사망과 함께 천국의 법정에서 현재는 판사로 근무하지만, 과거 수많은 인물로 태어나고, 삶을 살아온 아나톨의 과거를 들여다보고, 현재 판사, 아버지, 남편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살펴본다.

 

당황스러운 사실은 검사 베르트랑과 변호사 카롤린은 지상에서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였고, 검사는 아나톨의 유죄를 확증하여 그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형을 집행하려 한다.

 

피고인 측 변호사 카롤린은 그가 편안하게 하늘나라에서 여생을 보내고 죽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아나톨은 다시 태어나고 싶어 지상으로 내려가고 싶다.

 

하늘나라의 판사를 맡은 가브리엘은 자신이 맡은 재판을 주도적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수시로 전화로 조언을 얻고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준다.

 

베르베르가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와 역사 전반을 아우르는 아나톨의 이전 인물은 저자의 지적 호기심과 역량을 잘 드러낸다.

 

 

[책 속으로]

 

남자 외과 의사 : 어차피 폐암에 기적을 기대하는 무리야. 이 멍청이가 애초에 담배를 피우지 말았어야지.

여자 외과 의사 : 잠깐만, 조르주. 봐봐 맥박이 느리긴 느려도 잡히긴 해. 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

남자 외과 의사 : 나 참.... 오케이. 뭐든 마음대로 해. 젠장, 간호사, 내 골프 가방 어디다 뒀어요? 간호사!

여자 외과 의사 :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영혼은 어디 있는지 궁금하네요...

 

암전. - 19

 

현실에선 그럴 리 없겠지만, 남자 외과 의사는 환자인 아나톨은 냉동고에 넣어두고 골프를 치러 떠난다.

 

가브리엘 : 그러니까 삶을 요리로 치자면 유전 25퍼센트, 카르마 25퍼센트, 자유의지 50퍼센트가 재료로 들어가는 거예요.

아나톨 : 통 무슨 말인지.

카롤린 : 우리 모두는 태어나는 순간 그 세 가지의 영향하에 놓인다는 뜻이죠. 유전이라 하면 부모, 그리고 당신의 성장환경을 말해요.

가브리엘 : 당신이 부모의 직업을 물려받거나 그들의 갔던 길을 따라간다면, 그건 유전 요소가 강력하게 작용했기 때문이죠. 반대로 무의식이 당신의 선택을 좌우한다면, 그건 카르마가 지배적인 탓이에요. - 104

 

베르베르의 희곡 <심판>은 웃으며 가볍게 볼 수 있지만, 등장인물이 드러내는 대화를 곱씹어보면 그가 표현하는 풍자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베르베르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또 다른 그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 <심판> 추천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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