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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2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9년 10월
평점 :
식스센스급 반전이 돋보이는 <내 이름은 빨강2>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 마지막 반전을 느낄 수 있도록 해설을 참고해서 이름을 확인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후기를 남긴다.
이 소설은 살인자를 찾기 위한 추리소설이라 마지막까지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결과를 알고 주인공과 세큐레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과정은 더울 놀라운 이야기를 전한다.
자세한 내용은 식스센스급 반전이라 밝힌 순 없지만, 작가가 마지막에 숨겨둔 숨바꼭질에 참여해 비밀을 풀어보길 바란다.
유시민 작가의 <유럽 도시기행>은 이스탄불 여행시, 가이드에게 오르한 파묵과 관련된 장소로 데려다 달라고 두세차례 요청을 하지만 지속적으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관련해서 오르한 파묵의 터키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궁금했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인사로 지목되어 곤란함을 겪는 것인지, 일전의 다른 인터뷰에서 바라본 그의 작업실은 이스탄불의 모스크와 성당과 강의 눈 아래도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작업실에서 자신의 작품과 작업에 만족해하는 인터뷰를 보았다.
500여 년 전 지중해 강자로 거듭나고 유럽을 제패하고자 했던 이스탄불.
한국전쟁당시 대규모 전투인원을 파견해서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자식들에게 전한다는 참전용사들.
이스탄불은 다음에 꼭 한번 찾아가서 과거의 영광과 현재를 느껴보고 싶은 도시다.
책 속으로
“저는 제 일생의 마지막 20년 동안 베네치아에서 본 이교도들의 그림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한때 저의 초상화가 그들의 양식대로 그려지기를 원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나중에는 당신의 세계를, 종들을, 지상에 머무는 당신의 그림자인 술탄의 초상화를 이교도 화풍에 따라 그리도록 했습니다.”
“동방도 서방도 나의 것이다.”
54p 내 이름은 빨강 중
신께서는 자신의 창조물들이 피 흘릴 때 외에는 이 멋진 빨간색을 보여주지 않으시지. 그래서 우리는 지치도록 인간이 만든 천이나 거장들의 그림에서 다양한 빨간색을 찾아다녀야 하는 것이네. -202p 내 이름은 빨강 중
작가는 사물에 대한 개념을 새로운 정의를 추가하는 사람이다.
한강 작가는 ‘흰’색에 대해 소멸과 부활의 정신을 추구하고, 오르한 파묵은 ‘빨강’에서 탄생과 생명을 추적한다.
색에 대한 관념을 덧붙이는 작가의 생각을 찾아보는 재미를 이 소설은 꾸준히 제공한다.
“어르신께서는 페르시아 전설과 화풍의 위대한 장인이면서도 오스만 제국의 위상과 힘에 걸맞은 세밀화의 세계를 창조하셨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오스만 제국의 칼의 힘, 오스만 제국의 승리의 낙관적 색, 물건가 도구에 대한 관심, 편안한 삶의 자유를 예술로 승화시키셨습니다. 어르신, 제 인생에서 가장 커다란 영광은 어르신과 함께 지금 여기서 전설적인 옛 장인들의 걸작들을 보고 있는 겁니다∙∙∙∙.”
-236p 내 이름은 빨강 중
그는 가엾은 에니시테가 마지막 그림에서 뻔뻔스럽게도 원근법을 사용했다고 했지. 그 그림에서는 유럽인들의 그림에서처럼 사물이 신의 마음속의 중요성을 따르지 않고 우리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려졌다고 하더군. 그건 아주 커다란 죄라는 거야. 이슬람의 칼리프인 우리 술탄을 개와 같은 크기로 그린 건 두 번째 죄라고 했네.
-339p 내 이름은 빨강 중
동양과 서양의 문명이 함께 이룩해 낸 위대한 도시 이스탄불
오스만 제국을 무대로 펼쳐지는 음모와 배반, 목숨을 건 사랑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처음 읽었던 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직후였다. 당시 작가가 무슨 내용을 전달하려고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니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설이라 생각한다.
오르한 파묵은
1952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가정에서 부족한 것 없이 자랐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상처로 독서에 몰두하며 청소년기를 보낸다. 이스탄불에서 명문 고등학교인 로버트 칼리지를 졸업하고 이스탄불 공과 대학 건축학과에 진학하지만 자신에게 이야기꾼의 재능이 더 많이 있음을 깨닫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내 이름의 빨강>은 파묵이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후로 줄곧 마음속에 그리고 있던 작품이다. 어릴 적 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파묵은 오스만 제국 당시에 제작된 세밀화들을 모사하곤 했으며, 열세 살 때 이미 16세기와 18세기 이슬람 세밀화의 기법의 차이를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 작품을 구상하기 위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오랜 시간 페르시아 화가들의 세밀화를 바라보며 그림 속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슬람의 전설과 민담, 역사적인 기록들과 자료들을 조사했다.
그리하여 파묵은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두 가지, 즉 ‘이스탄불’과 ‘그림’을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이고도 매혹적인 ‘이야기’로 엮어내는 데 성공했고, <내 이름은 빨강>은 전 세계의 격찬을 받으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 책 표지 중
1591년 겨울, 눈으로 뒤덮인 이스탄불의 어두운 밤.
오직 한 여인만을 사랑하기 위해 고향을 떠났던 사나이가 흩날리는 눈발을 헤치며 12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그에게는 일생을 세밀화에 바친 어느 금박 세공사의 비참한 죽음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슬람 세밀화의 위대한 전통을 이어갈 밀서제작을 완성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소설은 다중화자 시점으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주요인물이 관점에서 사건을 서술하고, 심지어 세밀화 속의 제재들이 화자로 등장해서 이례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개와 가짜 금화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하는 부분은 작가의 상상력이 참 기발하다는 생각과 어떻게 이렇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는지 대단하다.
소설의 가장 큰 소재는 장소가 이스탄불이라는 점이다.
세계사에서 이 도시만큼 극적이고 역동적인 역사를 겪었던 곳도 많이 없을거다.
비잔틴 제국의 1,000년의 수도인 이스탄불은 1453년 마지막 함락도 공성전과 해전을 모두 수행한 메메트 2세에 의해 7전 8기라는 시도로 마지막 순간까지 안타깝게 함락된다.
골든 혼과 테오도시우스성벽에 관한 이야기는 <토전사 (토크멘터리 전쟁사)>를 참고하면 자세히 알 수 있다.
이런 이스탄불을 함락한 오스만 제국은 수도를 이스탄불로 지정하고, 문화 교류를 통해 충격을 받게 된다.
이슬람의 세밀화는 관찰자는 모든 것은 주관하고 인지하는 신의 입장에서 사건을 내려다보기에 그림도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과 그림자가 없는 특징이 있다.
베네치아와 비잔틴의 그림은 화가가 중심이 되어 그림이 표현되고, 그림자를 가지고 심지어 얼굴을 크게 강조하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그림이 제작되어 이슬람의 세밀화가들을 충격을 받는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은 1622년 헤지라 1,000년을 기념해서 베네치아의 총독에게 키프로스를 할양받기 위해 세밀화가들에 베네치아 양식을 혼합한 그림으로 그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길 원한다.
세밀화가는 전통을 무너뜨려가며 외세의 영향을 받은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과 분노를 느끼게 되는데...
이는 살인으로 연결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카라와 세큐레의 이야기는 박진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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