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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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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사로잡힌 한 영혼의 악마적 개성과 광기 어린 예술 편력
문학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고귀한 성소가 된 책!
일전에 인터넷 카페의 한 회원이 독서모임에 추천할 책을 소개해달라는 글을 보고, 오지랖이 생겨 어떤 책이 좋을지 생각했다.
나는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가 떠올랐다.
장편소설이지만 부담되지 않은 분량에 로드무비와 같이 런던, 파리, 바르셀로나, 마르세유, 타이티를 공간적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요즘 같이 여행에 제약이 많은 시기에는 여행의 간접 체험도 제공한다.
영국의 엘리자베스1세 시절 걸출한 작가 ‘세익스피어’가 그 시대를 대표한다면, 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빅토리아 여왕시절을 대표하는 작가는 ‘서머싯 몸’이다.
1919년 발표된 <달과 6펜스>는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주인공이 예술가가 되는 것을 결심하는 순간을 기점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스트릭랜드와 기존의 가정을 꾸려나갔던 부인, 파리에서 자신의 추구하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만나는 블란치 스트로브, 그의 예술혼을 완성하는 타이티에서 마지막인생의 반려자 아타.
스트릭랜드와 그들의 관계는 예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나타낸다.
달을 향해 추구하는 그의 예술 행위는 일반 통념에서 어긋나는 경우도 일어나지만, 타이티의 아타의 집에서 대작을 불태워버리며 소멸한다.
책을 읽고 고갱이 실재 타이티에서 생활은 논란의 불러일으키지만, 고갱의 작품에서 보이는 강렬함이 어떤 화가보다 돋보이는 것을 느꼈다.
고유한 색감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함은 계속 보고 있으면 사람을 압도한다.
소설 속 타이티에 사는 한 주민이 스트릭랜드의 그림을 선물로 받고, 자신이 생각하는 기존의 관념에 비추어볼 때, 그림이 쏟아내는 강렬함을 견디지 못해 그림을 구석에 방치하는 것이 이해된다.
[ 책 속으로 ]
솔직히 말해서 찰스 스트릭랜드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서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을 조금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제와서 그의 위대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7p 달과 6펜스 중
나의 의견으로는, 예술에는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예술가의 개성이 아닐까 한다. 개성이 특이하다면 나는 천가지 결점도 기꺼이 다 용서해 주고 싶다. 나는 벨라스케스를 엘 그레코보다 훌륭한 화가로 보지만 그는 너무 인습적이어서 칭찬하려면 맥이 빠진다. 그에 비해 관능적이고 비극적인 저 그리스인은 제 영혼의 비밀을 마치 산 제물을 바치듯 우리에게 바치고 있다.
- 8p 달과 6펜스 중
스트릭랜드 부인은 타고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동정심을 발휘한다는 것은 하나의 미덕이긴 하나 그것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미덕을 남용하는 수가 많다. ...(중략)... 동정심을 유정의 석유처럼 분출하는 것이다.
28p 달과 6펜스 중
그의 영혼 깊숙한 곳에 어떤 창조의 본능 같은 것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 창조 본능은 그 동안 삶의 여러 정황 때문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마치 암이 생체 조직 속에서 자라듯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서 마침내 존재 모두를 정복하여 급기야는 어쩔 수 없는 행동으로까지 몰아간 것이 아닐까.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데 새끼가 부화하면 다른 새의 새끼들을 둥지에서 밀어내고 마침내는 그들을 보호해 준 둥지마저 부수어버린다고 하지 않던가.
74p 달과 6펜스 중
블란치 스트로브는 무자비한 정욕의 손아귀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스트릭랜드를 미워하는 감정은 아마 여전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강렬하게 원했다. 지금까지의 생활이 죄다 허망하게만 여겨졌다. 지금까지 그녀는 다정하면서도 성마르고, 생각이 깊으면서도 분별이 없던 복잡한 여자였지만 이제는 딴사람이 되어 버렸다. 바커스 신의 무녀가가 되어버린 것이다. 욕망 덩어리가 되어버렸다.
- 158p 달과 6펜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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