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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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 미의 정수를 보여준 노벨 문학상 수상작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7p

 

문득 그 손가락으로 유리창에 선을 긋자, 거기에 여자의 한쪽 눈이 또렷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러나 이는 그가 마음을 먼데 두고 있었던 탓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아무것도 아닌, 그저 건너편 좌석의 여자가 비쳤던 것뿐이었다. -10p

 

바로 그때, 그녀의 얼굴에 등불이 켜졌다. 이 거울의 영상은 창밖의 등불을 끌 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등불도 영상을 지우지는 못했다. 그렇게 등불은 그녀의 얼굴을 흘러 지나갔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을 빛으로 환히 밝혀주는 것은 아니었다. 차갑고 먼 불빛이었다. 작은 눈동자 둘레를 확 하고 밝히면서 바로 처녀의 눈과 불빛이 겹쳐진 순간, 그녀의 눈은 저녁 어스름의 물결에 떠 있는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야광충이었다. -13p

 

 

설국의 첫 문장은 감각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잘 알려진 문장으로 도쿄의 근교인 군마현과, 니가카현, 나가노현은 동양의 알프스산맥이라고 할 정도로 자연의 모습이 다르다. 마치 서울과 설악산처럼....

 

주인공 시마무라는 아버지의 유산으로 무용과 음악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는 지식인이다. 도쿄에 근거를 두지만, 일 년에 한 번씩 설국으로 기차를 타고 머무는 동안 고마코와 밀회를 즐긴다.

 

눈의 지방에서 게이샤로 사는 고마코는 시마무라를 사랑하는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여자이다. 그리고 사랑에 온몸을 던지는 아름답고 순수한 소녀 요코가 있다.

 

시마무라는 두 사람에게 사랑을 느끼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지만, 모두에게 일정한 거리를 둔다. 두 여인은 시마무라를 현실 세계로 이끄는 존재지만, 시마무라가 지닌 허무의 벽을 뚫고 사랑을 얻진 못한다.

 

니시무라와 고마코 사이의 밀고 당기는 모습은 긴장감을 유지한 채, 소설의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요코는 한 사람만을 간호한다고 하며, 선생님의 아들인 유키오를 간호하고, 그의 죽은 후 설국을 떠나고자 한다.

 

설국에서 도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인 니시무라의 이를 거절하고, 그녀의 설국에서의 마지막을 나름의 방식으로 정리한다.

 

소설 전반의 흐르는 허무함과 감각적이며 몽환적인 모습이 설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한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 일본을 황금의 나라 지팡구라고 서양에 알린 것과 같이 설국은 다른 의미에서 신비로움을 준다.

 

100년 전 일본 설국의 온천마을에서 벌어지는 지식인과 게이샤의 사랑과 게이샤의 생활을 무심하게 들려주는 작품이다.

 

작가인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1899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부모를 잃고 15세 때 10년간 함께 살던 조부마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그로 인해 생겨난 허무와 고독, 죽음에 대한 집착은 평생 그의 작품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1972년 제자인 유키오의 자살을 경험하고 그 역시 1972년 급성 맹장염으로 수술을 받은 후 퇴원 한 달 만에 자택에서 가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죽음은 절친한 친구이자 바둑계의 세계적 거장인 세고에 겐사쿠 (한중일 세명의 천재기사만 제자로 둠 : 일본-하시모토 우타로, 대만-오청원, 한국-조훈현) 역시 스스로 목을 매어 생을 마감하는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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