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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국가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다나카 가쓰히코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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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태어나기 전 자신의 어머니를 고를 수 없듯이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말을 선택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부모나 나라를 선택하여 태어나지 않듯이 말이라고 하는 것도 아이와 의사소통을 하는 사람에 따라 아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해지는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말하고 한글을 쓰는 내가 세계라는 범주에서 보면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고 했다.
오늘 소개할 책은 다나카 가쓰히코 저자가 집필한 김수희 역자의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의 <말과 국가>이다.
일본의 이와나미 서점의 이와나미 시리즈 중 언어학에 관한 책이고, 일본 출판물의 다양성에 출판 강국의 저력을 실감한다.
책을 통해 새로이 깨달은 점은 국가의 말이라고 하는 것을 정치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말이라고 하는 것이 국가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일본의 경우, 류큐 왕국의 후예인 오키나와 주민들의 방언과 홋카이도 아이누족의 방언은 지금까지 일본어로 편입해서 방언의 존재를 무시하는 정책을 취해왔다.
최근 아베 정부는 쿠릴열도의 영유권 분쟁의 당위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아이누족의 존재를 강조하고 아이누 언어를 가진 일본의 선조들의 쿠릴열도에서 과거에서 지금까지 생활하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로 돌아가 서양의 고대 문명의 꽃을 피웠던 그리스인들은 그리스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다른 민족을 바르바로이라 불렀는데, 그것은 말더듬이라는 의미이다.
말이라고 하는 수단은 정체성을 가르는 수단으로 가장 싶게 구별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놀랄만한 점은 현대에 개국한 이스라엘의 경우, 디아스포라를 통해 2,000년 만에 나라를 세웠지만, 초창기 국민은 나라를 가졌다는 기쁨에 언어를 통일하지는 못했다.
독일의 악랄한 통치 아래 이스라엘로 온 일부의 유대인들은 독일어를 사용하는 집단을 형성하여 독일어를 사용하였다.
독일이라고 하면 치가 떨리겠지만 독일어는 그것과는 별개로 떨쳐버릴 수 없는 생활의 수단인 것이다.
지금도 이스라엘은 히브리어를 기본으로 하지만 조부모나 부모가 생활한 곳에 따라 이중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학창시절 문법이라고 하면 ‘내가 말을 잘 하는데 왜 이리 까다롭고 복잡한 걸 배우는 걸까?’ 궁금했는데, 이 역시 1492년 카스티야의 여왕 이사벨라와 아라곤의 왕자 페르난도 2세가 결혼함에 따라 양쪽 왕국이 합병되어 이베리아반도에 강국을 설립했을 때 생겼다고 한다.
이슬람의 마지막 세력을 그라나다에서 몰아내고 이사벨라 여왕에게 한 권의 책이 헌정되는데 그것이 <카스티야의 문법>이라는 책이었다.
그 이후 스페인에서 라틴어를 추방하고 문법이라는 이데올로기는 국가를 탄생시키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점을 각성한다.
이후 문법이라고 하는 것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 지배의 이데올로기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저자는 <말과 국가>를 통해 전 세계 언어의 다양한 예를 들어 언어의 특성을 설명한다.
세계 각지의 유대인들이 사용한 헤브리어, 독일어, 인도 유럽어, 피진어, 이디시어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며 지금까지 말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이 책을 통해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언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용하는 말과 국가의 의미를 확인해볼 좋은 기회가 된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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