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 - 기혼도 미혼도 아닌 괄호 바깥의 사랑
정만춘 지음 / 웨일북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혼이라는 제도는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유효한 제도로 남아있을까?

 

앞으로 결혼은 필수적인가? 또는 결혼은 선택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설문결과를 볼 때마다 나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급격하게 변화할 제도 중 가장 빨리 바뀔 거라 생각한다.

 

요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3분의 2가 넘는 결혼 적령기에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다른 나라의 제도권에 들어있는 동거는 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지금도 가장 빨리 처리해야 할 법안 중에 하나인 생활동반자법이 마련되어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소개할 웨일북에서 출판한 정만춘 작가님의 <더 사랑하면 결혼하고 덜 사랑하면 동거하나요?>는 네 차례에 걸친 동거 경험을 솔직하고 내밀한 부분까지 알려준 작가님 덕분에 동거생활이 가져오는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게 되었다.

 

세 차례에 걸친 이성간의 동거와 한 번의 동성 간의 동거 경험은 동성과 이성간 동거의 차이점과 특히 동성 간의 동거에 관해 설명하는 여성주의 운동과 여성으로서 한국에서 살아가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 공감하게 되었다.

 

나 개인적으로 동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없어서인지 내 아이에게도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앞으로 다가올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은 결혼과 동거라는 제도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오늘 하루 책을 읽는 중간 중간 나는 가족들에게 만춘 작가님이 어떻게 동거를 시작하게 되고, 어떤 계기로 헤어지게 되었는지 계속해서 알려주었다.

 

실황중계를 하는 동안 우리 가족은 저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대인관계에서 조심할 부분에 대해 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조심해야 할 부분, 공감해야 할 부분에 관해 작가가 언급하고 있는 사건들은 일상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부분들이라 공감하게 된다.

 

연인과 태국과 남미에서 보내는 장기여행이 미치는 영향은 흥미로웠고, 여자라서 우리나라에서 조심해야할 부분, 불편한 부분, 안전함을 느끼지 못하는 부분은 우리 사회가 여성이 더 편하게 살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하는 부분도 생각하게 된다.

 

 

[책 속으로]

 

이유를 바로 말할 순 없었지만 왠지 내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게 책장은 침대보다 더 내밀한 공간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순위를 매기자면 책장>침대>>거실순이었다. 책을 좋아하지만 제대로 읽지는 못하는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나도 책 읽기만큼 수집하기에 열을 올렸다. -17p

이 부분을 읽고 나는 너무 깜짝 놀랐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느낀 일종의 동지의식이랄까…….

나에게도 책장은 나만의 공간이고,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한번 들여다보고 책의 저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기 전에도 한번 들러 인사하는 그런 공간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김애란 작가의 <비행운>이라는 책을 남자친구와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그 책을 팔고자 하는 남자친구에게 왠지 모를 서운함을 느낀다.

 

어떻게 보면 서운한 게 당연하다.

연인관계에서 관계를 지속하는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보다는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물건이 소중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것은 마치 자기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떠날 수 있는 자만이 머물 수 있다.” 강신주가 어느 책에서 한 말인데 너무 공감한 나머지 밑줄을 박박 그었다.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있는 건 머무는 게 아니라 매어있는게 아닌가.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자가 그곳에 머무르기를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머무른다라고 할 수 있다. -36p

 

이 말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을 하는데 떠나고 머무르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했다. 태국 빠이에서 만난 한 여자는 전 세계가 넓고 내가 머물러야 하는 곳은 세계 전역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마다 연애를 시작하기 위한 첫 번째 허들이 있듯이(잘생겨야만 연애 감정이 생긴다든가, 말이 통해야만 키스할 마음이 든다든가) 연애를 끝내게 하는 보텀 라인이 있다. 당시 내게 그건 정서적인 지지였던 것 같다. 그는 자주 자존감을 깎는 말로 나를 상처 주었고, 나중엔 그걸 기억하지 못했다. -64p

 

평균애호증에 걸린 사람들처럼 남들이 가는 길이 옳은 길인 것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친구들이 버진로드(싫어하는 말이고 없어져야 할 말이라고 주장함)를 걸어가는 걸 보고, 그녀는 자신의 선택한 동거라는 것이 사랑과 결혼에 대한 합리적인 선택이라 여긴다.

 

만춘식 동거에 관한 이야기는 유쾌하지만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동거에 대한 나의 인식을 바꾸는데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더사랑하면결혼하고덜사랑하면동거하나요 #정만춘 #웨일북 #동거 #생활동반자보호법 #책과콩나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